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목소리 연기도 이렇게 잘할 줄이야. 배우 정해인, 강하늘, 이청아가 '아가미' 속 캐릭터에 맞는 감성과 톤으로 위로를 선사하며 완벽한 캐스팅임을 제대로 입증했다.
'아가미'(감독 안재훈)는 깊은 물 속에 던져진 날, 아가미가 생겨난 세상에서 유일한 아이 곤 그리고 그의 세계에 전부였던 존재들의 눈부신 이야기의 애니메이션이다. '파과', '위저드 베이커리' 등 강렬하고 독창적인 작품을 통해 큰 사랑을 받은 구병모 작가의 대표작이자 스테디셀러 '아가미'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아가미' 스틸컷 [사진=㈜엣나인필름]](https://image.inews24.com/v1/5e46f8de883334.jpg)
![애니메이션 '아가미' 스틸컷 [사진=㈜엣나인필름]](https://image.inews24.com/v1/e81b707d271904.jpg)
정해인은 살기 위해 아가미가 생겨난 곤, 강하늘은 세상에 없어야 하는 존재 곤의 유일한 세계가 되어준 강하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이청아는 곤에게 특별한 인연이 되는 여자 해류를, 유재명은 어린 곤을 구해주고 묵묵히 지켜주는 노인을, 뮤지컬 배우 김선영은 곤의 세계를 뒤흔드는 사건을 일으키는 이녕 역을 맡았다. 여기에 장원영, 권해효, 정웅인, 조한철, 박지연, 황상경도 목소리 출연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아가미를 갖게 된 소년의 슬픈 운명을 아름답게 그려낸 '아가미'는 삶이라는 저주받은 물속에서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간절히 숨 쉬고 싶은, 세상으로부터 버림받고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가미' 속 등장인물들은 가족이라는 관계 속에서 슬픔과 외로움, 상처를 안고 힘겹게 살아간다. 그것이 때로는 너무 버겁고 아프기도 하지만, 결국 사람을 통해 치유받고 앞으로 나아간다.
"살아오며 내게 생긴 상처들이 어쩌면 나를 살아가게 하는 '아가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안재훈 감독의 말처럼, '아가미'는 결국 '살고 싶다'라는 마음에 다다르게 하는, 위로의 이야기다.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곤과 강하가 서로에게 의지했고, 해조가 곤 덕분에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됐듯이, 필연이든 우연이든 우리가 맺게 되는 인연의 끈은 그 자체로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부르기도 기억하기도 쉬운 단 한 글자 이름을, 막상 자기가 붙여놓고 부르지도 못했대요. 그 무렵 강하는 다이제스트 판으로 된 학급문고 도서를 읽고 있었는데 그 첫 장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대요. 북쪽 바다에 사는 커다란 물고기, 그 크기는 몇천 리나 되는지 알 수 없는데 그 이름을 곤(鯤)이라고 한다. 언제 어떤 일로 떠날지 모르는 아이였잖아요. 그 이름을 일상적으로 부르는 것조차 두려웠던 거예요. 한 번 제대로 마주한 적 없는 존재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그 한 음절이 혈관을 부풀어 오르게 하고 마침내,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아서."
![애니메이션 '아가미' 스틸컷 [사진=㈜엣나인필름]](https://image.inews24.com/v1/a013e4b16e7c48.jpg)
![애니메이션 '아가미' 스틸컷 [사진=㈜엣나인필름]](https://image.inews24.com/v1/9a91b0ce30291e.jpg)
이청아의 목소리로 듣게 되는, 곤을 향한 강하의 진심은 참 슬프고 애틋하다. 자신이 붙인 이름임에도 심장이 터져버릴까 봐 부르지 못하고 "야"라고만 해야 했던 강하는 어떤 마음으로 곤이 하나씩 보내오는 사진을 바라봤을까. 강하를 찾아 바다로 들어가는 남자 인어 곤의 이야기만큼, 강하의 지난 삶도 참 많이 궁금한 '아가미'다.
감수성을 자극하는 화법과 그림체는 보고 듣는 재미가 있다. 한국말을 하는 등장인물들이 살아가는 곳이 유럽이라는 점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아름다운 자연 풍경 등 디테일이 살아 숨 쉬는 화면 덕분에 눈이 즐겁다.
'아가미'의 또 다른 힘은 배우들의 목소리다. 정해인과 강하늘, 이청아, 유재명 등은 첫 더빙 도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들어 극적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곤 역의 정해인은 비주얼부터 싱크로율 100%다. 정해인이 곧 곤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소년미와 신비로움을 모두 담아낸 외형에 차분하고 부드러운 정해인의 목소리가 더해져 캐릭터의 생명력이 더욱 반짝인다.
![애니메이션 '아가미' 스틸컷 [사진=㈜엣나인필름]](https://image.inews24.com/v1/a1100012b93228.jpg)
강하늘은 단단하면서도 명확한 목소리 톤으로 강하라는 캐릭터에 입체감을 더했다. 강하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후 인간에 대한 정을 잃은 채 살아왔지만 친구이자 가족으로 함께 자라난 곤에게는 연민 그 이상의 복잡한 감정을 품고 사는 인물이다. 강하늘은 곤을 아끼는 마음을 투박하고 거칠게 표현하는 과거와 뒤늦은 후회의 감정을 드러내는 현재를 모두 담아내며 극적 긴장감과 여운을 안긴다. "목소리가 정말 좋다"는 안재훈 감독의 감탄이 저절로 이해될 정도로,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목소리로 애니메이션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킨 강하늘이다.
내레이션을 비롯해 극을 끌고 가야 하는 이청아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는 '아가미'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힘이다. 여기에 유재명과 김선영 역시 제 몫을 톡톡히 해내며 '아가미'를 다채롭게 만들어준다.
9월 9일 개봉. 러닝타임 105분.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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