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영화인들이 '암살자(들)'을 둘러싼 최근의 정치권 공방과 관련해 "영화를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라"며 한목소리를 냈다.
정지영·이명세·김홍준 감독,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윤성은·전찬일 영화평론가, 백재호 감독 등 영화인들은 8일 오전 부산 해운대 이벤트광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입장문을 발표했다.

영화인들은 입장문을 통해 "영화에 대한 비판과 토론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역사적 사건을 다룬 작품이라면 더욱 치열한 논쟁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지금 이 논쟁이 영화에 대한 평가를 넘어 정치적 정쟁의 도구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어 "영화를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것은 누구의 몫인가"라고 반문하며 "영화 제작진에게 관객을 가르치려 한다고 비판하면서, 정작 영화를 보지 않은 채 작품의 의미와 의도를 먼저 규정하고 무엇을 보아야 하고 무엇을 보지 말아야 하는지까지 정치가 판단하려 한다면, 누가 관객을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까"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국정감사와 자료요구 등 공적 권한 행사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근거와 사실을 토대로 이뤄져야 하며, 정치적 압박의 도구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영화인들은 "특정 영화에 찬성해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반대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찬성이든 반대든 정치가 작품의 의미와 관객의 판단을 대신하지 말라는 것이다. 영화를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고, 관객이 직접 보고 판단할 기회를 남겨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이하 영화인 공동입장문
영화를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마십시오
관객의 판단을 정치가 대신하지 마십시오
최근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쟁이 작품에 대한 평가의 범위를 넘어 정치권과 공공기관, 투자기관, 극장과 학교, 해외영화제의 상영 문제로까지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영화에 대한 비판과 토론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역사적 사건을 다룬 작품이라면 더욱 치열한 논쟁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이 논쟁이 영화에 대한 평가를 넘어 정치적 정쟁의 도구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우려합니다.
작품을 충분히 보거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도 전에 영화의 제작 의도와 정치적 성격을 먼저 규정하고, 그 판단을 토대로 감독과 배우, 제작사, 투자기관, 공공기관, 극장과 영화제까지 계속 새로운 책임의 대상으로 확대하는 방식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우리는 묻고 싶습니다.
영화를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것은 누구의 몫입니까.
영화 제작진에게 관객을 가르치려 한다고 비판하면서, 정작 영화를 보지 않은 채 작품의 의미와 의도를 먼저 규정하고 무엇을 보아야 하고 무엇을 보지 말아야 하는지까지 정치가 판단하려 한다면, 누가 관객을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까.
우리는 또한 국정감사와 자료요구 등 공적 권한의 사용에도 분명한 원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이 영화를 둘러싸고 감독과 제작진의 출석 문제, 투자와 지원 과정, 작품의 내용과 역사적 해석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졌습니다.
국정감사는 구체적인 사실과 근거를 바탕으로 정부와 공공기관의 책임을 묻기 위한 제도입니다.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먼저 제기하고, 이를 근거로 자료요구와 증인 요구, 조사 대상과 책임의 범위를 계속 확대해 민간의 투자와 상영, 문화기관의 판단 영역까지 압박하는 방식으로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공적 권한은 정치적 압박의 도구로 사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어떤 사실과 근거를 바탕으로 국정감사와 자료요구가 이루어졌고, 어떤 과정을 거쳐 그 대상과 범위가 확대되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화인들은 공개된 자료와 적법한 절차를 통해 그 과정과 근거를 계속 살펴볼 것입니다.
공적 권한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면, 그 문제 제기가 어떤 사실과 근거에 기초했는지 역시 설명될 수 있어야 합니다.
국내의 정치적 논쟁을 해외영화제의 독립적인 작품 선정과 상영 결정에까지 확대하는 것 역시 신중해야 합니다.
싱가포르국제영화제는 10월 7일 공식입장을 통해 외부의 논란과 요구에도 불구하고 독립적인 프로그래밍 과정을 통해 선정한 <암살자(들)>을 예정대로 개막작으로 상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영화제의 역할은 관객들이 다양한 이야기와 관점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고 밝혔습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원칙입니다.
어떤 작품을 선정하고 상영할 것인지는 영화제의 독립적인 판단 영역이며, 그 작품을 볼 것인지 말 것인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는 관객이 결정할 일입니다.
이미 이 논쟁의 과정에서 영화 관계자 개인의 신상이 공개되고, 주거지와 일상이 침해되며, 협박과 신변 위협으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영화에 대한 비판이나 정치적 의견 표현과는 명백히 다른 문제입니다.
우리는 특정 영화에 찬성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반대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닙니다.
찬성이든 반대든, 정치가 작품의 의미와 관객의 판단을 대신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영화를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마십시오.
공적 권한을 정치적 압박의 수단으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관객이 직접 보고 판단할 기회를 남겨주십시오.
정치가 한 걸음 물러나고,
관객에게 판단의 자리를 돌려주십시오.
2026년 10월 8일
대한민국 영화인 일동
/김양수 기자(liang@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