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그 누구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열정을 막을 수 없다. 20년 넘게 품어온 꿈을 '오디세이'라는 걸작으로 완성해낸 그다. 172분 동안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장관이 스크린 가득 펼쳐진다. 이런 대단한 작품을 극장에서 마주할 수 있다니, 경이롭다는 말이 부족하고, 세상 어떤 찬사가 아깝지 않은 '오디세이'다.
영화 '오디세이'는 트로이 전쟁에서 '트로이 목마' 계략으로 승리를 이끈 영웅 오디세우스(맷 데이먼)가 아내 페넬로페(앤 해서웨이)가 기다리는 고국 이타카로 돌아가기까지 10년에 걸쳐 펼치는 장대한 여정을 그린 작품으로, 서구 문화의 근간을 이룬 '오디세이아'를 새롭게 재해석했다. '인셉션', '인터스텔라', '덩케르크', '테넷', '오펜하이머' 등을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20년 넘게 품어온 꿈의 프로젝트이자 감독으로서 오랜 시간 구상해 온 비전과 영화적 도전이 집약됐다고 할 수 있다.
!['오디세이' 맷 데이먼 스틸컷 [사진=유니버설 픽쳐스]](https://image.inews24.com/v1/1282c36f6b989f.jpg)
10년간 이어진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 오디세우스는 왕의 부재를 틈타 침탈과 권력 다툼이 벌어진 왕국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아내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톰 홀랜드)에게 돌아가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그러나 신들의 분노를 산 그의 귀환 앞에는 거대한 폭풍과 괴물들, 그리고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의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 광활한 바다를 가로지르는 끝없는 항해와 대규모 전투, 그리고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시련들 속, 오디세우스는 귀환이라는 운명적 여정을 이어간다.
영화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트로이 전쟁 이후 사랑하는 이들에게 돌아가기 위한 오디세우스와 그를 기다리는 아들 텔레마코스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한다. 또 극 중간중간 회상 장면이 수시로 등장하는 등 시간 순서대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고 사전 설명 없이 다양한 인물이 거론되다 보니 그리스 신화, 특히 트로이 전쟁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이라면 극 초반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물론 극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영화를 깊이 있게 즐기기 위해서는 영화 관람 전 트로이 전쟁 서사를 숙지하길 추천한다.
'오디세이'가 놀라운 건 역시나 신화를 구현해 낸 압도적인 스케일이다. 트로이의 해변, 키클롭스의 동굴, 하데스의 지하 세계, 칼립소의 섬, 그리고 오디세우스가 돌아가야 했던 이티카까지, 엄청난 노력으로 완성한 로케이션은 눈을 쉴 새 없이 즐겁게 만든다. 또 높이 10.7m에 달하는 거대한 트로이 목마를 비롯해 오디세우스 일행들이 마주하는 무시무시한 괴물들, 마치 내가 배에 타고 있는 것 같이 현실감 넘치는 바다 시퀀스 등 매 장면이 경이롭다. 귀향길에 오디세우스 일행이 만난 마녀 이야기는 기이한 분위기와 충격적인 변신 과정으로 잊기 힘든 임팩트를 남긴다.
!['오디세이' 맷 데이먼 스틸컷 [사진=유니버설 픽쳐스]](https://image.inews24.com/v1/c983cc5ff84736.jpg)
!['오디세이' 맷 데이먼 스틸컷 [사진=유니버설 픽쳐스]](https://image.inews24.com/v1/6864ff76bcd65f.jpg)
워낙 방대한 양의 이야기가 펼쳐지다 보니 러닝타임 172분은 관객에 따라 허들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디세이'는 단순한 영웅 서사를 넘어, 한 남자가 긴 여정 속 마주한 도덕적 딜레마 속 인간적인 고뇌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전쟁에서 승리한 영웅의 멋짐에 심취되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내린 결정의 대가가 얼마나 잔혹한지, 그리고 이를 책임지는 인간의 무게감을 그려내며 끝까지 그를 응원하게 만든다. 그 중심에는 맷 데이먼이 있다.
맷 데이먼은 "관객이 그와 함께 여정을 떠나고, 그의 선택과 실수를 함께 겪으면서도 함부로 판단하지 않게 만드는 힘이 있다"라는 놀란 감독의 설명처럼, 매 장면 왜 그가 오디세우스여야 하는지를 스스로 증명한다. 끊임없이 흔들리고 갈등하는 인간적인 면모에 더해 끝내 앞으로 나아가며 모든 상황을 해결하는 무게감까지, 그의 선택과 실수를 끝까지 믿고 따라가게 만드는 힘이 있다.
앤 해서웨이는 모두가 죽었다고 믿는 남편을 20년 동안 기다리며, 자신과 아들을 위협하고 왕위를 노리는 구혼자들을 홀로 상대해야 하는 이타카의 왕비 페넬로페 역을 맡아 강인한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왕비로서의 기품과 당당함을 유지하면서도 표정과 눈빛 속에 다양한 감정을 담아내 몰입력을 끌어올린다. 긴 설명 없이 그의 눈만 봐도 오디세우스를 향한 깊은 사랑과 믿음이 고스란히 다가온다.
!['오디세이' 맷 데이먼 스틸컷 [사진=유니버설 픽쳐스]](https://image.inews24.com/v1/7394187e04df7c.jpg)
!['오디세이' 맷 데이먼 스틸컷 [사진=유니버설 픽쳐스]](https://image.inews24.com/v1/604ae264d1a0f7.jpg)
톰 홀랜드는 오디세우스의 아들이자 이타카의 왕자 텔레마코스로 변신해 서사의 한 축을 담당한다. 그는 가족을 구하고 이타카의 미래를 지켜내기 위해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탄탄하게 그려냈다. 로버트 패틴슨은 오디세우스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이타카 왕국에 머무는 구혼자들의 우두머리 안티노오스 역을 맡아 역대급으로 지질한 남자를 만들어냈다. 호시탐탐한 왕위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는 그는 "윤리가 결여된 현재성을 상징하는 인물"이라는 로버트 패틴슨의 설명처럼 매 순간 상대를 깔보고 거짓말과 이간질을 일삼는다. 스스로 싸우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부추기는데, 후반 돌아온 오디세우스와의 대결에서 이 인물의 지질함과 하찮음이 대폭발해 실소가 터진다.
이 외에도 젠데이아는 지혜와 전쟁의 여신이자 오디세우스의 수호자인 아테나로, 샤를리즈 테론은 오디세우스를 자신의 섬에 붙잡아 두는 칼립소로 등장해 신비로움을 더한다. 톰 홀랜드와 젠데이아가 만나는 장면이 없을뿐더러 젠데이아의 분량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젠데이아가 등장하는 순간 어쩔 수 없이 톰 홀랜드가 떠올라 몰입도가 살짝 떨어지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오디세이'는 영화 역사상 최초 전편 IMAX 필름으로 촬영된 작품이다. 자연 현상을 신의 의지로 해석했던 고대인의 감각과 경험을 현 시대 관객들이 직접 체험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가급적 IMAX로 '오디세이'를 관람하길 강력 추천한다.
8월 5일 개봉. 러닝타임 172분. 15세 이상 관람가. 쿠키영상 없음.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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