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그야말로 시간 순삭이다. 상대적으로 짧은 러닝타임 속 매회 어떤 극한의 알바가 펼쳐질지, 또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낼지 궁금해져 중간에서 끊을 수가 없다. 그만큼 신선하고 기발한 설정이 돋보인다. 여기에 원맨쇼 활약을 하는 이재욱의 연기 차력쇼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번 시작하면 8부 끝까지 쭉 정주행하게 되는 '꿀잼' 판타지 호러 시리즈 '꿀알바'다. 다만 시즌2를 예고하며, 많은 여지와 의문을 남긴 결말은 다소 아쉽다.
넷플릭스 시리즈 '꿀알바'(감독 김다민)는 시급 50배부터 시작하는 '꿀알바'만을 소개하는 이상한 인력사무소를 배경으로 청년 혁준(이재욱 분)이 악몽 같은 노동 현장에 투입되며 펼쳐지는 생계형 밥벌이 호러 시리즈다.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의 각본을 쓰고, 영화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로 주목받은 김다민 감독이 첫 장편 시리즈 연출작으로, 이재욱과 고민시, 김민하, 이희준을 비롯해 백현진, 최현욱, 윤경호, 조현철, 고창석, 박경혜, 김시은 등이 출연했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큰 빚을 진 혁준은 뛰어내리겠다는 마음으로 올라간 다리에서 마지막 반전 기회를 알리는 '초고액 일당 알바' 광고 스티커를 발견하고 '거미인력' 사무소를 찾아간다. '개미인력'이 아닌 '거미인력'에서 만난 사장(이희준)은 혁준이 말하지도 않았는데 이름과 휴대폰 번호를 알고 있다. 최저시급 50배부터 시작하는 꿀 같은 알바에 붙은 조건은 '알바에서 겪은 일을 절대 발설하지 말 것'이다. 수상한 알바 제안에 의문을 품는 것도 잠시, 당장 빚을 갚아야 하는 위기에 처한 혁준은 '수락' 문자를 보낸다.
시작은 편의점 야간 알바다. 이 편의점에서 밤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일을 해야 하는 것. 하지만 평범한 듯 보였던 편의점 안에서 기이한 일이 발생하고, 혁준과 같이 일할 또 다른 알바생 최희동(최현욱 분)은 무려 2시간이나 늦게 출근해 혁준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공포 속 첫 알바를 마친 혁준은 2부 삐에로, 3부 우유배달, 5부 임상실험 등 회마다 강도가 세지고 시급 역시 엄청나게 늘어나는 '꿀알바'를 완수하고자 고군분투한다.
취업난 속 빚에 허덕이는 청년이 극한의 알바에 도전해 돈을 번다는 설정이 초반 속도감 있게 전개되면서 쉽고 빠르게 극 속에 몰입하게 한다. 특히 혁준이 해내야 하는 알바의 세계는 신선하고 기발하다. 1부 편의점에선 이재욱과 최현욱의 쫄깃한 티키타카 케미와 맞붙는 에너지가 강렬했다면, 3부에선 기괴한 건물 안에서 정해진 시간 동안 우유를 배달해야 하는 다급한 상황이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6부 건설 현장은 아찔함과 끔찍함이 공존하고, 마지막 알바인 놀이공원은 마치 알바판 '오징어게임'을 보는 듯, 동화를 뒤집은 설정 속 살아남기 위한, 치열하고 잔인한 인형 게임이 펼쳐진다.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공포 분위기, 예측 불가능한 상대방의 돌발 행동, 혼란 그 자체가 된 건물 등 마치 게임 캐릭터처럼 목숨 건 미션을 하나하나 해치우는 혁준의 여정을 응원하며 따라가는 재미가 크다. 코믹과 호러를 적절하게 섞어낸 탄탄한 연출력에 개성 강한 캐릭터를 100% 살려낸 배우들의 연기 등 '꿀알바'만의 장점이 한가득이다.
이재욱은 빚에 허덕이며 알바를 전전하다가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고단한 청춘의 얼굴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햇볕에 그을리고 기미와 주근깨가 올라온 얼굴, 다듬지 않은 머리와 손톱, 고난의 상황 속 심하게 흔들리는 눈빛과 어벙한 표정 등 외형부터 멋짐과는 동떨어졌다. 그의 엉망진창인 원룸 역시 마찬가지. 그가 얼마나 힘들고 정신없는 삶을 살고 있는지를 단박에 알 수 있을 정도다. 빚을 지게 된 이유부터 답이 없다 싶고, 허당기와 겁도 많아서 정말 깜짝깜짝 잘 놀란다. 그런데 막상 극한의 상황을 마주하면 어떻게든 생존하려는 집념이 넘치고, 결국엔 해낸다. "비굴하다가도 고집도 있고, 도망치다가도 우당탕탕 맞선다"라는 한준희 기획 총괄의 설명처럼, 이런 다양함이 주는 의외성, 반전 매력이 재미 포인트다.
이재욱의 원맨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분량이 많은데,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극을 단단하게 이끌어가는 힘이 있다. 특히 기괴한 상황과 생명체를 마주했을 때 즉각적으로 터져 나오는 리액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표정과 목소리 톤 등 표현력이 굉장히 좋다. 이재욱의 얼굴만 봐도 100% 감정이입이 된다. 지질하고 짠내나는 연기부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생존 액션'까지, 이재욱의 압도적인 연기 차력쇼는 '꿀알바'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다.



김민하의 활약도 돋보인다. 지윤은 혁준과 시종일관 티격태격하면서 현실 남매의 정석을 보여주는데, 오빠와는 달리 어떤 순간에도 쫄지 않고 강단 있게 맞선다. 4부 영화관 알바는 특히 이런 지윤의 시크한 성격이 돋보이는 회차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회에서도 지윤은 오빠를 끝까지 지켜내며 걸크러시의 존재감을 발산한다. 최현욱, 윤경호, 윤병희, 조현철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특별출연해 각 에피소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거미인력 사장 이희준과 노동재해 보호원의 사고조사관 연주 역의 고민시는 끝까지 미스터리를 더하는 캐릭터로 활약하며 여운을 남긴다. 이들의 정체와 비밀은 끝까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연주의 과거와 "세상에 공짜가 어딨냐"라는 사장의 대사 등을 통해 두 캐릭터로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유추할 수 있다. 또 "살려면 발버둥 쳐야지", "40년이 지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라는 연주의 대사, "다들 살려고 그런 거잖아. 목숨 버리려고 일한 게 아니라 살려고 일한 것"이라는 혁준의 대사는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노동의 의미와 고단함을 넘어 잔인하기까지 한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아쉬운 건 "또 다른 진실이 보일 것"이라는 말과 지윤이 받은 문자 메시지로 궁금증만 남긴 채 시즌2를 예고하는 결말을 그렸다는 점이다. 이 궁금증을 해소하려면 시즌2를 기다려야 하는 '무급 알바'가 시청자에게 주어진 셈. 과연 '꿀알바'가 흥행에 성공해 기분 좋게 시즌제를 이어갈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10월 30일 전 세계 공개. 총 8부작. 19세 이상 관람가.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