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연상호 감독이 자신의 감독 인생에 빛이 되어주 부산국제영화제를 다시 찾아 '실낙원'으로 관객을 만났다. 페르소나라 할 수 있는 김현주,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배현성과 함께 인간의 심연을 그리며 인간다움을 이야기 한다.
10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진행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 영화 '실낙원'(감독 연상호)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현장에는 연상호 감독과 배우 김현주, 배현성이 참석했다.
![배우 김현주-연상호 감독-배우 배현성이 1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실낙원'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036a7cb767222c.jpg)
'실낙원'은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 류소영(김현주 분)에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 류선우(배현성 분)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심리 스릴러다. 지난 9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상영됐다. AI를 소재로 한 가운데 인간다움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인간의 심연을 섬세하게 다뤘다는 평을 얻고 있다. 특히 김현주와 배현성의 탄탄한 연기로 탄생한 캐릭터에 깊이 몰입된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날 연상호 감독은 "어머니가 세 페이지로 쓰신 원안을 보여주셨다. 인물의 심리에 대한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라며 "그걸 원안으로 2020년 정도에 첫 번째 대본을 썼다. 몇 년 뒤에 다시 대본 '블랙 인페르노'를 썼고, 한참 지나서 최근에 다시 쓰면서 '실낙원'이 됐다"라고 작업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블랙 인페르노'는 인간과 대자연 속 깊은 어둠과 인간의 심연을 대비했다. 대자연도 이기지 못하는 인간의 깊은 심연을 보여주자는 마음이었다"라며 "'실낙원'은 AI의 시대에서 인간적인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AI 시대 인간성이라고 하는 것이 궁금하고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라고 전했다.
![배우 김현주-연상호 감독-배우 배현성이 1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실낙원'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a6b7eec67d33e0.jpg)
연상호 감독는 원안에 대해 "어떤 마을에 아들을 엄청 사랑하는 엄마가 있는데, 아들이 커갈수록 나빠진다. 어느 순간에 말리지 못할 정도로 극단적인 짓을 하다가 엔딩과 비슷한 일을 한다"라며 "그게 사랑의 감정으로 묘사가 되어있다. 신기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AI는 재미있는 존재이자 보편성의 상징이다"라며 "제가 미술을 전공했는데 미술사에서 가장 흥미롭게 보는 시대가 르네상스 시대다. 휴머니즘, 인간적인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많이 생기는 시대다"라고 인본주의를 중요하게 바라보는 이유를 전했다. 그는 "인간다움이 무엇인가의 반대 방향이 AI이고, 인간다움은 이해할 수 없음, 불안정함인 것 같다. 이것이 인간만이 가진 독특함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영화는 류소영의 심리를 따라가는 영화로, 인간의 심연에 집중했다"라고 전한 연상호 감독은 "우리 딸이 10세 시절에는 정말 귀여웠다. 진짜로 귀여웠는데, 같은 사람이 맞나 싶다"라고 딸을 언급하며 "한 인간을 같은 사람으로 인식하는 건 연속성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끊어진다면, 같은 사람으로 생각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어린 선우는 연속성을 주기 위한 형태로 설계했고 진짜 선우는 연속성이 비어 있다. 그래서 '내 아들이 맞나?'하는 의심이 생긴다고 생각했다"라고 두 아들 사이에서 오는 괴리감, 낯섦을 언급했다.
![배우 김현주-연상호 감독-배우 배현성이 1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실낙원'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f14497dbecfe1f.jpg)
김현주 역시 "류소영을 연기한 배우 입장에서 혈육만이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건데, 9년 동안 아들에게 집착 수준의 감정이 있어서 아마 살아 돌아온 아들은 그냥 낯선 남자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라며 "나와 아들 사이를 방해하는 사람처럼 생각하면서 연기하기도 했다"라고 부연했다.
