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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흐르는 여정', 참 아름다운 '올해의 수작'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이토록 아름다운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라니. 거창하지 않지만, 깊은 사랑을 보여준다. 삶과 죽음, 가족, 사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울림이 큰 영화, '흐르는 여정'이다.

'흐르는 여정'(감독 김진유)은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자신만의 여행을 준비하던 춘희(김혜옥 분)가 새로 이사 간 아파트에서 예상치 못한 인연들을 만나며 고요했던 일상에 새로운 선율이 흐르기 시작하는 이야기의 영화다. 장편 데뷔작 '나는보리'를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진유 감독의 6년만 신작으로, 저스틴 민의 첫 한국 영화 주연작이기도 하다.

영화 '흐르는 여정' 스틸컷 [사진=㈜영화사 진진]
영화 '흐르는 여정' 스틸컷 [사진=㈜영화사 진진]
영화 '흐르는 여정' 스틸컷 [사진=㈜영화사 진진]
영화 '흐르는 여정' 스틸컷 [사진=㈜영화사 진진]

전작에서 한 가족과 공동체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섬세하게 들여다봤던 김진유 감독은 이번 '흐르는 여정'에서 더욱 깊어진 인간애를 바탕으로 더욱 넓게 삶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춘희는 남편이 남긴 피아노와 자동차를 가지고 아파트로 이사를 간다. 문제는 피아노를 집에 넣으려면 앞에 있는 나무를 베어야 한다는 것. 어떻게 그러냐며 고민하고 있던 찰나, 민준(저스틴 민 분)이 갑자기 나타나 15층인 자신의 집에 두자고 한다. 그렇게 춘희는 얼렁뚱땅 독일에서 온 지휘자이자 막걸리를 너무나 좋아하는 민준과 인연을 맺게 된다. 그리고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소년 성찬(박대호 분)까지 만나면서 고요했던 일상에 새로운 선율이 흐르게 된다. 봄날의 만남은 가을바람과 함께 무르익고, 춘희가 오래전부터 준비한 여행도 가까워진다.

극은 시종일관 잔잔하다. 이사를 하고, 세차하고, 피아노를 배우고, 밥을 먹고.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이 러닝타임을 가득 채운다. 극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지극히 평범하다. 춘희는 같이 여행을 떠나기로 한 약속을 뒤로한 채 세상을 떠난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이젠 약 먹는 일이 “지겨워”라고 말할 정도로 오래 병마와 싸우고 있다. 그럼에도 주변 이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고 환하게 웃어주고 다정하게 말하고, 아파트 복도 청소도 마다하지 않는다. 힘들어 계단에 앉아 쉬고 있는 할머니를 위해 의자를 가져다 놓기도 한다. 그렇게 작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영화 '흐르는 여정' 스틸컷 [사진=㈜영화사 진진]
영화 '흐르는 여정' 스틸컷 [사진=㈜영화사 진진]
영화 '흐르는 여정' 스틸컷 [사진=㈜영화사 진진]
영화 '흐르는 여정' 스틸컷 [사진=㈜영화사 진진]

물론 그가 현재 바라고 있는 일은 평범하다고 할 수 없다. 사랑하는 이들을 두고 세상을 떠나는 일이 어디 말처럼 쉬울 수 있을까. 그럼에도 영화는 이별에 대한 슬픔을 얘기하기보다는, 세상에 아름다운 마음을 흩뿌리는 춘희의 일상을 아주 담담한 시선으로 담아내는 것에 더 집중했다.

이런 춘희의 옆에는 민준과 성찬이 있다. 두 사람에게도 현실의 아픔, 상처가 있다. 민준은 자신을 낳아준 친모를 찾기 위해 독일에서 한국으로 와 춘희를 만났다. 동네 착한 백수 같지만 알고보면 실력 좋은 지휘자다. 성찬의 재능을 발견한 그는 춘희 남편의 피아노로 성찬에게 레슨을 해주고 있다. 서툰 한국말에 춘희에게도 반말하던 그는 어느새 춘희를 엄마라 부르며 춘희의 삶에 깊숙이 들어온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알바를 병행하는 성찬은 고단한 삶 속에서도 피아노를 향한 꿈을 잃지 않는다. 두 사람 역시 춘희처럼, 눈과 마음속에 많은 감정을 담고 힘차게 살아간다. 이들 외에도 춘희의 옆을 지키는 동시에 결혼에 대한 고민이 많은 나경(공민정 분)을 비롯해 아파트 경비원, 수다스러운 옆집 남자, 카페 사장 등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할 법한 인물들이 곳곳에서 이야기를 채워간다.

도파민 팡팡 터지는 스펙터클한 사건은 없다. 그럼에도 러닝타임 125분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다. 적재적소에 귀엽고 엉뚱한, 웃음 포인트가 깔려 있어 기분 좋게 극을 볼 수 있다. 오히려 이렇게 소소한 이야기를 이토록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김진유 감독의 능력이 놀랍다.

영화 '흐르는 여정' 스틸컷 [사진=㈜영화사 진진]
영화 '흐르는 여정' 스틸컷 [사진=㈜영화사 진진]
영화 '흐르는 여정' 스틸컷 [사진=㈜영화사 진진]
영화 '흐르는 여정' 스틸컷 [사진=㈜영화사 진진]

춘희가 나경에게 부탁한 화분을 비롯해 민준이 달아놓은 사이드미러, 와인잔에 담긴 막걸리, 남편과의 추억이 담긴 된장찌개, 민준이 선택한 효자손 등 등장하는 소품 하나하나마다 사랑이 가득 담겼다. 그래서 무엇 하나 허투루 볼 게 하나도 없다. 이들을 이어주는 음악도 마찬가지. 춘희의, 민준의, 성찬의 마음이 하나로 모인 무대는 그 어떤 찬사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감동적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 속에는 악인이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 또한 김진유 감독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쌓이는 먼지를 닦아내는 일이야. 죽음이란 건 별게 아니라 그저 먼지가 쌓이는 것과 같은 일일 뿐." 영화 말미 인용되는 천명관 작가의 '고래'의 글귀까지, 삶의 끝자락에서도 삶의 가치를 긍정하며 깊은 여운을 남기는, 올해 최고로 아름다운 영화 '흐르는 여정'이다.

10월 28일 개봉. 러닝타임 125분. 전체관람가. 쿠키영상 있음.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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