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독일 월드컵 결승전에서 맞대결했던 유럽의 두 강호가 벼랑 끝에 몰렸다.
14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는 루마니아와 1대1로 비겼고, 프랑스는 네덜란드에 1대4로 완패했다. 1차전에서 프랑스가 루마니아와 비기고, 이탈리아가 네덜란드에 0대3으로 참패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됐다.
이제 네덜란드는 승점 6점(2전 전승)으로 조 1위가 확정됐고, 루마니아는 승점 2점으로 조 2위를 달리고 있다. 만약 루마니아가 3차전에서 ‘1.5군’으로 나설 것이 확실히 되는 네덜란드를 물리친다면 조 2위를 확정지으면서 8강에 오른다.
만약 네덜란드와 루마니아가 무승부를 이루거나 루마니아가 진다면 프랑스-이탈리아전 승자가 8강에 진출한다. 어떤 경우가 됐든 이탈리아, 프랑스 2팀 중 한팀은 반드시 탈락하게 돼 있다.
조 추첨 순간부터 ‘죽음의 조’로 불렸던 C조는 말 그대로 이탈리아 혹은 프랑스의 ‘무덤’이 되고 말았다. 당초 전문가들과 도박사들로부터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두 팀은 대회 기간 내내 인상적인 플레이를 전혀 보여주지 못해 팬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그런데 역대 유로 대회에서도 우승후보가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사례가 몇 차례 있었다.
유로 대회의 경우 출전국이 8개국일 때는 ‘이변’이나 ‘잔혹사’라는 용어를 쓰는 게 적절치 않다. 유럽의 최정예 8개국만 출전한다면 어느 팀이 우승하고 어느 팀이 떨어진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결국, 유로 대회는 출전국이 16개국으로 늘어난 96년 대회부터 따져보는 게 합리적이다.
유로 2000 때는 A조에 속해있던 잉글랜드와 독일이 나란히 탈락해 충격을 줬다. 잉글랜드는 포르투갈과의 첫 경기에서 2-3으로 역전패했고, 2차전에서 독일을 1-0으로 물리쳤지만 3차전에서 루마니아에 2-3으로 무릎을 꿇었다. 독일은 루마니아와의 1차전에서 1-1로 비겼고, 잉글랜드에 0-1로 진 후 최종전에서 포르투갈에 무려 0대3으로 치욕적인 패배를 당하고 물러났다.
유로 2004 때는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탈락의 쓴맛을 봤다. A조에 속했던 스페인은 첫 경기에서 러시아를 1-0으로 물리치고 좋은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2차전에서 그리스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불안감을 주더니 최종전에서 포르투갈에 0-1로 져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탈리아의 경우는 드라마틱하다. 본선 C조에 속해 있던 이탈리아는 덴마크와 0-0, 스웨덴과 1-1로 비긴 뒤 최종전에서 불가리아를 2-1로 눌렀다. 그러나 같은 시간 스웨덴과 덴마크가 2-2로 비기는 바람에 다득점에서 덴마크에 밀려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이탈리아가 탈락하는 경우는 스웨덴과 덴마크가 무조건 2대2의 스코어로만 비겼어야 하는데 바로 그 점수가 나온 것이다. 경기 직후 이탈리아에서는 “짜고 한 경기”라고 ‘음모설’을 제기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한편, 월드컵에서 가장 쇼킹했던 우승후보 탈락 사건은 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때 나왔다. 그 주인공은 바로 세계최강 브라질. 당시 브라질은 58년 스웨덴, 62년 칠레 월드컵을 연달아 제패한 데다 ‘축구황제’ 펠레가 25세로 전성기에 있었고, 가린샤, 자일징요, 토스탕, 제르손 등 초호화 멤버였다. 그 누구도 브라질의 우승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브라질은 첫 경기에서 불가리아를 2-0으로 누르며 상쾌한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헝가리, 포르투갈에 연달아 1-3으로 패하며 조별리그에서 떨어졌다. 펠레는 당시 포르투갈 선수들의 살인적인 태클로 부상을 입었다.
98 프랑스 월드컵 때는 스페인이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스페인은 D조 첫 경기에서 아프리카의 복병 나이지리아에 2대3으로 덜미를 잡혔고, 2차전에서 파라과이와 득점 없이 비겼다. 스페인은 3차전에서 불가리아를 무려 6대1로 대파했지만 선두 나이지리아가 파라과이에 지는 바람에 1승 1무 1패로 조별리그에서 무너졌다.
2002 한-일 월드컵 때 역시 ‘죽음의 조’라는 F조에 속해있던 아르헨티나가 희생양이 됐다. 아르헨티나는 첫 경기에서 나이지리아를 1대0으로 눌렀다. 그러나 2차전에서 잉글랜드의 베컴에게 PK 골을 내줘 0-1로 졌고, 3차전에서는 스웨덴과 1-1로 비겨 1승 1무 1패 조 3위로 16강에 오르지 못하고 짐을 쌌다.
당시 전 세계 모든 신문에 아르헨티나의 스트라이커 가브리엘 바티스투타가 눈물을 펑펑 쏟는 장면이 실렸고, “Don't cry for me Argentina”라고 타이틀을 달았다.
조이뉴스24 /베른(스위스)=장원구 전문 기자 playmaker@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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