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나운서들의 다양한 활동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뉴스와 교양프로그램의 진행자에 한정되었던 아나운서들이 오락프로그램을 비롯해 각 방송사 주요프로그램의 전면에 나서며 과거와 다른 아나운서의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9월 1일 KBS1TV '한국사 傳 새로운 조선을 꿈꾸다 소현세자빈 강씨'편을 보던 시청자들은 어딘가에서 본 듯 하지만 연기자로서는 낯선 얼굴을 보았다. 주인공인 소현세자빈 강씨 역을 맡아 열연한 연기자가 '스포츠 투데이'등을 진행했던 2005년 KBS 공채 31기 이선영 아나운서였기 때문이다.

여자 아나운서가 오락프로그램 내 상황극에서 연기를 펼친 적은 있지만 정극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일은 극히 드문 일이다. 이선영 아나운서의 소현세자빈 연기는 KBS를 비롯해 방송가에서 적잖은 화제가 됐다. 아나운서의 또 다른 변신을 예고하는 전주곡처럼 보인 까닭이다.
"예전에 저와 함께 취재를 나가셨던 카메라 감독님의 추천으로 우연히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조이뉴스24와 만난 이선영 아나운서는 먼저 느닷없이 연기를 하게 된 이유를 해명(?)했다. "한국사 전을 촬영하는 카메라 감독님이 대본을 보시다가 제 이미지랑 소현세자빈의 이미지가 비슷하다고 느끼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카메라 감독님은 그때 제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셨다더군요."
이선영 아나운서는 출연 제의를 받고 아나운서실에 보고를 했다. 비록 단막극이지만 정식 사극인 '한국사 전'의 내용을 알고 있던 아나운서실에서는 이선영 아나운서의 출연을 허락했다.
이전까지 연기경험이 전무했던 이 아나운서는 생전 처음 가채를 쓰고 3일 밤낮을 새워가며 조선시대 비운의 여인 중 한 명인 소현세자빈 강씨로 분해 연기를 펼쳤다. 결과는 기대이상이었다. 이 아나운서가 출연했던 9월1일 한국사 전의 시청률이 8.6%(AGB닐슨)을 기록하며 전 주보다 3% 가량의 시청률 상승효과를 가져왔다.

아나운서가 이제 연기자의 영역까지 넘보려는 것이 아닌가하고 물었다. 이 아나운서는 "앞으로 연기자가 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다른 아나운서들과의 차별성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며 "그것이 저에게는 연기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나운서의 연예인화에 대한 이 아나운서의 생각이 궁금했다. 이 아나운서는 "간혹 오락프로그램 등에 출연하게 되면 연예인과는 달리 비어나 속어의 사용을 일체 하지 않으려 합니다"며 "연예인과는 다른 신뢰성을 유지하고 표준어를 가려서 쓰는 등의 아나운서다운 품위 유지에 각별히 신경을 쓰게 된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차 연예인화 되어가는 아나운서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아나운서는 "연예인화 되어 간다기 보다 각자의 전문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면서 "방송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아나운서 안에서도 각자의 개성과 장점이 분명 다르기 때문에 그것이 맞물려 아나운서들의 영역파괴가 일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아나운서에게 바라는 것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연예인처럼 대중들의 우상이 되는 것 보다 방송현장에서 묵묵하게 자신의 고유영역에 매진하는 것일 수도 있다.
"스타가 되고 싶지 않은 방송인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방송이란 것 자체가 남 앞에 나서서 시선을 받는 직종이고 그런 것을 바라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니까요." 이 아나운서는 남의 시선을 더 받고 싶은 것은 방송인들의 본성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스타가 되기보다 프로가 되는 것이 아나운서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금희 선배가 후배들에게 항상 말씀하십니다. 스타가 되기보다 프로가 되라고. 어떤 방송 상황에서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송인이 되는 것이 아나운서에게 일차적이자 최종적인 목표라고임에는 분명합니다."

마지막으로 아나운서 3년차에 접어드는 이선영 아나운서에게 후배 아나운서 지망생들을 위해 공채 당시 합격 비결에 대해 물었다.
"면접시 다른 지원자들과 어떤 면에서 차별이 되는지 부각시켰던 점이 합격의 비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최종면접 당시 사장님께서 다음에 오라며 눈길도 마주쳐주지 않으셨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런 난감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테스트 해보시려 일부러 그러셨다더군요. 그때 당황하고 약한 모습을 보였더라면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수도 있겠지요."
조이뉴스24 /글,사진 김용운기자 woo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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