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김용운]'복귀' 오현경과 인터넷 그리고 '문화지체'


1999년 3월 국내 언론에 'O양 비디오'라는 생경한 단어가 등장했다. 당시 인기를 구가하던 톱 탤런트의 은밀한 성생활이 비디오로 유출되면서 사회문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비디오로 유통되던 'O양 비디오'는 이내 컴퓨터 파일로 변환된 뒤 태동하던 인터넷을 타고 무차별적으로 배포되기 시작했다.

당시 서울경제신문 3월 17일자는 'O양 비디오 인터넷 확산 기여'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때 아닌 인터넷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며 "O양 비디오'가 인터넷상에 떠다닌다는 소문이 돌면서 평소 인터넷에 관심을 보이지도 않던 사람들이 너도나도 인터넷 사용법을 배우느라 정신이 없다"고 보도했다.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연예계 복귀를 알린 오현경이 그때 'O양 비디오'의 주인공임을 모르는 사람은 이제 없다. 당시 미국에 어학연수 중이었던 오현경은 이 사건으로 인해 연예계를 은퇴해야 했다. 여론의 빗발치는 공격으로 심신은 만신창이가 됐고 이후 굴곡진 삶을 살게 된 계기가 된다.

돌이켜 보면 1999년 'O양 비디오' 사건이 주는 사회학적인 의미는 크다. 우선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사회의 시스템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환되는 시점에서 벌어진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아날로그 형태인 비디오가 디지털 형태인 파일로 변환되어 인터넷을 타고 배포되었다'는 진행결과 자체가 세기말 우리사회 시스템의 변화를 함축했다.

이어 향후 인터넷이 가져다 줄 폐해를 미리 예견한 사건이기도 하다. 디지털로 복제된 개인의 사생활이 아무런 제재장치 없이 무차별적으로 다수에게 공개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이전까지 우리사회가 겪어보지 못했던 문제였다. 또한 인터넷이란 광장에서 익명의 대중이 개인에 대해 집단적인 폭력을 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거의 첫 번째 사례이기도 하다.

사실 'O양 비디오 사건'에서 비난을 받아야 할 대상은 그 비디오를 유출한 사람과 즐기면서도 욕한 대중들의 이중적인 태도다. 오현경을 두둔하지는 않더라도 그가 일정부분 시대와 대중심리의 희생양이었음을 간과할 수는 없다.

7일 오후 오현경의 기자회견에는 수많은 취재진이 모였다. 기자들은 각자 무선랜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해 오현경의 일거수일투족을 실시간으로 보도했다. 지난 10년간 공백이 고통이었다는 오현경은 기자회견 중 "딸이 한글을 깨칠 때가 되어 엄마에 대한 악플들을 읽을까 두렵다"고 호소했다.

오현경에 대한 기사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장식하면서 네티즌들은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내용은 오현경을 비난하는 내용 일색이었다. 다시 한번 인터넷 댓글 폭력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인터넷이란 플랫폼으로 변화하는 정보화 혁명의 시기였다. 오현경은 그 변화의 시점에서 기폭제 역할을 본의 아니게 했다. 그로부터 10여년 정도가 흐른 지금 인터넷은 이제 없어서는 안 될 한국사회의 시스템으로 정착됐다.

하지만 10여 년 동안 우리사회의 근간을 차지한 인터넷 문화는 과연 발전하고 개선되고 향상되었다고 자신할 사람은 몇이나 될까?

미국의 사회학자 W.F 오그번은 '사회변동론'에서 '문화지체'현상을 제기했다. 물질적인 영역의 변동속도를 비물질문화가 따라가지 못하면 심각한 사회적 부조화가 야기된다는 이론이다.

99년 오현경은 'O양 비디오'를 통해 본의 아니게 인터넷 확산의 상징적인 주인공이 되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현재 오현경의 복귀와 그에 따른 인터넷 여론의 수준은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의 '문화지체'를 상징하는 일로 남을 것이다.

조이뉴스24 /김용운기자 woon@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주요뉴스



alert

댓글 쓰기 제목 [김용운]'복귀' 오현경과 인터넷 그리고 '문화지체'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