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MBC 문지애 아나운서의 실수를 바라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지난해 5월 MBC '뉴스투데이'를 진행하다가 웃음을 터뜨렸던 장미일 앵커 때의 유연한 반응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이는 아나운서이면서 엔터테이너로서의 모습도 겸비한 '아나테이너'라는 이들에 대한 거부감의 영향이기도 하다.
물론 시청자들은 '아나테이너'로 성장하는 아나운서들을 이유 없이, 함부로 비난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전문 분야를 살려 예능 프로그램에 도전하는 모습은 아나운서의 특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나테이너'일수록 '아나운서'로 나설 때 더 긴장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시청자들은 매섭게 전했다.
춤추고, 노래하고, 신변잡기를 풀어놓던 '아나테이너'라도 뉴스 데스크 앞에 앉았을 때 그는 신뢰받는 아나운서로 돌아와야 한다. 쉽지 않은 문제다. 설령 뉴스 데스크에 앉아 최대한 진지하게 노력하는 아나테이너라고 해도 그를 보며 시청자들은 예능 프로그램 속 댄스를 떠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나테이너의 흐름이 가져온 딜레마다. 그렇다고 '보도국 아나운서팀'과 '예능국 아나운서팀'으로 100% 나눌 수는 없는 문제다. 그렇다면 '예능국 아나운서팀'은 아나운서로 불려야 할 이유를 상당 부분 상실할 테니까.
한 방송사 중견 아나운서는 "결국 포트폴리오 식으로 가는 방향에 있다. '예능 80에 뉴스 20', '교양 40에 뉴스 60' 하는 식으로 개인의 전문분야를 살려 가고 있다"고 추세를 설명했다.
또 다른 중견 아나운서는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는 아나운서의 경우 TV뉴스에 배치하는 것은 가급적 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아나운서들은 '뉴스 전달'의 기능을 안고 가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으며, 사회적 책임을 지니고 사실을 전달하는 일을 기본으로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입사 시험 때 뉴스 문장을 아나운싱 하며 테스트를 받지 않는가.
한 중견 아나운서는 "'아나테이너'라는 신조어나 '아나운서의 연예인화'는 그야말로 극히 일부의 젊은 아나운서들에 해당하는 말"이라며 "그 몇몇 때문에 전체 아나운서들의 반듯하고 정돈된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어 "무엇보다 뉴스를 전할 때는 신중해야 하고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아나운서로서의 기본을 다시 한번 상기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문지애 아나운서의 '웃음 실수'가 한없이 가벼워져만 가는 최근 젊은 아나운서들에게 '아나운서로서의 정체성'과 '아나운서다움'에 대한 고민의 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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