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도메인 네임 전쟁(3) - 'viagra.co.kr'케이스


 

대한민국 성인 남자치고 '비아그라'라는 말을 모르거나 한번쯤 관심을 가

져 보지 않은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비아그라'는 미국의 '화이자

프로덕츠사'에서 개발 생산해내는 발기기능장애 치료제인 의약품이다. 따라

서 한국에서도 의사의 처방전을 받은 환자만이 약국에서 구입하여 복용할

수 있다.

상당 수의 한국 성인 남자들은 수입되기 전부터 이 약품에 대해 지대한 관

심을 보여 암시장에서 고가로 거래되기도 했다. '비아그라'는 이렇게 한국

의 고개 숙인 남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한국에 상륙했다.

이렇게 고개 숙인 남자들이 정력증강제로서(?) '비아그라'의 남다른(?) 효

능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비아그라'라는 말의 상품성을

자각하고 남보다 앞서 도메인 네임 등록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 서 모씨 부

부가 바로 그들.

이들은 한국인터넷정보센터에 'viagra.co.kr'이라는 도메인 등록을 하고 홈

페이지를 개설하여 '생칡즙, 칡수' 등을 판매하다가 이 사건 피고들인 권

모씨, 최 모씨에게 이전하여 주었다. 피고들은 이를 이전 받아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인터넷 통신상에 생칡즙, 칡수 등의 건강식품을 판매해 왔다.

그러던 중 'Viagra', '비아그라' 'PFIZER'라는 상표를 보유한 미국의 '화이

자 프로덕츠'사와 이 회사로부터 위 각 등록상표의 통상사용권을 설정 받

아 '비아그라'등을 수입, 판매하여 오던 '한국화이자 제약 주식회사'가 피

고들을 상대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던 것이다. 원고들은 피고들에 대하

여 상표법상의 상표권침해행위금지 또는 예방청구,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

보호에관한법률 상의 부정경쟁행위 금지 또는 예방청구로서 피고들이 '비아

그라' 또는 'Viagra'라는 말을 도메인 네임이나 홈페이지 상에서 사용하면

안되고 도메인 네임등록을 말소하는 절차를 이행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은 ‘원고들의 청구가 이유 없다’며 기각

판결을 내렸다. 'Viagra', '비아그라' 등은 이미 원고들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등록한 등록 상표이고 이들 상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한국의 성인

남성들 대부분이 그 이름을 익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주지저명성이 있는 상

표임에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였던 것인가.

이제 그 이유를 알아보기로 하자.

우선 원고들은 '피고들이 'Viagra', '비아그라' 등을 피고들의 도메인 네임

과 그 홈페이지에 사용하여 생칡즙 등의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행위는 원고

들의 등록상표를 침해하거나 침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로서 금지되거나 침해

를 예방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피고들이 비록 원고들

의 등록상표를 도메인 네임과 그 홈페이지에 사용하고 있는 점은 인정된다

할 지라도 피고들이 위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제품인 생칡즙과 칡수 등은

비아그라 등 의약품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품이라고 볼 수 없어 피고들의

행위는 상표법상의 상표권 침해행위가 아니다'고 보았다.

법원의 이 같은 판단은 타당하다. 상표를 등록할 때 우선 그 상표를 부착하

게 될 상품군을 지정하게 되는데, 이를 지정상품이라고 한다. 상표법상 상

표권 침해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등록된 상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를

지정상품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품에 사용하여야한다.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들이 상표등록하면서 지정상품으로 등록한 것은 발기기능장애 치료용

약제이지 생칡즙, 칡수와 같은 건강식품이 아니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원고들이 주장한 것은 바로 피고들의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및영업

비밀보호에관한법률에서 금지하고 있는 상품주체 또는 영업주체의 혼동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이에 대해

서도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과연 옳

은 것인가.

