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마지막엔 모두가 웃을 수 있는, 해피엔딩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든 엔딩이었지만, 호불호가 갈렸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고, 이를 통해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고혜진 감독은 다시 느끼게 된 시청자들의 사랑에 감사함을 표현했다. 그리고 이는 다음 작품을 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쓴소리도 감사하다고 거듭 묵직한 진심을 꺼내놨다. 그리고 캐릭터의 매력을 기대 이상으로 살려낸 이준영을 비롯한 배우들에 대해 아낌없는 애정을 전하며 다시 함께 작업할 수 있길 소망했다.
지난 5일 종영되 JTBC 토일드라마 '신입사원 강회장'(크리에이터 김순옥/ 극본 현지민/ 연출 고혜진/원작 산경)은 사업의 신이라 불리는 굴지의 대기업 회장이 사고를 당하면서 원치 않는 2회차 인생을 살게 되는 리마인드 라이프 스토리 드라마다. 3.7%로 출발한 '신입사원 강회장'은 12회 최종회에서 13.6%라는 높은 시청률을 얻으며 종영됐다.

이준영이 축구선수 황준현과 최성그룹 회장 강용호(손현주 분)의 영혼이 들어간 황준현 역을 맡아 1인 2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인생 캐릭터'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최종회에서 제자리로 돌아간 황준현과 강용호는 최성가 승계 전쟁을 완벽하게 마무리하고 일상으로 돌아가 해피엔딩을 완성했다. 황준현은 강방글(이주명 분)과 연애를 시작했다. 다만 특별출연한 있지(ITZY)의 류진과 황준현이 부딪히면서 영혼이 바뀌는 엔딩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렸다.
고혜진 감독은 첫 메인 연출작인 '신입사원 강회장'을 통해 유쾌하면서도 인물의 감정선, 사건의 긴장감을 섬세하게 담아낸 연출력으로 호평을 얻었다. 그럼에도 그는 연출보다는 "연기 구멍이 없다"라는 칭찬이 가장 기분 좋다고 말하며 출연한 배우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다음은 고혜진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크리에이터인 김순옥 작가는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궁금하다.
"작가님 두 분이 어떻게 작업을 하셨는지는 잘 모른다. 제가 처음 대본을 받아서 미팅할 때, 4회까지 큰 회의 때는 계속 계셨다. 다음부터는 스케줄 맞추기 힘들고 작가님도 본인 작품 때문에 바쁘셨다. 그 이후엔 현 작가님과 둘이 만나서 해나가는 과정이 있었는데, 두 분은 계속 상의를 하신 거로 알고 있다. 엄청 개입을 많이 하신 건 아니고, 고민이 있을 때 멘토 역할을 해주시는 느낌이었다. 저희에게 맡겨 주셨다. 3부 방송 나가고 일요일 아침에 "감독님, 너무 잘했다. 감독님 덕이 크다. 너무 고맙다"라는 장문의 카톡이 왔다. 7~8% 넘으면 맛있는 거 사주신다고 하셨는데, 그 당일 그걸 넘어서 기쁜 마음으로 맛있는 걸 사주셨다. 마지막 방송 날도 너무 기분 좋아하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글과 영상을 비교해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분이다. 작가님들이 본인들이 쓴 글에 애착이 제일 강한 분들이다. 그게 영상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당연히 서운함이나 아쉬움이 있을 텐데, 연출에게 "잘했다. 고맙다. 대본에 쓰인 것 말고도 행간을 잘 채워줬다"라고 말씀해주시고 배우 캐스팅도 너무 좋다고 해주셨다. 초보 연출자로서 만날 수 있는 정말 든든한 파트너였다. 두 분 다 내공이 있는 분들이라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그분들의 덕인 것 같다."
![배우 이주명과 이준영이 28일 오후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더링크서울 트리뷰트 포트폴리오 호텔에서 열린 JTBC 새 토일드라마 '신입사원 강회장' 제작발표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1a047aa9244e8a.jpg)
- '재벌집 막내아들'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이다 보니 기대와 걱정이 있었을 것 같다. 부담이 있었나?
