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한화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 2006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그 어느 때보다 진땀나는 승부가 이어졌다.
우승팀 삼성은 6경기 가운데 단 한 경기에서도 5점 이상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3경기 연속 연장 승부. 한화 다이너마이트 타선은 아무리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삼성 불펜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3경기째 이어진 연장 승부와 삼성이 우승을 차지한 그 순간까지 야구팬들을 즐겁게 했던 그 장면을 되돌려 본다.
▲ 4차전 삼성 4:2 한화 - 돌아온 걸사마
가을만 되면 힘이 솟는 사나이 '걸사마' 김재걸이 건진 값진 승리였다.
선발에서는 한화가 앞섰다. 한국시리즈 들어 두번째 선발로 등판한 '괴물 신인' 류현진은 진갑용에게 솔로포를 내준 것을 제외하면 5.2이닝 동안 4피안타 1실점으로 잘 던졌다. 삼성 선발 전병호는 불과 2.2이닝 만에 안타 4개를 맞고 1실점하며 물러났다.
하지만 그 뒤에 선발보다 더 막강한 불펜이 버티고 있는 것이 삼성이다. 삼성이 끊임없는 물량 공세를 퍼부을 때 한화는 문동환 하나로 버텨야했다.

3차전서 홈런 한방으로 연장까지 몰고간 한화는 이날도 1-1로 맞선 4회말 한상훈이 삼성 두번째 투수 임동규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극적인 역전을 이룬다. 그러나 삼성 벤치는 임동규가 홈런을 맞은 뒤에도 계속 믿음을 보냈다. 결국 삼성은 1-2로 뒤진 7회 1사 만루서 조동찬의 유격수 땅볼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때부터 권오준-오상민-배영수-오승환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특급 계투진은 한화 타선을 무득점으로 꽁꽁 묶었다. 그사이 타선은 연장 10회초 2사 2,3루에 가을 사나이 김재걸이 좌중간을 가르는 깨끗한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승부를 마무리 지었다.
▲ 5차전 한화 1:1 삼성 - 연장 15회 최장시간 혈투 그리고 투혼의 불펜 대결
포스트시즌 사상 최장시간 경기 끝에 무승부로 끝났다. 한국시리즈서 무승부가 나온 것은 7번째로 15회 연장전 뒤 무승부는 이번이 5번째다. 무려 5시간 15분 동안 양팀은 1점씩 밖에 올리지 못했다. 그 뒤에 투혼의 대결을 펼친 불펜이 있었기 때문이다.
양팀 모두 선발 브라운(무실점)과 정민철(1실점)이 5이닝 동안 비교적 잘 버텼다. 한화는 0-1로 뒤진 6회말 2사 1루에 두번째 투수 최영필을 내리고 지연규를 올렸다. 무려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를 다시 밟는 지연규였다. 포스트시즌에서 그다지 좋은 투구 내용을 보여주지 못했기에 지연규의 등판은 의외였고 한편으론 불안했다.

하지만 지연규가 보여준 '불꽃 투혼'은 팬들의 가슴에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억을 남겨졌다. 지연규는 10회말 2사까지 4이닝 동안 안타 1개만을 내주고 삼진 5개를 빼앗으며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삼성 마운드에 배영수 권오준 권혁 임창용 등 내로라 하는 투수들이 오르고 내리는 그 시간이었다. 지연규가 마운드 위에서 역투를 펼치자 한화 타선도 7회초 2사 1,3루서 대타 조원우의 좌전 적시타로 극적인 동점을 이뤄냈다.
그러나 지연규에게 한국시리즈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승리는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한화의 9회초 공격 2사 만루, 연장 10회초 2사 1,3루서 후속 타자가 모두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지연규의 투혼은 끝내 무위로 돌아갔다.
지연규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구대성은 13회까지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삼성 역시 오승환이 8번째 투수로 올라 4이닝을 무실점으로 지켜내며 맞불을 놓았다.
▲ 6차전 삼성 3:2 한화 - 오승환, 가장 마지막 문을 걸어 잠그다
전날까지 3경기 연속 연장전에 37이닝을 소화한 양팀은 모두 기진맥진이었다. 그러나 5차전서 1점씩 밖에 내지 못했기에 방망이는 초반부터 불꽃이 튀었다.
삼성은 1회부터 한화 선발 안영명을 두들겼다. 양준혁과 진갑용의 적시타로 2-0으로 앞선 삼성은 2회초 다시 조동찬의 중전 적시타로 1점을 더하면서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듯 했다. 하지만 한화의 마지막 의지 앞에 삼성의 높디 높은 불펜도 흔들렸다.
한화는 6회말 김태균과 이범호의 연속 안타로 무사 2,3루 기회를 잡은 뒤 이도형의 땅볼로 마침내 1점을 얻었다. 그러나 계속된 1사 3루서 단 한점도 더하지 못한 게 끝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태균은 8회말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눈앞에 둔 배영수를 상대로 우월 솔로포를 때려내며 자존심을 살렸다.
9회초 마운드에 오른 구대성은 삼성 타자 3명을 내리 삼진으로 잡아내며 분위기는 한화로 이어지는 듯 했다. 한화는 돌아선 9회말 공격에 선두타자 한상훈의 안타와 심광호의 희생번트로 1사 2루를 만들며 배영수를 끌어내렸다.

이때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삼성 '수호신' 오승환이었다. 오승환은 전날 4이닝을 던진 탓에 다소 무리한 상태였지만 선동렬 감독은 오승환을 믿었다. 오승환은 첫 타자 조원우에게 내야 안타, 다음 타자 고동진에게 볼넷을 내주며 1사 만루를 허용하고 말았다.
하지만 오승환은 더욱 극적인 승부를 위해 마치 일부러 그랬다는 듯이 후속 클리어를 플라이, 데이비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가장 높은 곳에서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선 감독이 "언제나 우리 팀의 마무리"라고 치켜 세우던 오승환이 결국 한국시리즈 마지막 문을 걸어 잠갔다.
조이뉴스24 /최정희기자 smile@joynews24.com 사진=김동욱기자 gphoto@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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