[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나는 남의 불행을 먹고, 지금껏 잘 살아왔다. 타인의 미소보다 눈물에 더 주목했다. 다른 이의 고통을 '아이템'으로 규정하며, 낱낱이 기록하는 일로 월급을 받았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이동원 PD가 10편의 단편소설을 엮어 출간했다. 제목은 '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사람들'(출판사 라곰)이다.
![이동원 PD [사진=본인 제공 ]](https://image.inews24.com/v1/4e7f29a1cc8fff.jpg)
최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만난 이동원 PD 겸 작가는 "'남의 불행을 먹고사는 사람들'은 박준영 재심 전문 변호사와 자주 쓰던 표현"이라며 "'만약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상상 속 이야기들"이라고 독특한 제목의 단편 소설집을 선보이게 된 이유를 밝혔다.
'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사람들'에는 '3일 전 와이프가 사라졌을 뿐'을 시작으로 총 10편의 단편소설이 담겨있다. 주인공들의 직업군도 다양하다. 사라진 아내를 찾는 직장인, 아동학대 의심 환자를 진찰한 소아과 의사, 정규직 전환을 목전에 둔 인턴 기자 등은 모두 현실에 발 붙인 캐릭터들이다. 평범해 보이는 이들의 선택은 기이한 사건의 시작이 된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 반전의 결말을 맞이하기도 한다. 짦지만 강렬한 10편의 소설은 마치 숏폼을 보는 듯한 묘한 카타르시스와 신선한 자극을 선사한다.
"평상시 취재차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수많은 범죄 피해자와 가해자들을 만나요. 그때의 기억을 습관적으로 메모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보니 소설까지 출간하게 됐네요."
이 PD는 평소 호기심이 많고 상상력이 풍부했지만 소설을 쓰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취재를 기반한 팩트 위주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주로 선보였던 이 PD에게 소설은 "써본 적도 없고, 상상조차 해보지 않은 영역"이었던 것. 하지만 평상시 글을 즐겨 써왔던 '이야기꾼'은 지난해 12월 소설 출간 제안을 받고 단 20일 만에 소설 10편을 뚝딱 완성했다.
![이동원 PD [사진=본인 제공 ]](https://image.inews24.com/v1/776e942b0baba4.jpg)
이 PD는 "방송쟁이로 15년을 살다보니 처음엔 어떻게 써야할지 막막했다. 편집, 구성안을 만들듯이 컷별로 써서 출판사에 보내드렸다. 그 이후 후다닥 일이 진행됐다"면서 "내 삶에 신기하고 재밌는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지난 시간을 되짚었다.
"15년간 시사교양 PD로 일하며 1만명 이상의 사람을 만났어요. 1년에 명함을 800~900장 가까이 쓸 정도죠. 그렇게 만나는 인연 중에는 범죄와 관련된 사람들이 많아요. 그중엔 범죄 가해자와 피해자도 있고요. 저는 그들의 선택에 집중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어요. 방송에서는 팩트만 전하지만, 소설에선 현실과는 다른 선택을 상상해 볼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처음 완성한 작품은 '나의 프로파일링 비밀노트'와 '일요일의 소아과', 2편이다. 가장 공 들인 작품은 현대사 이야기가 담긴 '문지기 박계장의 임무는 무엇인가'이며,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입시 비리를 목도한 19세 수험생을 다룬 '독기에 잠식당한 열아홉 내 영혼'이다.
이 PD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를 방문했다가 우연히 남영동 대공분실 설계도면을 남겨놓은 과거 직원의 이야기를 얼핏 들었다.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까, 어떤 삶을 살았을까 상상을 하면서 '문지기 박계장'을 쓰게 됐다"고 70%의 현실 기반에 30%의 상상을 가미했다고 전했다.
이어 "'⋯열아홉 내인생'의 주인공 역시 실화 기반이다. 아이의 욕망과 꿈을 어른들이 이용한 일들은 지금도 수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안타까운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소설 속 주인공을 최대한 다양하게 쓰고 싶었어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잖아요.(웃음) 직업적으로 진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직업군이 궁금할 때가 많아요. 그때는 혼자 발칙한 상상을 하죠. 그것을 색다른 콘텐츠로 선보이게 되니 흥분되더라고요."
그의 예상은 정확히 빗나갔다. '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출간 7주만에 4쇄에 들어가며 후일을 도모할 수 있게 된 것. 이 PD의 신간 소설을 또다시 접할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최근엔 북토크를 통해 독자들과 직접 만나고 있다.
"가볍게 읽히지만 실상은 무겁고 위험한 이야기예요. 일상에서 벌어진다면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가 될 수 있는 일들이죠. 그래서 조심스럽기도 했어요."
마지막으로 그는 소설을 쓰며 겪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전했다. 교열, 편집 과정에서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며 지적을 당한 세가지 사례가 모두 이 PD 본인이 겪은 실화였다는 것. 말 그대로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현실'이었던 셈이다.
"차기작을 만약 쓴다면, 또다시 범죄물이 될 것 같아요. 그땐 피해자들이 겪는 답답함과 고민, 고통을 상상으로나마 해소하고, 그분들께 위로를 전하는 소설을 쓰고 싶어요."
한편 이동원 PD는 SBS 시사교양국 소속으로 '그것이 알고 싶다' '정인아 미안해'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등을 연출했다. 현재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메인 연출을 맡고 있다. 경희대 문화엔터테인먼트학과 겸임교수이자, 법무부 교정정책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부지런한 N잡러'다.
/김양수 기자(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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