"저는 제가 기준을 높게 세우는 편이라 부담을 엄청 느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부담이 안 됐다. 그냥 좋았다. 마블 영화감독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벤져스'가 너무 잘 되니까, 갑자기 나에게 '이터널스'를 하라고 하는 느낌이었다. '내가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들어갈 수 있다고?' 이런 생각이었다. 1부에 순양 같은 걸 쓸 수 있었던 것이 기분 좋았다. 그걸 알아봐 주는 팬덤도 있다. 그래서 기대와 걱정이 있었을 것 같은데, 첫 작품에 이런 기대와 관심을 가져갈 수 있는 건 부담이 아닌 복이라고 생각한다. 뒤로 갈수록 엔딩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많더라. "꿈 아니다"라고 미리 외쳐 드리고 싶었다. 그게 걱정이기도 했지만, 그런 걱정이 있어서 우리 엔딩에 대한 궁금증이 더 높았다고 생각한다. '강회장' 엔딩은 우리 마음을 알아주겠지? 라는 마음으로 궁금해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12회 시청률이 높았던 것 같고, 선공개 영상 조회수도 제일 높았던 것 같다. 우리 엔딩에 오히려 플러스가 됐다고 생각한다. '재벌집' 시청률은 따라갈 수 있을 거라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 결이 다른 작품이기도 해서, 그냥 귀여운 동생 정도로 생각해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 엔딩에 대한 호불호가 강하게 일었다. 이 반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진짜 솔직하게 전혀 예상을 못 했다. 저랑 작가님은 전체적으로 보니까, 박치기로 시작하는 판타지 코미디로 잡았다. 물론 중간에 진지해지고 드라마틱해지긴 했지만, 엔딩만큼은 무조건 해피엔딩이면 좋겠다는 얘기를 초반 회의 때부터 했다. 원작은 영혼이 갇힌 채 강회장이 죽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엔딩은 절대 안 된다, 싫다고 했다. 작가님이 쌓아준 황준현 서사도 원작이랑 너무 달랐다. 이 캐릭터가 무조건 행복해지는 걸 보고 싶다는 마음이었고, 그냥 유쾌하게 웃으면서 끝나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제일 컸다. 저희는 기분 좋게 엔딩을 했다고 생각하고, 마지막 방송 같이 볼 때도 너무 좋아했다. 이번에 큰 깨달음을 얻고 연출적으로 레슨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시청자들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캐릭터의 감정과 이들의 미래, 끝나고 어떻게 되는지까지도 생각하시는구나를 알았다. 그만큼 황준현 캐릭터에 몰입하셨고, 드라마를 진지하게 재미있게 봐주셨구나 했다. "이렇게 바뀌면 방글이랑 어떡하냐"라고 하시더라. 우리는 다시 뛰어가서 부딪치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고 위트 포인트로 봐주실 거라 생각했다. 우리는 덩어리로 보고, 마지막에 어떤 느낌을 남겨 드리는지가 조금 더 중요했던 것 같다. 후반부에 너무 진지했고 무게가 있었다 보니, 우리는 이렇게 재치있고 발랄한 드라마로 기억되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컸던 것 같다. 물론 작가님 의도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나눠 보진 않았지만, 엔딩 회의할 때는 이 마음이 컸다."
- 아무래도 준현과 방글의 꽁냥꽁냥한 모습을 더 보고 싶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 것 같다. 제가 또 예상하지 못했던 건 윤유선 배우가 맡은 선희에 대한 애정이 저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컸더라. 강회장과 선희가 만나는 것을 찍지 않은 것이 아쉽다는 생각을 엔딩 때 했다. 작가님도 그렇게 생각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게 있었으면 더 많이 좋아하시겠다 싶더라. 워낙 인물이 많고 후반에 다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엔딩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시간이 너무 짧았다.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 알았다면 분량을 더 늘렸을 텐데. 저희가 대본을 만들 때는 이게 최선의 엔딩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선희에 대한 애정을 예상하지 못했다. 다음 작품을 할 때 좋은 레슨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릭터에 대한 큰 애정은 배우들의 몫이 컸다고 생각한다. 연기를 너무 잘하셨고, 캐릭터에 찰떡일 정도로 캐스팅이 좋았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처음에 준영 배우가 너무 잘해서 주연에 대한 애정이 컸다는 생각이 들어서, 많이 배워가는 과정이다. 저에겐 쓴소리도 다 감사하다. 앞으로 더 좋은 이야기를 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 있지 류진 씨가 특별출연했다. 어떻게 섭외를 하게 됐나? 그리고 이준영 씨가 춤을 따라 하는 장면은 어떻게 준비가 됐는지도 궁금하다.
