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과학속으로]작을수록 강해지는 비밀


재료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철기시대부터 현재 나노시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시골 장터 대장장이의 망치질에서부터 포스코 제철소에서 최신식 설비로 제조되는 고강도 강판에 이르기까지 그 방법은 실로 천차만별이지만 그 기저에는 한가지 공통되는 원리가 있다. 외부에서 응력이 가해졌을 때 소위 '전위'(轉位, Dislocation)라 불리는 선형 결함들(Line defects)이 쉽게 움직이지 못하도록 재료의 미세구조를 제어하는 것이다.

재료공학에서 전위란 규칙적인 원자들의 배열이 선상으로 어긋난 선형 결함을 지칭한다. 전위 선의 직경은 재료의 결정구조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대략 1 나노미터 (10-9미터) 수준이며, 특정 결정면에서 특정 결정방향으로만 쉽게 움직인다.

외부 응력이 가해졌을 때 이 선 결함들은 음속의 속도로 재료 내부를 관통해 표면까지 이르러 원자 단위의 변형을 일으키는데, 이런 미세한 변형들이 쌓이고 쌓여 우리가 눈으로 인지할 수 있는 거시적인 변형양을 만들어 낸다. 사실 인지하지 못할 뿐이지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곧 잘 전위들을 생성시키고 움직이게 하는 소성변형을 하는데, 그 예가 음료수 병의 병뚜껑을 따는 일, 주방용 알루미늄 호일로 음식물을 포장하는 일들이다.

놀랍게도 우리가 재료의 소성변형을 미시적인 관점, 즉 마이크로미터 (10-6미터) 수준에서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1905년 이탈리아 과학자 Volterra에 의해 전위의 개념이 도입되었고, 1930년대에 이르러서야 Orowan, Polyani, Talyor 등의 과학자들이 재료의 소성변형을 전위의 움직임으로 설명하였다.

전위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재료 내부를 확대해 들여다 볼 수 있는 현미경이 필요하다. 광학현미경, X-선 현미경, 이온현미경 등을 이용해서 전위를 간접적인 방법으로 관찰할 수도 있지만, 투과전자현미경만큼 재료 내부에 감춰진 전위를 직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1956년 영국 과학자 Menter가 투과전자현미경으로 전위를 처음으로 관찰한 이래, 재료공학에서 투과전자현미경은 전위 관찰에 가장 강력한 분석기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투과전자현미경으로 전위를 관찰할 수 있게 되면서, 철강 등의 금속재료를 더욱 강하게 만들려는 연구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대장장이가 쇠를 두드릴수록 강해지는 이유는 증식되는 전위가 서로 뒤엉켜 움직임을 스스로 제한하기 때문이며, 재료의 결정립 크기가 작아질수록 강해지는 이유는 전위의 움직임이 결정립 간 경계면에 의해 억제되는 것이고, 석출물의 양을 증가시키면 전위의 움직임이 석출물에 의해 더욱 제한한다는 것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자, 이제 우리 관심사를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대형 사이즈 (수 센티미터에서 수 미터)의 재료에서 마이크로미터 이하 크기의 단결정 재료로 옮겨보자.

2000년대 들어서, 집속이온빔 (Focused ion beam) 현미경을 이용한 미세 가공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재료를 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원하는 모양으로 조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미세 가공 기술을 등에 업고, 과학자들의 호기심이 발동되었다. 전위 움직임을 제한할 아무런 결함이 없는 단결정 재료를 밀리미터 (10-3미터)에서 서브마이크미터 크기의 작은 시편으로 가공하여 변형실험을 한 결과, 예상 밖으로 시편의 크기가 작아지면 더욱 강해지고 변형하기도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나노입자, 나노와이어 등도 이와 유사한 변형 거동을 보인다. 전위의 움직임을 제한할 그 어떤 방해물을 포함하지 않는 단결정 재료에서 왜 이러한 '크기 효과'가 나타나는 걸까?

이 예상치 못한 '크기 효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마이크로 또는 나노 재료의 변형 중에 전위의 움직임이 재료의 크기 변화에 따라 어떻게 영향을 받는가를 직접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실험을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는 투과전자현미경 내에서 마이크로 또는 나노 재료를 변형함과 동시에 직접 전위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실험적 제약으로 인해 기존의 투과전자현미경 실험 방법으로는 전위의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할 수 없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서는 기존의 어려가지 실험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실험 방법을 고안하였으며, 투과전자현미경 내에서 직접 인장 변형을 통해 서브마이크로 결정 내 전위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결정의 크기가 작아지면 전위를 생성할 수 있는 소스의 수가 적어지고, 또한 전위 생성에 더 큰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결정적으로, 재료의 크기가 작아지면 생성된 전위가 움직일 수 있는 거리 또한 제한되어 작은 재료에서는 더욱 쉽게 재료 표면을 통해 소멸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크기가 큰 재료의 변형에서 작동하는 전통적인 경화 메커니즘과는 정반대의 경화 메카니즘이 발견된 것이다. 즉, 전위가 방해물에 적층되어 재료가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작은 단결정 재료에서는 표면으로 쉽게 빠져나가 강해지는 것이다. "Smaller is stronger", 재료과학의 난제 중 하나가 투과전자현미경 직접 실험으로 밝혀진 좋은 예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전자현미경연구부 오상호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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