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도메인 네임 전쟁(2) - 'Chanel.co.kr' 케이스


 

이 사건은 피고가 우리에게 익숙한 프랑스의 샤넬 상표 영문명을 한국전산

원 산하의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에 도메인 등록하여(chanel.co.kr)

그 주소로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홈페이지의 여러 곳에 'Chanel

International' 또는 '샤넬인터내셔널'이라는 상호를 표시하여 페르몬 향

수, 란제리, 콘돔등 각종 성인용품을 판매하자 원고들(프랑스의 '샤넬'사

와 한국의 '샤넬유한회사')이 피고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금지 및 도메인 네

임 등록말소절차 이행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타인의 상표나 상호를 침해한 경우 민사상 침해금지 청구나 손해배상 청구

등을 할 수 있는 근거법령으로는 상표법,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과 상법 등이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원고들은 상표법 위반에 대한 주장을 하고 있지 않

다. 그 이유는 상표법 제66조에서는 타인의 등록상표 또는 유사상표를 사용

하는 등의 행위를 상표권자 또는 전용 사용권자의 상표권 또는 전용 사용권

을 침해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는데 피고는 상표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침

해행위를 한 것으로 보여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상표법상 상표권 침해행위는 위조상표를 상품에 부착하거나, 상품에 부착

할 목적으로 상표를 위조하거나, 상표 위조에 사용할 용구를 제작, 소지하

는 행위 등을 말한다. 그런데 도메인 네임 등록을 하는 행위나 그 도메인

네임으로 홈페이지를 만들어 이를 홈페이지 상에 표기하는 행위 등은 위와

같은 상표법상의 상표 위조나 위조상표를 상품에 부착하는 등 침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일반 상식으로 볼 때 이 사건 피고가 타인의 등록 상표를 홈페이지상에 자

신의 상표인 양 표시하고 있으므로 상표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

문이 제기될 수 있으나 현행법령의 구체적 규정의 해석에 의한 도메인 네

임 전쟁 해결기준에 비추어 피고의 행위를 상표법상의 상표권 침해행위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의 행위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상

의 부정경쟁행위라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샤넬' 또는 'chanel'이라는 문자

나 이를 포함한 문자의 피고의 상호로 사용금지, 인터넷 홈페이지에 사용금

지 및 도메인 네임으로의 사용금지를 구하고 동시에 이미 등록

한 'chanel.co.kr'이라는 도메인 네임의 등록 말소절차를 이행할 것을 청구

한 것이다.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들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4

조 내지 제6조에 근거하여 부정경쟁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청구, 손해배상

청구 및 신용회복 청구가 가능하다.

그런데 원고들은 부정경쟁행위의 금지 및 예방청구만을 하고 있다. 원고들

이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않은 이유는 명확히 알수 없으나 도메인 네임으

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시키는데 일차적인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손해배상에

는 관심을 두지 않았거나 손해액에 대한 입증이 어렵다는 점이 고려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면 손해액에 대

한 객관적 입증을 통하여 배상판결을 받을 수도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한편 원고들은 신용회복 청구도 하지 않았다. 신용회복 청구란 부정경쟁행

위에 의하여 영업상의 신용이 실추된 경우 그 회복에 필요한 조치를 구하

는 것이다. 과거에 이 신용회복 청구는 사죄광고 게재 청구의 형식으로 이

루어져 왔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에서 사죄광고를 판결에 의하여 강제하는

것은 피고의 양심의 자유를 재판에 의하여 침해하는 것으로서 인정될 수 없

다고 위헌판결을 한 이래로 사죄광고 청구는 법원에 의하여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만약에 원고들이 '피고의 비용으로 피고 패소 판결문의 내용을 일간

신문 등에 게재할 것을 구하는 내용으로 신용회복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구한다면 이는 법원에 의하여 인용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

서는 물론이고 이후에 이어지는 사건들에 있어서도 손해배상이나 신용회복

청구를 한 사례가 없으므로 이러한 청구가 있을 경우 법원이 어떠한 입장

을 취할 것인지는 누군가가 이러한 청구를 할 때를 기다려보는 수 밖에 없

겠다.