"영혼 체인지로 시작했기 때문에 끝도 영혼 체인지였으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안에 있는 인물은 아니었으면 한다는 마음이 있으셨던 거 같다. 방글이와 바꿀까 하는 의견이 있긴 했다. 저는 여자로 바꾸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방글이로 하면 좀 복잡해질 것 같아서 새롭게 모실 분을 생각했다. 저희끼리 리스트도 써보고 알아보던 중에 류진 씨가 리스트 안에 있었다. 앞으로 연기할 생각이 있어서 연기 공부도 하고 오디션도 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저도 류진 씨를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좋겠다고 한 거다. 바쁜 스케줄에도 준비를 열심히 했다. 그날도 스케줄 끝내고 왔다. 그런데 마치 늘 우리와 같이했던 배우처럼 와서 굉장히 씩씩하게 선배님들과 합을 맞춰보더라. 넘어져야 하기도 하고 나름의 액션이 있었는데, 낯가리지 않고 너무 잘 녹아들었다. 준영 배우도 "이제 류진이 이어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농담할 정도로 잘해주고 갔다. 춤은 대본 쓸 때 그녀가 나올 걸 알고 미리 준영 배우에게 알려줬는데 너무 바쁘다 보니 영상으로 보고 당일에 연습했다. 류진 씨와 안무가분이 같이 왔다. "잠깐 연습하고 올게요" 하고 가서 연습하고 와서 벼락치기처럼 했는데 역시 춤신춤왕 같았다. 저는 "우리 준영이가 이런 걸 잘해요. 달란트가 많아요"라고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에게 몰빵해주고 싶었다. 거의 안 나오는 신 하나 없이, 많은 분량을 소화하고 고생을 많이 했던 것에 대한 나름의 보상이라고 생각했다. 이 작품으로 준영 배우의 팬들이 더 늘었다면, 좀 더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본인도 춤을 너무 좋아하고 잘 추는 걸 아니까, 이걸 보여주면 팬분들이 재미있게 보지 않을까 싶었다. 현장에선 되게 부끄러워하면서 하긴 했는데 다 잘했다. 저희는 굉장히 재미있게 찍었다."
- 이준영 배우가 강회장을 표현해야 하는 부분에서, 손현주 배우의 얼굴 표정, 행동 등 어떤 부분을 포인트로 잡으려 했나?
"선배님이 처음 촬영하실 때 웃으셨는데 웃음소리가 특이했다. 평소엔 그렇게 안 웃으신다. 저와 상의한 건 아니고 그렇게 설정하신 건데 너무 꽂히더라. 이걸 가져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준영 배우와 처음 리딩할 때, 선배님 손이나 버릇을 가져가면 시청자분들이 보기에 어떤 닻 같은 역할을 해줄 테니 뭔가 하나를 가져가자고 우리끼리 얘기를 했었다. 웃음소리를 적용해서 보여줬던 거다. 또 선배님과 특수 분장을 해볼 때 한쪽만 했었다. 양쪽 다 똑같이 하기보다 한쪽만 내려오는 게 좀 더 자연스럽다고 해서, 시간도 단축할 겸 왼쪽만 했다. 본인도 그걸 더 좋아하셨다. 왼쪽에만 하다 보니 표정도 계속 그쪽으로만 지으려 노력했고, 그걸 준영 배우에게 보여줬다. 캐릭터를 상기하는데, 조금 도움이 됐던 것 같다."
- 손현주 배우는 특별출연이었는데 마지막까지 계속 출연을 했다.
