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탐이 나는 물건이 2개 있다. 이 중 1개만 배에 실을 수 있다. 철저한 분석과 연구로 어떤 물건이 나에게 더 필요한지, 나의 미래에 도움이 될지 신중히 판단해 1개를 배에 실으면 된다.
하지만 욕심이 지나쳤다. 2개 모두 너무나 탐나 어떻게 해서라도 둘 다 배에 싣고 싶었다. 다른 1개를 포기할 생각은 하지 않고 2개 모두 실을 생각만 했다. 그리고 2개 모두 실으면 배가 가라앉는다는 사실도 잊은 채 결국 둘 다 실었다.
이 배는 어떻게 됐을까. 다행히도 침몰하지는 않았다. 침몰 직전까지는 갔다. 그리고 많이 파손 당했다. 바로 '허정무호' 이야기다.

허정무호에 승선한 김치우(25, 서울)와 김동진(26, 제니트)은 컨디션이 너무 좋았다. 이들은 둘 다 왼쪽 윙백을 담당하고 있었고, 이영표의 후계자 타이틀을 놓고 경쟁 상태에 놓여 있었다. 허정무 감독은 둘 중 누구를 써야할 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행복한 고민은 점점 과욕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허정무 감독은 둘 다 너무나 탐이 났다. 그래서 무리수를 뒀다. 김치우를 왼쪽 윙포워드로 옮겨 김동진과 함께 기용한 것.
지난 2일 파주NFC에서 가진 훈련에서 허정무 감독은 이들의 조합을 실험했다. 김치우를 왼쪽 윙포워드로, 김동진을 왼쪽 윙백으로 출전시켜 미니게임을 펼쳤다. 지난 5일 펼쳐진 요르단 국가대표팀과의 친선경기에서 이 조합은 실전에 처음으로 투입됐다. 이들의 공존은 아직 완벽하지 않았고 큰 파괴력도 없었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은 멈추지 않았다.
연습을 거듭하고 10일 북한전에 둘은 조합을 이뤄 다시 투입됐다. 김치우-김동진 콤비는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특히 김치우는 뛰어난 수비력만 보여줬다. 그는 환상적인 태클로, 또 투지가 넘치는 악착같은 플레이로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김치우는 공격수로 투입된 몸이었다. 공격적인 모습, 위협적인 움직임은 보여주지 못했다.
김치우의 플레이는 전형적인 윙백의 모습이었다. 몇몇 전문가들은 김치우가 윙포워드보단 윙백이 더 잘 맞는다고 조언한다. 김치우가 그동안 맡아왔던 포지션도 윙포워드가 아닌 윙백이었다. 허정무 감독의 무리수는 결과적으로 김치우의 능력을 떨어뜨리는 조치가 됐다.
김치우는 경기 후 "김동진과 호흡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공격수로 투입돼 공격적인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많이 반성하고 있고 생각도 많이 하고 있다. 마지막 킥이 부정확한 것은 집중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공격수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윙포워드와 윙백 중 어떤 포지션이 자신에게 더 잘 맞는 것 같냐'라는 질문에 김치우는 "두 포지션 다 괜찮다. 내게 임무가 주어지면 충실히 임무를 수행할 뿐"이라며 직접적인 대답은 피했다.
아무리 욕심이 나도 때론 과감하게 포기할 수 있는 대담성과 냉철함. 한 조직의 수장이라면, 꼭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 리더십 가운데 하나 아닐까.
조이뉴스24 /상하이=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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