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차고 똑 부러진다. 하고 싶은 말은 솔직하게 다한다.
한여름은 그간 그녀가 해 온 작품 속 주인공들의 이미지와 묘하게 닮아있다.
현재 출연하고 SBS 드라마 '유리의 성'에서 꿋꿋하고 밝게 살아가는 혜영의 성격과도 맞닿아있는 부분이 있다. 극중 일찍 철이 들고 생활력 강한 그녀처럼 한여름은 또래 연기자들에 비해 나름의 확고한 연기관도 갖고 있다.
한여름은 4년 전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를 통해 데뷔해 '활' '태양의 이면' '판타스틱 자살소동' '기다리다 미쳐'등을 통해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왔다.

'유리의 성'은 그녀의 브라운관 첫 도전작. 색깔이 뚜렷했던 전작들에 비해 다소 평범한(?) 작품에 평면적인 캐릭터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기 위해 드라마는 거쳐야 할 관문이었다.
"솔직히 정말 제가 하고 싶은 작품들은 1년에 한 두편 나올까 말까해요.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을 하기 위해서는 드라마라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지금은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정말 욕심나는 작품을 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제가 누군지 알아야 하고 인지도도 쌓아야 되잖아요."
반응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 영화에 출연할 때는 길을 지나가는 여고생들이나 알아봤다면 이젠 아줌마들이 그를 알아본다. 그런 반응이 신기하고 고맙다고.
첫 드라마 도전. 배우는 것은 많다. 많은 중년 연기자들과 함께 하는 연기라 조심스럽기도 하다.
"일단 작품을 선택하고 나면 책임감이 필요하죠. 작품에 애착을 가지려고 해요. 일단 제가 나오는 부분은 다섯 번 이상을 봐요. 제 연기를 메모해 지적당하지 않으려고 주의하려고 해요. 선생님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 되는 것 같아요."
드라마나 영화나 기본적으로 연기를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영화가 자신에게 더 잘 맞는 것 같다고. 드라마의 빠른 템포보다 그래도 조금은 여유가 있는 영화가 아직은 더 익숙하다.
인터뷰 내내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토해냈던 한여름은 외국 감독이나 봉준호, 이창동, 이명세, 홍상수 감독과 같은 유명 감독들과 작업을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오히려 대중과 한 발짝 떨어진 예술 영화나 신인 감독과의 작업을 선호할 것 같다는 편견을 깨는 발언이었다.

"혼자 보거나 지루한 영화는 싫어요. 신인 감독이 만드는 예술 영화는…글쎄요. 이름이 유명세가 있다는 것은 그 가치가 있다는 거잖아요. 사실 신인 감독은 투자자나 관객들의 눈치에 아무래도 휘둘릴 밖에 없잖아요. 제 성향에 맞는 감독에 한해서 투자자들의 눈치 살피지 않고, 타협할 수 없는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감독이면 좋겠어요(웃음)."
물론 그녀와 두 번이나 호흡을 맞춘 김기덕 작품의 러브콜에는 언제든지 화답할 준비가 돼있다. 당시 신인이어서 부족한 점도 있었지만 지금 함께 연기를 한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욕심도 있다.
"'사마리아'나 '활'은 저랑 잘 맞는 작품이었어요. 상상력으로 채워갈 수 있는 작품이 좋아요. 보편적이지 않고 상황에 따라 해석을 해 연기할 수 있는 거요. 기본적으로 틀을 잡아놓고 하면 재미가 없어요. 김기덕 감독님과는 그런 점에서 성향이 잘 맞아요. 한때는 김기덕 감독님의 페르소나가 되고 싶었던 꿈도 있었어요."
작품 선택에 있어서만큼은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그녀지만 그래도 대중성 있는 배우, 스타성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물론 이슈의 중심에 서는 배우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가 오다기리 죠예요. 연기하는 방식은 자유로운데 스타성 있는 배우잖아요. 단순한 스타도 아니고 단순한 배우도 아니고 자기 사고방식대로 일을 하면서 자유롭고 행복하고 싶어요. 이슈성으로 유명한 것 말고요. 관객들이 영화를 봤을 때 돈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고 '보고싶다'는 그런 생각이 드는 배우요 (웃음)."
한여름은 현재 연기자로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좋다. 때로는 자신이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고.
"좋은 영화를 봤을 때 제 직업이 배우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제 직업이 배우라는 데서 희열을 느끼죠. 연기 작품을 할 때도 많지는 않지만 매 작품 한 번씩은 그런 희열에 빠지는 순간이 있어요. '유리의 성'에서 희열요? 조금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은데요(웃음)."
한여름은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면서 전날도 최근 개봉한 영화를 봤다며 오늘 또 영화를 보러 갈 것이라고 눈을 반짝였다. 영화를 일이 아닌 자연스러운 생활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는 그녀의 모습이 무척이나 즐거워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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