"존재감이 크셨다. 그래서 제가 계속 "타이틀 롤이다. '강회장'이시지 않냐"라고 하면 "나는 준영이 도와주려고 온 거다"라고 하셨다. 12부에도 다시 주인공처럼 돌아오신다. 처음과 끝을 맺어주시는 건데, 저희의 계획에 있었던 거다. 사실 처음엔 본인도 분량이 커질지 몰랐다.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죄인이고 제 탓이고 너무 감사하다. "제발 부탁드린다"라고 했다. 선배님이 현장을 좋아해주셨다. 대본에 안 쓰여있던 부분도 있다. 황준현과 겹쳐 보이는 부분들에서 제가 "선배님 얼굴이 잠깐 나왔으면 좋겠는데 혹시 괜찮을까요?" 하면 흔쾌히 해주셨다. 결과물이 잘 나오고 좋게 마무리가 되었는데, 마지막 방송 때도 죄송한 마음이 컸다. 계속 "나는 도와주러 온 사람이야. 얘네가 주인공이야"라고 하셨다. 사실 그가 아니었다면 처음 무게감이 그렇게 잡히지 않았을 거다. 그가 강렬한 오렌지색이다 보니 준영 배우에게 약간의 오렌지색이 비쳐도 '손현주다'라는 것이 명확하게 보일 정도의 연기를 처음부터 해주셨기 때문에 뒤에도 잘 살았다고 생각한다. 저는 이게 너무 중요했다고 생각해서 무한 감사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 준현과 방글은 겉으로 보기엔 남녀 관계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녀 관계다. 비행기 안에서처럼 묘한 분위기로 갈라치면 회장님이 나타나서 아버지의 사랑을 보여주는 식의 연출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연출 방향을 어떻게 잡으려고 했나?
"방글이가 준현이의 껍데기에만 반한 건 아니고, 아버지가 가지고 있을 법한 자신감, 카리스마에 설렘을 느낄 수 있다. 사실 방글이는 죄가 없다. 그 순간들이 코믹하게 표현되게, 최대한 빨리 빠져나오게 했다. 그렇다고 이 설렘을 아예 잃고 싶지는 않았다. 저는 그것도 나름의 재미 요소라고 생각했다. 아버지를 미워하지만, 아버지 영혼이 들어가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 약간 아이러니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그걸 살리고 싶었다. 하지만 자칫하면 이게 위험하고 불편하게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처음부터 있었다. 작가님과도 상의를 정말 많이 했고 후반 작업을 하는 내내 주변 여자 스태프들에게도 "어때? 불편해?"라며 의견을 물어봤다. 너무 예쁜 부녀 관계에 먹물을 끼얹고 싶지 않았다. 예쁜 부녀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었던 마음에 진짜 조심했다. 음악 감독님도 여자분이시다. 음악을 까면서도 "이건 멜로 같은가요?"라고 물으며 고민을 같이 했다. 여자들의 의견이 더 중요하다고 하긴 좀 그렇지만, 그런 부분에 있어서 여자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보실지 걱정되고 신경이 쓰여서 조심하고 끝까지 스스로 의심하면서 연출했다."
- 방금 "황준현의 껍데기에만 반한 건 아니고 자신감, 카리스마에 설렘을 느꼈을 것"이라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돌아온 준현의 어떤 면이 방글이의 마음을 사로잡아서 연인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하나?
"후반부에 준현이 배신하면서, 방글이가 탈덕했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었다. 초반엔 자기에게 나쁜 남자처럼 행동하고 자신감 있던 사람이 갑자기 순둥이가 되어 잘해주고 따뜻하게 말해준다. 거기서 약간의 간극이 생긴 것이 아닌가. 냉탕과 온탕을 왔다갔다 하면서 애를 들었다놨다 한다. 냉온 차이에서 설렘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또 방글이는 준현의 순수한 매력에 더 빠지지 않았을까 싶다."
-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으로 6부 엔딩을 언급했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인가?