또 김현주는 "저는 작품에 임하는 루틴이 있는데,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첫 감정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가 기억해 두고 신 찍을 때 하나씩 꺼내쓴다. 그래서 처음 볼 때가 굉장히 중요했다"라며 "'실낙원'은 14회차 만에 완료했다. 많은 분이 "어떻게 하냐? 타이트하지 않냐?" 했는데 오히려 몰입도 있게 집중할 수 있었다. 그게 도움이 됐다"라고 짧은 회차라서 더욱 몰입해 연기할 수 있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감정의 흐름이 어렵고 끝까지 내려가야 했지만 연기한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류소영 그 자체를 표현해야겠다는 생각했다"라며 "심리적으로 불안한 것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배현성은 '실낙원'에서 납치된 후 9년 만에 살아 돌아온 아들 류선우 역을 맡아 데뷔 후 가장 강렬한 연기 변신에 나섰다. 다듬어지지 않은 머리와 주근깨 분장 등으로 외형부터 변화를 준 배현성은 눈빛 속에 거칠고 불안한 감정을 모두 담아내며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얼굴을 보여준다. 특히 김현주와 맞붙는 장면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쏟아내 깊은 인상을 남긴다.
![배우 김현주-연상호 감독-배우 배현성이 1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실낙원'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23641469802bb0.jpg)
배현성은 자신이 맡은 류선우에 대해 "대본을 봤을 때 무서운 캐릭터로 보이지만, 저는 나른하고 무관심한 태도로 보여주려고 했다"라며 "감정이 휘몰아치는 연기를 할 때는 김현주 선배님이 앞에서 잘해주시니까 거기에 맞춰서 저의 리액션이 잘 나오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라고 김현주 덕분에 잘 연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중간 서사를 채우기 위해서 감독님에게 여쭤보고 대화도 많이 했다. 소영의 아들 자아와 납치범의 아들 자아 속에서 납치범의 아들로서의 자아가 더 커간 것 같다"라며 "엄마에 대한 원망도 많이 있었을 것 같다"라고 캐릭터의 감정선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분장으로도 표현했다. 밖에서 활동을 하니까 주근깨 분장도 많이 하면서 선우를 준비하고 표현했다"라고 덧붙였다. 연상호 감독은 "배현성은 젊은 배우이고 역할도 쉽지 않은데 현장에 오면 여유가 있다"라며 "긴장을 많이 안 한다. '슬램덩크'의 윤대협 같은 느낌"이라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얼굴'에 이어 '군체'와 '실낙원' 등 최근 영화 작업을 많이 한 연상호 감독은 시나리오부터 캐스팅, 그리고 촬영까지 빠르게 진행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아내가 "'얼굴' 잘됐다고 충동적으로 하는 거 아니냐"라는 얘기를 했다"라며 "하지만 첫 스크리닝을 하고 나니까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충동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재미있고 즐거운 경험이다. 정식으로 개봉하게 되면 관객들과 만나면서 더욱 생명력을 가지게 될 것 같다"라고 기쁜 마음을 표현했다.
![배우 김현주-연상호 감독-배우 배현성이 1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실낙원'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0e9075e24b62e0.jpg)
이에 김현주는 "에너지가 달랐다. 오래 준비하면 생각도 많아지고 다른 것도 있을 텐데 짧은 시간에 해서 몰입도와 에너지가 있었다. 그래서 잘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연상호 감독과의 작업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부산국제영화제와 인연이 깊은 연상호 감독은 "'돼지의 왕'으로 처음 왔었는데 3관왕을 했었다. 그 덕에 먹고 사는 거다"라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는 "잘 되고 싶은 마음으로 기대하고 만들었는데, 잘 이뤄지지 않았다. '돼지의 왕' 때도 상영에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스크리닝을 한 번 하고 부산에 도착했었는데 공기가 다르게 느껴졌다. 자원봉사자들이 난리가 났다고 했다"라며 "'내 인생이 바뀌나?' 했었고, 말 그대로 부산영화제 덕분에 먹고 산다. 덕분에 영화를 많이 만들 수 있게 됐다. 엄청난 운이었다. 또 수상작으로 만들어준 심사위원들에게 감사하다"라고 고백했다.
'실낙원'은 오는 10월 21일 개봉된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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