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폼이 좋으니 안타 되잖아~", "어이구~ 우리 재호가 안타 하나 쳤네~"
지난 12일 목동 두산-히어로즈전이 끝난 후 덕아웃으로 들어가던 김재호를 보고 두산 김진 사장과 김승영 단장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루수 고영민의 부상으로 김재호가 대신 기용돼 다소 불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봤지만, 결과는 이런 말이 나올 정도로 '합격점'이었다.
'스마일맨' 김재호가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 최근 부진했던 고영민이 지난 10일 잠실 한화전서 1루 베이스 모서리를 밟아 오른발목이 젖혀지는 부상을 당해 약 한 달간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기회가 왔다. 김경문 감독은 김재호를 선발 2루수로 출장시켰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를 2루 붙박이로 활용할 생각이다.
시즌 전부터 생소한 2루수 포지션을 맡아 백업요원으로 있던 김재호는 다소 부진해도 선발을 꿰찰 수밖에 없었던 고영민의 그늘에 가려 개막 이후 빛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간간이 대체 요원으로 투입됐지만, 감이 떨어진 김재호의 방망이는 허공만을 갈랐고, 이런 가운데 수비 실책도 3차례 범하면서 스스로 자신감을 잃어갔다.
하지만 고영민의 부상으로 12일 히어로즈전에 올 시즌 두번째 선발출장한 김재호는 안정적인 2루 수비를 선보였고, 6회초 공격에서는 선두타자로 나서 좌익수 왼쪽을 가르는 2루타를 뽑아내 팀 추가득점의 물꼬를 텄다.
경기 전 만난 김재호의 인상은 굳어 있었다. 고영민의 공백을 온전히 메우지 못한다면 우연히 찾아온 기회서 주저앉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타격 컨디션도 그다지 좋지 않았고, 2루 포지션도 완전히 몸에 익은 상황이 아니었기에 경기 전 선발엔트리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갔을 때만 해도 김재호는 부담감에 미소를 잃었다.
하지만 3-1 두산의 승리로 끝나고 덕아웃에 들어온 김재호의 표정은 달라져 있었다. 실책 없이 수비에서도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고, 팀 승리에 도움이 되는 안타까지 쳐냈으니 스스로 만족한 경기였다고 평가한 것이다.
김재호는 "팀에게 제발 피해만 주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요즘에는 방망이까지 안맞으니 자신감이 없었거든요"라며 "하지만 오늘을 시작으로 앞으로 좋은 타구가 많이 나올 것 같아요. 기분이 좋네요"라고 밝게 웃었다.
사실 수비 적응도 문제지만 김재호는 최근 좀처럼 안타를 쳐내지 못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13경기에서 16타수 2안타의 부진을 보이고 있었다. 타격 파워를 올리기 위해 자세를 낮췄는데, 오히려 쉬운 공에 손이 나가면서 독으로 작용한 탓이다.
김재호는 "시즌 들어 타격 자세를 낮췄는데 역효과가 났어요. 안좋은 공에 배트가 나가고 타이밍도 도저히 못맞췄어요, 그래서 예전 자세로 해봤는 데 훨씬 낫더라구요"라고 그 동안의 마음 고생과 타격감을 찾기 위해 나름 애쓴 과정을 전했다.
김경문 감독은 일단 김재호에게 계속 기회를 줄 생각이다. 그 동안 고영민의 기를 꺾지 않기 위해 부진해도 선발 요원으로 출장시켰지만, 감독으로서 난감한 부분도 많았다. 때문에 고영민의 부상이 오히려 컨디션 회복이나 팀 비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까지 평가했다.
김 감독은 "(고)영민이가 한 달 정도 휴식을 취하고 나오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야구장 밖에서 야구를 보면서 뭔가 깨달을 것"이라고 이번 부상이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김)재호는 캠프 동안 정말 열심히 했다. 이번에는 기회를 한 확실히 줄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김재호는 찾아온 기회서 지난 겨울 담금질의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까. 국가대표 2루수의 빈 자리를 메워야 는 부담 속에서 일단 첫 단추는 잘 끼웠다. 이제 본인의 앞길을 스스로 개척할 차례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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