한편,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들의 부정경쟁행위의 금지 및 예방청구 부분

도 다시 세분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원고들의 청구가 인정되기 위

하여는 피고의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법원

은 원고의 주장에 따라 피고의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

률 제2조 제1호 나.목의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 상호, 표장 기

타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와 동일 또는 유사한 것을 사용하여 타인

의 영업상의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을 일으키게 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함에 있어 원고들의 상호 등이 국내에서 주지저명성이 인정되고 피고

가 이를 도메인 네임 및 상호 등으로 표시하여 사용하였음을 인정하여 이러

한 사용은 영업주체의 혼동을 일으키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

정하였다.

법원은 피고의 행위가 영업주체의 혼동을 일으키는 행위인지를 판단함에 있

어 '영업주체의 혼동은 주체의 동일성에 대한 혼동 외에 양자 사이에 거래

상, 경제상 또는 조직상 어떠한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끔 하는 후원관계의 혼동은 물론 현실적으로 혼동이 있는 경우에 한하지 않

고 혼동의 위험이 있는 경우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이 사건과 관련하여 법원은 피고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Chanel

International'이라는 상호를 사용하고 여러 곳에서 표시하고 있는 점, 인

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한 상품목록에 원고가 상표 등록하여 제조, 판매하는

향수나 여성용 속옷과 유사한 '페르몬 향수와 란제리'등이 포되어 있는

점, 페르몬 향수에 대하여는 프랑스 직수입품이라 표시한 점을 들어 피고

의 위와 같은 영업행위가 원고들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하므로 영업주체 혼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피고는 이 사건 소가 제기되자 위 법원에서 혼동행위 판단의 근거로 삼았

던 상호 사용과 홈페이지에의 표시에 대하여는 상호를 변경하고 표시를 삭

제하였으며, 란제리는 판매품목에서 삭제하고 페르몬 향수 광고 상의 프랑

스 직수입 표현을 삭제하고 초기화면에 원고들과는 무관한 사이트임을 밝혔

으므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다.

만약에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상의 침해금지 청구권이

침해행위의 금지만을 구할 수 있는 것이라면 피고의 위 주장은 타당한 것으

로서 원고들의 청구는 기각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왜냐하면 판결로서 사

용금지를 명하기 이전에 이미 피고 스스로 사용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와 같이 판결을 할 이익이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상의 침해금지 청구권에

는 부정경쟁행위의 예방을 구할 권리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피고의 위와 같

은 주장은 법원에 의하여 배척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법원도 홈페이지상의 내용 변경은 피고가 언제든지 용이하게 할 수 있

으므로 피고가 도메인 네임을 자신의 홈페이지 주소로 사용하고 있는 한 원

고들의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원고들로서는 피고들의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예방청구를 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따라 법원은 피고에게 'chanel'이라는 문자나 이것이 포함된 문자를

① 상호로 사용하거나 인터넷 홈페이지에 사용하지 말 것 ② 인터넷 도메

인 네임으로 사용하지 말 것을 명하였다.

법원은 나아가 원고들의 피고 도메인 네임등록말소청구에 대하여 피고가 자

신은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의 도메인이름 등록 세부원칙에 정한 선접

수 선처리 원칙에 따라 원고들보다 앞서서 적법하게 도메인 네임을 취득하

였으므로 이를 말소할 수없다고 주장한데 대하여 '선접수 선처리 원칙은

위 단체의 방침이나 지침에 불과한 것이어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

에 관한 법률 등 일반 법률질서에 위반한 도메인 네임 등록까지 적법화시

켜 줄 수는 없는 것'이라고 하여 주장을 배척하고 ③ 도메인 네임등록 말소

절차를 이행할 것을 명하였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비록 피고가 원고에 앞서 가상공간에서 먼저 도메인

등록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현실세계의 상표권자 등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

은 인정될 수 없다는 도메인 네임 전쟁 해결의 일차적 준거를 가상공간의

영역에서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타당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편 원고들은 피고에게 '샤넬'(한글)이나 이를 포함한 문자의 도메인 네임

으로의 사용금지에 대하여도 청구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법원은 당시 한글도

메인 네임 등록은 그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는 불가능한 행

위의 금지를 구하는 것으로 인정될 수 없다고 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

였다. 그러나 그 후 한글도메인 등록이 가능하여졌으므로 피고가 다시 '샤

넬.co.kr'로 도메인 등록을 하는 경우 원고들이 이의 말소를 구할 수 있을

것인지가 판결의 기판력과 관련하여 문제될 수 있다.

/이명재 변호사(법무법인 춘추, lmjyj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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