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팀 선택한 서동원, '비상(飛上)'할 일만 남았다

"(서)동원이는 팀 내 최고 대우를 원합니다!"

"최고대우? 이미 최고대우 해줬잖아"

축구팬들에게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다큐멘터리 영화 '비상'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전자는 에이전트, 후자는 당시 단장을 맡고 있던 안종복 현 인천 유나이티드 사장의 말이다. 이 대화 뒤 카메라는 연봉 협상장의 문밖으로 쫓겨났다.

열악했던 '시민구단' 인천에서 최고 대우를 바라던 서동원(33, 부산 아이파크)은 '비상'에서 어떻게 하다 보니 악역 아닌 악역이 돼야 했다.

2006년 7월 독일월드컵 휴식기, 서동원은 결국 성남 일화로 이적했다. 1998년 대전 시티즌을 통해 프로에 데뷔한 이래 수원 삼성, 전북 현대, 광주 상무, 인천에 이어 여섯 번째 팀이었다.

13경기에 출전하며 자리를 잡는가 싶었지만 힘겨운 주전경쟁은 그를 후보로 내몰았다. 그가 뛸 수 있는 미드필드 자리에는 김두현, 한동원, 김상식, 손대호, 김철호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했다. 고등학생 시절 U-19(19세 이하) 대표팀에서 활약했고 1998년 1월에는 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 성인 대표팀에 선발되는 등 이미 검증된 실력을 갖췄던 터라 주전경쟁은 격세지감이나 다름없었다.

성남에서 서동원은 다시 길을 잃었다. 대기명단에 올라 투입되기만을 기다렸고 어느 경기에는 후반 종료를 앞두고 시간 끌기용으로 투입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반전이 필요했다. 최고의 팀에서 내려오는 것은 스스로 자존심에 상처를 내는 것과 같았지만 뛸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해야만 했다. 그렇게 선택한 팀이 일곱 번째 소속팀이 된 '황새'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부산 아이파크였다.

서동원은 지난 25일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삼성 하우젠컵 2008' 6라운드 인천과의 경기에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출전, 90분을 소화하며 공수를 조율, 단 한 경기만에 팀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다.

미드필드에서 '살림꾼' 역할을 한 서동원은 세트피스 상황 시 키커로 나서는 등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부산에 새로운 희망을 안겼다. 후반 24분 페널티지역 오른쪽 모서리 밖에서 얻은 프리킥을 직접 슈팅, 송유걸 골키퍼의 선방을 유도하기도 했다.

경기는 부산의 0-1 패배로 끝났다. 땀에 절은 채 대기실로 향하던 그에게 말을 걸자 굳어 있던 표정이 잠시 풀어졌지만 목소리는 약간 힘이 빠져 있었다. 꼭 이기고 싶었고 자신에게 아픔을 안겨준 인천에 패해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성남에서)옮기면서 여러 가지로 아쉬웠다"며 운을 뗐다.

그래도 자신을 필요로 했던 황선홍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불러줘서 고마웠다. 팀에 보탬이 되도록 할 것"이라면서 "팀에 젊은 친구들이 많다. 내 경험을 전해줘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발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바닥까지 내려와 더 이상 갈 곳도 없고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자신의 처지를 표현한 서동원은 "(부산) 선수들이 많이 지다 보니 패배의식이 만연해 있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궂은 일을 도맡아 할 것"이라고 강조한 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축구팬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라고 말했다.

안정환의 공격 파트너를 애타게 찾던 황선홍 감독에게는 서동원의 존재가 큰 힘이다. 황 감독은 서동원에 대해 "훈련량이 조금 부족하지만 기술을 잘 갖춘 선수다. 경기를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이 좋아서 앞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