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 감독 영화의 팬이라면 그의 이름이 낯설지 않다. 지금껏 그가 출연한 다섯 편의 장·단편영화 모두 장진 감독의 작품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장진 영화에 출연했다고 소개하기보다 '난타'의 출연배우라고 소개하면 더 쉽게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장진 감독의 여섯 번째 장편영화인 '거룩한 계보'에서 류승룡은 동치성(정재영 분), 김주중(정준호 분)과 함께 어린시절 죽마고우였던 정순탄 역을 맡았다. 그는 김주중으로 출연한 정준호에 비해 극에서 비중이 높았다.
류승룡은 자신이 부각되지 못하는 사실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았다. 정순탄은 조직을 위해 모든 것을 감내하고 사형을 언도받는 인물. 동치성은 교도소에 들어가 사형선고를 받고 죽은 줄 알았던 정순탄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고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영화에서도 죽었던 사람으로 나오는데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류승룡은 자신이 나서야 할 자리와 물러서야 할 자리에 맞게 처신하고 싶다고 했다. 정순탄이 비록 동치성 다음 가는 배역이나 그의 모습은 개봉 전까지 찾아보기 힘들었다.
류승룡은 홍보와 마케팅에 대한 섭섭함은 전혀 없다고 거듭 강조한다. 배우에게는 영화가 우선이란다. 자신의 존재가 부각되는 것보다 영화가 잘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재영이에 비하면 아직도 멀었습니다" 류승룡은 정재영의 연기가 이제 물이 오를 대로 오른 것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거룩한 계보'를 촬영하며 정재영에게 프로가 어떻게 현장에서 대처하고 연기하는 것을 배웠다고 털어놨다.
류승룡은 정재영과는 서울예전 연극과 동기며 장진 감독은 그의 학교 선배다. 대학로에서 소위 말하는 '장진 사단'의 일원이다. 줄곧 장진 감독의 연극에 출연했고 90년대 중반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으로 부상한 '난타'의 주연배우로 활동했다. 이후 장진 감독의 단편과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 차승원의 라이벌 검사 성준으로 분해 스크린에 비중있는 조연배우로 얼굴도장을 찍었다.
그는 장진 감독에 대해서 "그 분은 내가 힘들 때 멍석을 깔아주셨다"며 고마워했다. 현재 매니저가 없는 그에게 장진 감독은 사실상 매니저라고 한다. '거룩한 계보' 이후 출연한 영화에 대해 장진 감독이 계약서를 담당해줬다.
'거룩한 계보'가 이전 장진 작품보다 자기 색깔을 잃었다는 평에 대해 류승룡은 고개를 저었다. 이전 작품보다 두 걸음 정도 더 앞서나간 작품이라며 "굉장히 성공적인 작품"이라고 말했다. 장진 특유의 엇박자와 이전 작품에서 보기 힘들었던 진중함이 함께 들어있는 영화라고 덧붙였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를 인용한 영화 속 인상 적인 대사 "너는 밀어 붙여 나는 퍼 부을테니"를 읊은 것은 동치성 역의 정재영도, 김주중 역의 정준호도 아니다. 바로 정순탄 역의 류승룡이다. 그가 '거룩한 계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거룩한 계보'의 촬영 이후, 류승룡은 송혜교, 유지태 주연의 '황진이'이에서 3각 관계를 이루는 사또 역으로 출연해 현재 촬영 중에 있다.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인 '천년학'에서 조재현, 오정혜와 더불어 극의 한 축을 이루는 주막 주인 역을 맡았다.
설경구와 조한선이 출연한 '열혈남아'에도 출연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의 충무로 인생이 앞으로 '순탄'하게 풀릴 예감이 들었다.
조이뉴스24 /김용운기자 woon@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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