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몽'의 인기에 힘입어 '태왕사신기', '단군' 등 상상의 역사 드라마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역사의 사실적 재료보다는 작가의 상상적 기술이나 표현을 바탕으로 드라마를 재구성한 이러한 판타지 역사 드라마는 올해도 안방극장의 사극 열풍을 주도할 기세다.
'주몽'으로 지난 한 해 동안 재미를 본 MBC는 오는 4,5월경 24부작 판타지 역사 드라마 '태왕사신기'를, SBS는 가을께 우리 민족의 시조인 100부작 '단군'을 방영할 예정이다.
배용준, 문소리 등 출연진과 300억 원 이상의 엄청난 제작비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태왕사신기'는 고구려 최고의 권력을 가졌던 광개토대왕의 사랑과 일생을 담은 작품이고, '단군' 역시 고조선과 민족의 시조인 '단군'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두 드라마 모두 우리 역사의 고대 영웅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중국의 동북공정 등에 대응해 민족적 자존심을 드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SBS 측은 "주몽, 연개소문, 대조영 등 고구려 관련 사극 등이 모두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은 최근 고대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의 발로"라며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고구려의 전신인 고조선과 민족의 시조인 단군을 통해 잃어버린 역사를 이야기할 때가 됐다"며 드라마 '단군'의 기획의도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두 드라마가 역사적 자료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고려시대 이전의 역사, 그것도 신화와 역사가 뒤섞여 있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다루고 있어 자칫 최근 TV 사극의 역사왜곡 논란에 또 한번 불을 댕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SBS '단군'에서 이야기할 역사적 배경은 기원전 23세기. 또한 사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고사를 배경으로 신화의 안개 속에 가려진 인물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단국'의 기획안에는 '이 드라마는 판타지 거대 서사극으로 이미 환웅천왕에 의해 개국되어 오랜 세월을 이어온 대제국 배달국이 쇠퇴하고, 그 아래 웅크리고 있던 수십개의 제후국들이 일제히 융기하던 시대를 배경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고 한 민족의 시조가 되었던 한 사나이의 영웅기'라고 설명하고 있다.

'태왕사신기'의 경우 고구려 시대를 배경으로 청룡, 주작, 백호, 현무 등 네 명의 신이 환생해 자신들이 선택한 주군과 함께 오래 전에 떠났던 고향땅 신시(神市)를 다시 찾아간다는 줄거리를 갖고 있다. 이 드라마 역시, 광개토대왕 등 주요 인물만 실존 인물이고 전체적인 줄거리는 작가의 상상력에 기초한 판타지 사극이다.
이와 관련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주창윤 교수는 최근 방송 프로그램 비평 계간지인 'KBI 프로그램/텍스트 15호(2006년)'에 기고한 '역사 드라마의 역사 기록하기, 혹은 망각하기'라는 보고서에서 "90년 중후반 이후 TV 역사 드라마의 특징적 현상 중 하나가 상상적 역사 서술에 근거한 표현방식"이라며 "최근 드라마에서는 역사적 사실이나 보편성을 강조하기 보다는 작가의 해석과 상상력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어 역사학자와 작가간의 갈등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또 이 같은 상상적 기술에 근거한 역사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에 대해 "상상의 역사로써 등장인물을 매력적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표적인 예가 바로 드라마 '주몽'에서 주몽의 아버지로 등장하는 해모수"라고 언급하고 있다.
따라서, 고대사 영웅들의 모습을 통해 국민들의 자존심을 회복시키고 높은 관심을 끌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지난 해 고구려 사극으로 시작된 상상의 역사 드라마의 역사왜곡 논란은 올해 '태왕사신기'와 '단군'이라는 두 편의 드라마를 통해 그 정점에 달할 전망이다.[◇맨위 사진=등장인물에 대한 작가적 상상력을 총동원한 MBC '주몽'의 한 장면. 아래 사진=판타지 역사대작 MBC '태왕사신기'의 주연배우인 배용준, 문소리의 극중 분장 모습.]
조이뉴스24 /정진호기자 jhju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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