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나는 아니다', 10·26과 소시민의 블랙코미디⋯11월 4일 개막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대한민국 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순간 중 하나인 '10·26 사건'을 기발한 블랙코미디로 재해석한 연극 '나는 아니다'가 대학로 공간 아울 무대에 오른다.

연극 '나는 아니다'는 오는 11월 4일부터 15일까지 대학로 공간아울에서 열린다.

연극 '나는 아니다' 포스터 [사진=바람엔터테인먼트 ]

이번 작품은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아르코 창작산실 대본공모 당선, 연극 '믿을지 모르겠지만'으로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에 오르며 치밀한 서사와 풍자성을 인정받은 김이율 작가의 신작이다. 극단 처용과 작업그룹 동고동락의 다섯 번째 파트너십 프로젝트로, 장용석 연출이 각색과 연출을 맡아 묵직한 시대적 화두를 유쾌하면서도 날카로운 감각으로 풀어낸다.

연극 '나는 아니다'는 지나치게 순박하여 국가와 타인을 의심 없이 믿고 살아가는 퀵서비스 배달원(철가방) '마창석'을 중심에 둔다. 6살 아들의 무탈을 위해 굿판을 벌이고, "빨간 팬티를 입어야 아들을 지킬 수 있다"는 무당의 주술을 순진하게 믿는 인물이다.

그러나 아들과 놀이터에서 주운 장난감 총이 '진짜 총'이었고, 같은 시각 모처에서 대통령 서거 소식이 전해지며 그의 삶은 송두리째 뒤흔들린다. 영화 오디션을 보러 간 장소는 사실 수사관의 취조실이었고, 그가 읽은 '시나리오'는 다름 아닌 자신을 간첩으로 몰아가기 위한 조작극의 대본이었던 것. 거대한 국가 권력의 체제 유지와 명분 마련을 위해 소시민 한 명의 삶이 어떻게 파괴되고 왜곡되는지, 극은 폭소와 아픔을 번갈아 가며 쉼 없이 조명한다.

김이율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권력 집단이 자신들의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약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를 지적함과 동시에, 그 속에서 개인들이 외치는 "나는 아니다"라는 문장의 이중성에 주목한다.

작가 김이율은 "'나는 아니다'라는 외침은 억압에 맞서 진실한 자아를 찾으려는 투쟁의 목소리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진실을 거부하고 타인의 희생을 방관하는 부정과 비겁의 말이기도 하다"라며 "관객들이 극을 통해 '과연 나는 어느 편에 서 있는가' 스스로를 비춰보는 거울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에는 이웅호, 노진원, 손흥민, 박태준, 김루시아, 김대흥, 박진수, 김영민, 차혜선, 원인재, 이정수, 손우경, 김수원, 김찬형, 이예희, 심현이, 박지영, 고종민 등 대학로 무대를 든든히 지켜온 18명의 탄탄한 배우진이 출연해 개성 넘치는 연기 호흡과 폭발적인 시너지를 선보인다.

'나는 아니다' 공연 시간은 평일 오후 7시 30분(월요일 공연 있음), 토요일 오후 3시·6시, 일요일 오후 3시다.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