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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디워’가 한국영화에 제시한 몇가지 키워드


심형래 감독이 지난 6년 동안 와신상담해 만든 SF영화 ‘디 워’가 압도적인 예매율을 보이며 흥행 성공을 예감케 하고 있다.

특히 국산 영화로는 드물게 미국에서 1천500개 이상의 극장을 확보하며 글로벌 성공에 대한 기대감까지 갖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 상반기 내내 할리우드 영화의 공습에 기진맥진했던 한국 영화계는 최근 개봉한 ‘화려한 휴가’와 함께 ‘디 워’가 여름의 강렬한 햇볕처럼 대역전의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참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일각에서 ‘디 워’의 국적 논란이 일고 있는 듯하다.

‘디 워’의 주연 배우와 스태프가 미국인인데다 대사마저 영어로 돼 있는 점을 고려해, “과연 이게 한국 영화라고 말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또 몇몇 미국 영화 사이트들도 ‘디 워’의 국적을 ‘USA'로 표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로 오해 받을 소지가 분명히 있는 것.

하지만 그 못지않게 분명한 점은, ‘디 워’는 심형래 감독이 우리의 전통적인 소재인 이무기를 바탕으로 6년 동안 준비하며 미국인들을 이용해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또 영화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 컴퓨터 그래픽(CG)의 경우 우리 기술을 기반으로 했다는 점이다. 오해 소지는 있지만 ‘디 워’는 한국 영화이다.

그런데 사실 필자가 말하려는 것은 국적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디 워’가 한국 영화계에 시사하는 점을 정확히 인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침체된 한국 영화계는 ‘디 워’를 보며 뭘 느껴야 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한국적 소재가 글로벌 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 점이다.

본지가 지난 7월초 한국 영화계가 위기를 탈피하기 위한 방법을 묻는 온라인 설문 조사를 벌였는데,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 게 ‘참신한 시나리오의 발굴’이었다. 전체 2천857명 가운데 48%인 1천379명이 그렇게 대답했다. 그 다음이 ‘스타 출연료 등 제작비 삭감’이었는데 37%, 1천54명이다.

누구나 알 듯 이무기는 참신한 소재라기보다는 식상한 소재다. 하지만 심형래 감독은 그 식상한 소재를 ‘글로벌적인 참신한 시나리오’로 바꾸어 놓았다. 그동안 소재가 없었던 게 아니라 제대로 발굴이 안됐던 것이다.

글로벌 비즈니스에 대한 감각과 노력도 사줄 만하다.

‘스파이더맨’, ‘슈렉’, ‘트랜스포머’, ‘해리포터’…. 상반기 내내 계속된 할리우드 영화의 공습을 지켜보며 한국 영화계는 그야말로 절망적이었다.

1천억 원은 기본이고 심지어 3천억 원에 달하는 엄청난 제작비를 들이는 데다 세계적인 배급망까지 갖춘 할리우드 영화와 우리 영화가 발가벗고 정면으로 겨룬다는 것은, 어른과 아이의 싸움처럼 애초 난망한 일이다.

더 답답한 것은 쉽사리 활로를 찾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디 워’는 절망하기보다 방법을 달리해 돌파구를 찾은 것이다.

어차피 당장 할리우드를 넘지 못한다면, 격돌보다 얹혀가는 전략을 쓴 셈이다. 그래서 국적 논란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지만, 그 논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렇게 얹혀가면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는 챙겨냈다는 점이다.

사실 이런 전략은, 20세기말부터 ‘글로벌(지구화)’이 최대 화두로 부각하면서, 대부분의 비즈니스에서 이미 일상화한 것이다.

심형래 감독의 ‘장인 정신’도 높이 사줄 만하다.

이미 여러 편의 영화를 망쳐먹었고, “네가 무슨 영화냐, 그냥 웃겨라”는 소리를 심심찮게 들었을 법한데도, 끝내 포기하지 않고, ‘디 워’라는 대작을 만들어낸 6년 과정을 어찌 짧은 글 몇 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을 '장인정신'이란 말 말고 뭘로 표현하겠는가.

심형래 감독은, ‘스크린쿼터’의 빗장이 아직은 튼튼하고, 그래서 충무로에 볕이 쨍쨍할 때, 이무기를 끼고 혈혈단신 미국으로 간 것이다.

‘글로벌’과 ‘노마드’라는 21세기 화두를 붙들고….

조이뉴스24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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