우선 부정경쟁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어떤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 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도메인네임 전쟁 2의 chanel.co.kr

사건에 관한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법원은 ① 피고들이 'Viagra', '비아그라'를 홈페이지에서 사용하기는 했으

나 피고들이 판매하고 있던 생칡즙 등 건강식품과 관련하여서는 전혀 사용

하지 않았고 6개월 정도 사용하던 중 원고들의 항의를 받고 즉시 삭제하였

다는 점, ② 생칡즙의 효능을 주로 숙취해소로 설명하며 제조원[한일종합식

품(주)]과 브랜드(산에산에)를 명시한 점, ③ 'Viagra', '비아그라'가 발기

기능장애 치료제를 지칭하는 기능이 워낙 강하여 다른 상품과 혼동이 쉽지

않고, 외국계 회사에서 생칡즙 등 재래의 건강식품을 판매한다고 쉽사리 생

각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원고들의 청구를 배척했다.

나는 이 같은 법원의 판단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우선 앞서 도

메인 네임 전쟁 2의 chanel.co.kr 사건에서 본 바와 같이 '영업주체의 혼동

은 주체의 동일성에 대한 혼동 외에 양자 사이에 거래상, 경제상 또는 조직

상 어떠한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후원관계의

혼동은 물론 현실적으로 혼동이 있는 경우에 한하지 않고 혼동의 위험이 있

는 경우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

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사건을 볼 때 피고들이 개설한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

간 사람들은 애초에 원고들과 동일하거나 후원관계에 있는 영업주체를 찾

을 목적으로 들어갔을 것이고, 또한 들어가서 홈페이지 여기저기에 있

는 '비아그라' 또는 'viagra'라는 표현을 보고 이 홈페이지가 원고들에 의

하여 운영되고 있으리라고 혼동할 위험은 충분히 있는 것이다.

또한 법원이 원고들 청구를 배척하는 근거로 삼았던 피고들이 원고들의 항

의에 의하여 '비아그라' 또는 'viagra'라는 표현을 삭제하였으므로 혼동의

위험이 없다는 부분은 홈페이지 상에서 이러한 표현의 삭제와 복구는 운영

주체에 의하여 너무나도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

은 것 같다.

나아가 피고들이 자신들의 제조원과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혼동

의 위험이 없다는 부분에 대하여 살펴보자. 피고들이 자신들이 개발하여,

판매하는 상품의 제조원과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면 '비아그라' 또

는 'viagra'라는 도메인 네임이나 그 홈페이지 상의 표현은 피고들을 위하

여 유지하고 보호할 실익이 전혀 없는 것이다.

고객 유인의 방편으로서 실효성이 있고 그에 대한 피고들의 기대이익도 보

호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으나 이는 피고들을 위해서도 결코 바

람직하지 않다. 자신들이 개발한 브랜드를 타인이 구축한 브랜드의 신뢰와

명성에 편승하여 알리려 하는 것은 상도의에 비추어 올바르지 못하며 설사

일시적으로 편승효과를 누린다 할지라도 고객들은 그 브랜드를 신뢰하지 않

을 것이다. 피고들이 자신들만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피고

들의 도메인 네임은 사용금지되고 말소되어야 마땅하다.

'비아그라' 또는 'viagra'라는 도메인 네임을 사용하고 있는 이상 피고들

은 이 상표가 가지는 기능에 근접한 상품을 판매하고자 하는 유혹을 끊임없

이 받게 될 것이며, 그러한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 그 것이 지정상품과 유사

한 것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결코 명확하지 않을 것

이다. 따라서 원고들과 피고들간의 분쟁은 계속되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

다.

이런 관점에서 법원의 판단은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원고들은 현재 1심 판

결에 불복하여 고등법원에 항소한 상태다. 고등법원에서는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고개 숙인 한국의 남성들이여! 비아그라에 집착하지 맙시다. 차라리 생칡즙

을 열심히 먹어서 오래도록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비아그라 먹고 일시적인

자존심을 세우는 것보다는 훨씬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이명재 변호사(법무법인 춘추, lmjyj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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