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허수아비'에서 극악무도한 연쇄살인마를 연기한 배우 정문성이 "촬영을 마치고 나니 쓸쓸하고 허했다"고 털어놨다.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커피숍에서 진행된 ENA '허수아비' 종영 인터뷰에서 정문성은 "드라마 반응을 우연히 봤는데 밑도 끝도 없이 그냥 쌍욕을 하더라. 처음 겪는 일이었다"라면서 "길에서 강아지와 산책하는데 '연쇄살인마다!'라고 외치는 분도 계셨다"고 드라마 이후 반응을 전했다.
![배우 정문성이 드라마 '허수아비'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 자이언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40fbe4f2b70213.jpg)
최근 종영한 '허수아비'는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드라마. 극중 정문성은 겉으로는 사람 좋은 동네 형(이기환)이지만, 알고보면 소름돋는 연쇄살인마 이용우를 연기했다.
정문성은 "나 조차도 누구의 용서를 바란다거나 누군가 내 편이 되어줬으면 하는 마음을 버리고 촬영했다. 애정은 가당치 않고 동정조차 생기지 않았다"면서 "엄청 열심히 촬영을 마쳤는데 (내가 연기한) 캐릭터를 안아줄 수 없다는 사실이 쓸쓸했고 허했다"고 최악의 악인을 연기하고 느낀 씁쓸한 마음을 전했다.
극 초반 이기환은 바가지머리에 멜빵바지를 입고 다니는 평범한 동네 형이다. 경찰의 강압수사로 사망한 이기범(송건희 분)의 형이자, 형사 강태주(박해수 분), 기자 서지원(곽선영 분)의 동네 친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기환은 중반부부터 선한 얼굴 뒤에 절제된 광기와 서늘한 본능을 드러내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정문성은 "이기환을 연기할 때 태주와 지원, 기범을 방패삼고, 그 뒤에서 자유롭게 나쁜 짓을 하는 인물을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그 방패를 견고히 하기 위해서, 그들 앞에서는 철저히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단편적으로는 친구들과 동생이지만, 결국엔 경찰(태주)과 언론(지원)이고, 그 시대를 살아간 젊은이(기범)이기도 하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힘들었던 장면으로 기범에게 자신의 범죄사실을 들키게 되는 신을 꼽았다. 기찻길 앞 자동차에서, 형의 범죄사실을 눈치 챈 기범이 "순영이(서지혜 분)한테는 그러지 마"라고 부탁하는 장면이다. 이후 기범은 결국 사망한다.
정문성은 "처음으로 기범이라는 방패에 금이 간 순간이다. 그로 인해 다른 방패를 잃게 될 수도 있으니, 방패 하나를 포기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라면서 기범을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은 이유를 방패 설정과 함께 설명했다.
그가 연기를 위해 의도한 건 '방패 설정'이 유일하다. 비상식적인 인물을 연기하기에 앞서, 그는 애초에 캐릭터를 이해하고 스스로 설득하려는 노력 자체를 포기했다. 그는 "수백번 대본을 읽었지만 작전을 짜고 계획하며 연기하지 않았다"며 오로지 대본에 의지해 연기했다고 전했다.
"작품을 준비하며 극의 모티브가 된 인물을 따로 찾아보지는 않았어요. 인물을 그대로 가져와 재연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 사람을 이해하게 되는 것도 싫었고, 요만큼의 감정이 생기는 것도 원하지 않았아요."
![배우 정문성이 드라마 '허수아비'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 자이언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4128ddda7538ff.jpg)
'허수아비'는 5년 전부터 준비한 프로젝트였다. '모범택시'로 인연을 맺은 박준우 감독과 이지현 작가는 이춘재 연쇄살인 피해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만들기로 두 손을 맞잡았다. 여기에 '구멍 없는 연기력'의 소유자들이 속속 합류했다. 박해수, 이희준, 곽선영은 물론이고, 매회 '신 스틸러'들이 연기의 향연을 펼쳤다. 덕분에 현장에는 NG 대신 OK만 존재했다.
정문성은 "현장 분위기는 단연 최고였다. 모두 좋은 사람이고, 모두 웃는 현장이었다"라면서 "감독님은 한여름 촬영에 지친 스태프를 위해 점심식사 이후 3시간을 쉬게 했다. 덕분에 힘 내서 빨리 찍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완벽한 대본이 이미 다 나와있고, 캐릭터는 매력적이고, 배우들은 대본을 다 외운 상태였다. 현장 세팅 역시 연기에 방해되지 않도록 준비돼 있었다"면서 "여기서 NG가 나면 이상한 거다. 이렇게 좋은 환경을 줬는데 NG를 낸다면 그냥 배우가 대본을 안본 거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고 완벽함을 추구했던 현장의 공기를 전했다.
"현장에서 감독님은 거의 다 '좋습니다'라고 말했어요. '더 해줬으면' 바라는 게 없었죠. 그래서 불안하기도 했어요. 너무 재밌게 읽은 책(대본)인데 결과물이 이상하게 나오면 감독님을 미워할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드라마를 보고 무한신뢰를 갖게 됐어요. 대본을 그대로 옮기면서도 감독의 연출력도 보여주고, 배우들의 연기까지 잘 보이게 구성해주셨잖아요."
한편 '허수아비'는 자체최고시청률 8.1%(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이어 ENA 시청률 2위를 차지했다.
/김양수 기자(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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