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에도 이런 영화 장르가 필요하다는데 동의하시죠?" 영화 '삼거리 극장'에서 우기남 사장 역을 맡아 열연했던 천호진은 기자 간담회에서 이렇게 취재진에게 물었다.
"동의합니다!" 당연히 동의하고말고. 1년에 100여 편의 영화가 쏟아짐에도 그 놈이 그 놈인 영화 현실에서 독특한 시도와 새로운 볼거리로 무장한 영화가 많이 생산되는 것은 한국 영화의 다양성, 발전 따위의 거창한 이름을 갖다 붙이지 않고서도 순수한 영화 팬의 입장에서 정말 반가운 일이다. 아니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롭다는 이유로, 독특하다는 이유만으로 지루한 영화를 참고 봐줘야할 의무가 우리에게는 없다.

영화 '싱글즈'에서 연출부로 일한 경력이 있는 전계수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인 '삼거리 극장'에는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감독의 찬사가 곳곳에 숨어있다. 우선 '삼거리 극장'이라는 낡았지만, 향수가 가득한 공간이 영화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고 주요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극장주 우기남 사장 역시 과거 영화감독 출신으로 설정돼 있다.
또한 영화감독이었던 우기남 사장이 영화에 대해 내뱉는 대사에는 영화에 대한 전감독의 생각이 짙게 깔려있다. 실제로 기자간담회에서 전감독은 "우기남의 대사는 피를 토하는 심정을 써내려갔다"고 밝힌 바 있다.
극 중 우기남은 "영화를 보고 있으면 유령이 되는 것 같다. 나는 없고 스크린 속 인물들의 삶이 사실인 양 눈앞에서 펼쳐진다. 영화가 끝난 후 문을 나서면 또 다른 영화가 시작될 것 같다"라고 말하며 영화라는 매체의 판타지적 속성을 예찬한다.
전감독은 "영화의 이런 판타지적 속성을 잘 표현할 수 있는 형식이 뮤지컬인 것 같아 한국 사람에게는 낯선 뮤지컬을 도입하게 됐다"며 뮤지컬 영화를 연출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사실 이 영화가 공감하기 힘든 건 이런 형식 때문이 아니다. 뮤지컬 형식이 새롭고 낯설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할리우드의 많은 뮤지컬 영화를 접했고, 뮤지컬 공연도 대중화되어 가고 있는 시점에 있다.
이 영화가 대중의 큰 호응을 일으키지 못하리라 예상 되는 것은 그런 형식보다도 은유로 가득 찬 내용에 있다. 감독은 곳곳에 여러 가지 의미를 심어놓았지만 대중들이 같이 호흡하고 따라가기엔 너무 개인적이다.
첫 장편 영화라 그런지 한꺼번에 많은 것을 담으려는 감독의 욕심이 느껴지고 대중들이 편하게 즐기기엔 그런 감독이 욕심이 많은 부담을 안겨준다.
사실 대중들에게 뮤지컬 형식이든 판소리 형식이든 그런 것들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영화가 재미만 있다면 우린, 언제든지, 볼 준비가 돼 있다.
조이뉴스24 /이지영기자 jyl@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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