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 SK 기사 많이 나온다고 해서 좋아. 근데 이러다 사기죄로 잡혀가는건 아닌지 몰라."
SK 스프링캠프가 막 시작할 무렵이던 지난달 초,김성근 감독이 전화를 통해 한 말이다. 여기서의 '사기'란 자신이 언론에 퍼트린(?) SK 선수들에 대한 칭찬릴레이를 두고 한 말이었다. 팬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것에는 만족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뒤 실망시키는 건 아닌지 조금은 걱정이 된다는 뜻.
그러나 한달여의 시간이 흐른 뒤 김 감독은 한결 자신감에 차 있었다. "최소한 사기죄로 잡혀갈 걱정은 면했다"며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달라진 SK에 대한 자신감이다. 많은 훈련을 통해 실력이 늘었고 정신력까지 강화됐다는 믿음을 같게된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박재홍을 들었다. 박재홍은 캠프 초반 코칭스태프로부터 원래 자리인 중견수가 아닌 좌익수로 뛰게 될 거라는 언질을 받았다. 박재홍은 "좌익수는 수비하기 더 힘들다"며 항변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그럼 실력으로 보여달라"는 답 뿐이었다.
박재홍은 투정대신 노력을 택했다. 젊은 선수들보다 더 많이 뛰고 더 빠르게 던지려고 노력을 기울였다. 그가 흘린 땀은 가장 큰 단점으로 꼽혔던 송구능력 향상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박재홍은 외야수들의 송구 시간 체크에서 한달만에 팀내 2위(1위는 이진영)에 올랐다. 이제는 "던지면 스트라이크"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김 감독은 "그동안 기록에 남는 타격만 신경썼지 큰 티 안나는 수비는 간과해 온 선수들이 많다. 이제 이기기 위해선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것을 선수들이 알게 됐다. 야구의 기본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는데 만족한다"며 흐믓해 했다.
이만수 수석코치도 선수들의 훈련태도에 흡족해 하는 모습이었다. 6일 저녁 이 코치가 김성근 감독에게 보고한 내용이다. "오늘 하프데이(오전 훈련과 연습경기만 하는 날)였는데 끝나고 방망이 치겠다는 선수가 열명이 넘어 조금 전에야 끝났습니다. 그나마 억지로 말려서 몇명은 못하게 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아직 하고 있었을 겁니다."
김 감독은 "쟤가 원래 좀 뻥이 쎄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얼굴엔 만족스런 미소가 가득했다.
조이뉴스24 /고지(일본 시코쿠)=정철우기자 butyou@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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