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대전서 윤성환의 호투와 박석민, 손지환의 백투백 홈런으로 한화에게 2-1로 신승, 40여일만에 4위 탈환에 성공한 삼성이 이제는 4위 수성 작전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그리고 그 선봉장 역할을 새 용병투수 존 에니스(29)가 맡았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오늘(9일) 대구 두산전에 올림픽 휴식기 동안 'NO 용병' 선언을 깨고 새로 영입한 존 에니스를 선발 예고했다. 아직 기대치만큼의 성적은 못올리고 있지만 2경기밖에 경험하지 못한 만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 선 감독의 생각이다.
사실 삼성과 용병 투수는 작년부터 궁합이 맞지 않았다. '지키는 야구'를 지향하는 선 감독은 작년 투수 제이미 브라운과 크리스 윌슨을 영입하며 대망의 2007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윌슨은 1승 6패로 부진하자 퇴출됐고, 브라운은 12승 8패, 평균자책점 4.18로 그런저런 성적을 올렸지만 2% 부족하다는 평가에 따라 시즌 종료 후 보따리를 싸야만 했다.
그런데 올 시즌 삼성의 용병 농사는 더욱 최악이었다. 삼성은 타자 제이콥 크루즈와 투수 웨스 오버뮬러로 야심차게 2008년 개막을 맞았지만 둘 다 기대에 못미쳤다. 시즌 초반 일찌감치 크루즈를 퇴출시키고 대신 영입한 톰 션은 선발 6전 전패 평균자책점 10.73이라는 놀라운(?) 기록만을 남겼다. 결국 선동열 감독은 톰 션의 부진 속에 평범한 성적을 이어가던 오버뮬러(6승 8패 평균자책점 5.82)마저 함께 퇴출시켰고, 급기야 "용병 없이 간다"고까지 선언했다.
이런 와중에 위기감을 느낀 삼성 선수들은 더욱 분발했고, 신인들은 '기회임을 직감'해 더욱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 결과 용병퇴출 직후 10승 1패라는 호성적을 기록하는 이변을 연출해 4위 재진입의 기틀을 마련하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선동열 감독은 한 번 더 스카우터의 말을 믿었다. 용병없이 간다는 무리수가 짧은 기간에는 통할지 몰라도 시즌 막판까지는 버거울 것으로 판단, 올림픽 휴식기에 돌입한지 며칠 지나지 않은 지난달 7일, 15만달러를 들여 존 에니스라는 우완투수를 영입하는 용단을 내렸다.
2002년 애틀랜타서 메이저리그를 첫 경험한 에니스는 이후 디트로이트와 필라델피아로 옮겨 다니며 총 16경기에 나서 2세이브 평균자책점 7.81을 기록했다. 마이너리그 성적은 통산 293경기 출전해 47승 56패 25세이브 평균자책점 3.96. 에니스는 영입된 후 시험무대였던 롯데와의 2군 경기서 148km짜리 직구를 앞세운 완급조절투로 5이닝 3피안타를 기록해 선 감독에게 합격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실전에 투입된 에니스는 아직까지 제 역할을 못해주고 있다. 데뷔전이었던 지난달 28일 히어로즈전에서는 5이닝 동안 7피안타 3실점했고, 지난 3일 KIA전에서는 5.1이닝동안 홈런 포함 5개의 안타를 허용하며 4실점, 첫 패를 기록했다. 2경기서 1패 평균자책점 6.75다.
현재 삼성은 놀라운 막판 스퍼트를 보여주며 한화의 침몰에 힘입어 4위로 올라선 상태다. 하지만 선 감독 전략의 핵심인 투수진이 불안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불안불안'한 배영수와 '고군분투' 윤성환, '힘빠진' 이상목만으로 막바지 4강 경쟁에 이길 수 있을지 아슬아슬하다. 때문에 더욱 에니스의 어깨가 무겁다.
에니스의 이날 선발 맞상대는 9월 들어 마무리서 선발로 전환한 정재훈(17세이브 평균자책점 3.65). 정재훈은 지난 3일 첫 선발 무대인 한화전서 비록 승수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6이닝동안 2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한 선발 적응력을 보여준 바 있다. 현재 롯데가 무서운 상승세로 2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어 두산으로서도 정재훈에게 거는 기대가 큰 상황이다.
과연 에니스는 힘겹게 4위로 올라선 삼성에게 용병의 고마움을 느끼게 해줄 수 있을 것인가. "내년에는 내가 직접 용병을 뽑겠다"고 말할 정도로 용병 불신감에 빠져있는 선동열 감독이 마지막으로 믿은 에니스가 어떤 투구내용을 보여줄 지에 따라 삼성의 막바지 기세가 달라질 것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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