"6부 엔딩을 제일 재미있게 찍었고, 이야기가 전환되는 포인트라 오래 찍기도 했다. 회장님 빼고 모든 분이 다 모인 장면이기도 하다. NG도 웃겨서 많이 났다. 다들 지치는 상황에서도 계속 웃으면서 찍어서 '집단 광기인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힘든데 해피한 느낌이었다. 배우들도 진지한 장면인데 웃음을 못 참았고, 그 신을 통해 다들 친해졌다고 생각했다. 벽이 허물어졌다. 상재 역 김종태 배우 때문에 났던 NG다. 박 부장 이름이 박봉기인데, 부장인 것도 까먹고 박기봉이라고 했다. 그 이름에 웃음이 터졌고 준영 배우를 비롯해 모두가 초토화가 됐다. 다들 피곤한 상태에서 웃음이 한번 터지니 계속 웃게 됐다. 김종태 배우가 굉장히 유머러스하시고 개그 욕심도 굉장히 많다. 또 개인적으로는 11부 재경이가 회장실에서 돌아온 회장님을 보는 엔딩과 8부 재경이가 아버지를 죽였다고 생각하게 되는 엔딩도 좋아한다."

- 재경이가 빌런이긴 하지만 연민이 느껴질 수 있게, 그래서 끝까지 미워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감독님이 전혜진 배우를 많이 애정하고 아낀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에 같이 호흡할 때 어땠나?
"저도, 작가님도 재경 캐릭터에 애정이 많았다. 사실 저는 빌런임에도 이해가 된다. 물론 아버지를 죽이려 한 것이 용서되는 건 아니지만 쌍둥이 오빠와 경쟁 구도에서 인정과 사랑을 너무 받고 싶었다. 그런데 계속 아버지는 의도한 것과 다르게 받아들인다. 혜진 배우도 재경이가 왜 이렇게 된 건지 알겠다고 하셨다. 우리가 다 K 장녀라 그런건지. 제가 전혜진 배우 본체에 대한 애정이 크다. 그녀가 너무 멋있다. 너무너무 좋은 배우다. 제 추구미다. 제가 좋아하는 연기를 하시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캐스팅할 때도 재경이는 캐릭터 자체가 극적이고 극단적으로 쓰여 있다. 그런 행동이 용서가 안 될 수도 있고 자칫 잘못하면 굉장히 과할 수 있어서 땅에 발붙인 연기를 하는 분을 모시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이전 연기를 봤을 때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연기를 하신다고 느껴진 순간이 되게 많았다. 대사를 힘 빼고 해도 똑같은 힘이 느껴졌다. 그게 재경과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진짜 빌런을 시켜보겠다'라는 생각으로 제안을 드렸는데 다행히 동의해 주셨다. 같이 하는 과정에서도 정말 많이 배웠다. 제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도 얘기해주시는 것이 있었다. 몸을 저에게 많이 맡기셨지만, 되게 중요한 신에서 저와 얘기하다가 생각하는 것이 달랐던 것이 있다. 서로 얘기한 것이 편집의 방향성이 달랐다. 편집점이 다른 건데, 제가 같이 일했던 배우들은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집중을 더 많이 하신다. 그런데 전혜진 배우는 그거에 플러스해서 "나는 이렇게 편집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라고 하셨다. 그런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었고, "선배 말이 맞는 거 같다. 이게 더 재미있다"라며 빠르게 납득이 됐다. 그런 부분에서 도움을 얻었다. 연출하면 되게 외롭다. 나만의 고민 시간이 너무 많고, 당연히 제가 준비를 가장 많이 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그런 순간에 후배로서 선배께 조언을 받은 느낌이 들어서 너무 든든했다. 진짜 크게 배우는 순간이었다. 모든 배우가 그렇긴 한데, 연출자로서 평생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또 작품을 꼭 같이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다."
- 이준영 배우도 그렇고 '강회장'의 배우들과 계속 작업을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큰 것 같다.
"이준영 배우도 "복귀작은 나랑 하자"는 얘기를 농담처럼 했고, 이주명 배우와는 두 작품 연달아 할 정도로 되게 좋아한다. 진구, 손현주 선배님과도 같이 하자고 약속했다. 당연히 결과물이 좋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저로선 과정이 너무 즐거웠다. 그들도 그러셨길 바라는 마음이다. 행복한 현장이었다. 초보가 가지기엔 너무 재료가 좋아서 맛있는 요리를 한 것 같다. 재료 덕이다. 정말 감사하고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다. 너무 허전한 마음이다. 그래서 선배님들께 "나 지금 너무 허전하고 약간 몸 둘 바를 모르겠다"라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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