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욱의 바이오 세상]자궁경부암 백신-혼수품목 1호


매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0월 초가 되면 내 일이 아닌데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지는 소식이 하나 있다. 바로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발표이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외신을 통하여 그 소식을 접하게 되었는데 2008년도 올해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3명의 과학자가 두 가지의 다른 바이러스를 발견한 공로와 업적으로 공동수상의 영예를 안게 되었다고 한다.

수상자는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를 발견한 프랑스의 2명의 과학자와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체 유두종 바이러스를 발견한 독일의 하랄트 하우젠 박사로, 공동 수상하였다고 한다.

인체 유두종 바이러스는 보통 HPV (Human Papilloma Virus)라고도 부르며 주로 여성의 생식기에서 기생, 증식하여 치료가 어렵고 잘 없어지지 않는 바이러스인데 자궁경부에 암을 일으키는 원인바이러스로 최근 밝혀졌다. 또한 사람 뿐만 아니라 포유동물의 우상피 세포에 감염, 사마귀와 악성종양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항문, 회음부 주위에 닭벼슬 모양으로 번지는 곤지름 사마귀의 90% 이상이 바로 이 HPV에 기인한다.

현재까지 약 70여 종의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는데 특히 자궁에 질환을 일으키는 HPV 16, 18, 31, 33, 35 등이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어 있고, HPV 6, 11 등은 주로 곤지름과 비현성 감염에서 주로 검출되기 때문에 ‘저위험군’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해서 모두 자궁경부암에 걸리지는 않지만 자궁경부암 환자 거의 모두에게서 이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기 때문에 자궁경부암은 유전이라기보다는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연구에 의하면 ‘고위험군’ HPV는 남자들에게는 별달리 큰 질환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독일 암 연구센터에 재직 중인 하우젠 박사는 모든 자궁경부암 중 70% 이상을 일으키는 HPV 16과 HPV 18을 1983, 1984년에 각각 발견, 규명한 공로로 이번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원인은 바이러스.. 백신은 딸 가진 부모가 챙겨야 할 혼수품목 1호

HPV는 인체에 감염되더라도 대부분 자연소멸하는데 ‘저위험군’ 바이러스의 경우, 감염 후 1년 이내에,‘고위험군’ 바이러스의 경우 70% 정도는 2-3년 정도에 우리 몸에서 자연소멸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소멸되기 전에 자궁경부를 공격하는 경우 문제가 되므로 여성들은 자신의 몸에 HPV가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어떠한 타입의 HPV가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더라도 자궁경부의 조직에는 이상이 없는지를 1년에 한차례 이상 산부인과를 방문,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최근 한국의 한 연구기관이 20세부터 73세까지의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무려 30%가 HPV에 감염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특히 조사 대상의 15.4%는 ‘고위험군’HPV에 감염된 것으로 조사되어 이들 감염 여성들은 자궁경부암으로의 진행에 대하여 노출되어 있다고 보고되었다.

아무튼 HPV 자체가 유해하다고 하기 보다는 감염 이후에 관리소홀 등으로 자궁경부암을 일으키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하겠는데, 우리나라 여성의 3대 암 중의 하나인 자궁경부암은 지금까지는 주로 40대 이후에 주로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미혼여성에게서도 자궁경부암이 발견될 정도로 발병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현재 HPV에 감염된 경우 완치할 수 있는 치료약이 없기 때문에 더욱 예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HPV는 콘돔을 사용하여도 감염이 된다고 보고되고 있다. 그 이유는 HPV는 자궁경부에서만 증식하는 것이 아니라 항문 주위에서도 증식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성관계가 아닌 회음부의 접촉만으로도 감염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콘돔은 가장 손쉽고 경제적인 예방책이지만 문란한 성생활을 피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근본적인 예방법이라 하겠다. 치료약이 없는 상황에서 가장 확실한 또 하나의 예방법은 HPV에 대한 예방 백신을 접종하는 것인데 ‘가다실’이란 약이 바로 그 예방 백신이다.

‘가다실’은 최근 다국적제약회사의 하나인 MSD가 개발에 성공, 2006년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전세계적으로 판매를 시작한 의약품으로 우리나라에서도 2007년 6월 말에 한국식약청의 허가를 얻어 판매를 시작하였다. ‘가다실’은 9세-26세의 여성이 1차 접종 후 2개월 및 6개월 후 2차에 걸친 추가 접종 등 총 3차례에 나누어 접종을 할 경우, HPV에 의한 자궁경부암의 발병을 예방하게 되며 세계 여성의 건강 유지와 삶의 질의 향상에 기여하는 등 그 기대가 큰 21세기형 의약품이라 하겠다.

최근 미국 질병관리본부 (CDC)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13-17세 소녀의 약 25%가 이미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2006년에 제품이 처음 출시된 점을 고려한다면 이례적으로 매우 빠른 속도로 보급되었음을 시사한다 하겠다.

B형간염 예방백신 등 다른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 접종률이 90%에 도달하는데 통상 6-9년이 소요되었던 점을 감안할 때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의 보급률은 일반 예방백신보다 상당히 빠르고 높은 편이라 하겠다.

‘가다실’은 9-26세의 여성이 접종하는 것으로 승인되었지만 실제 CDC에서는 11-12세에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이미 13세 이상이 되면 성경험을 갖는 소녀들이 급격히 늘기 때문에 HPV 감염 이후 예방백신의 접종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라 하겠다. 우리나라의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시장은 현재까지는 “가다실’독주 체제이지만 또 다른 다국적 제약회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올해 7월에 ‘서바릭스’라는 상품명의 백신을 허가 받아 올 가을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가게 된다.

우리나라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의 시장 규모는 접종 가능 인구수를 감안하고 약 5-6%의 접종률을 가정할 경우 약 400억 원 대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지만 이들 두 다국적제약회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의하여 그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라는 것이 바이오산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무튼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은 보급 초기단계이고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의약품으로서 1회 접종 비용이 평균 15-25만원 선으로 세 차례 모두 접종할 경우 45-70만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는 다소 비싼 의약품이지만 언젠가는 의료보험이 적용되고 의무적으로 접종해야 하는 백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1천 명 정도가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하고 있는데 작년에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의 수가 7천 명 정도였던 사실과 비교할 때 자궁경부암의 위험성을 알리는 것에 거품이 끼어 있으며 굳이 비싼 백신을 맞을 필요가 없다라는 다소 비판적인 주장을 하는 전문가도 있는 듯 하다.

하지만 딸 가진 부모라면 미리 꼭 챙겨줘야 할 혼수품목 1호는 대형TV도, 고급아파트도 아닌 바로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의 접종이 아닌가 싶다.

/정성욱 인큐비아 대표column_sungoo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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