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온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 서럽고 쓰리던 지난날들도 다시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땀 흘리리라, 깨우치리라. 거치른 들판에 솔잎 되리라."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기타를 치며 즐겨 불렀던 '상록수'. 고인이 희망을 노래하며 불렀던 이 노래가 영원한 작별의 노래가 됐다. '상록수'는 온 국민의 슬픔으로 승화돼 29일 오후 노 전 대통령 노제가 열린 서울 광장에 울려퍼졌다.

이날 오전 일찍부터 수많은 시민 추모객들이 노제가 열린 서울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운구 행렬이 도착하기 전부터 '상록수'를 비롯해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등이 울려퍼졌고 시민들이 입에서 입으로 따라 불렀다.
노제 사전추모행사가 시작됐고 안치환이 무대에 올라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등 추모곡으로 시민들의 마음을 적셨다.
이어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는 양희은의 선창으로 시작된 '상록수'에 시청 광장이 눈물바다가 됐다. '우리 나갈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가 끝내 이기리라'라는 가사말이 유난히 힘들었던 정치 역정을 걸어온 노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며 추모객들의 가슴을 울렸다.
'상록수'는 노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대표곡.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직접 기타를 치며 이 곡을 부른 노 전 대통령은 '기타치는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인간미 넘치고 소탈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에 국민들은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고, 대통령 당선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상록수'는 또 참여정부에 기대를 건 국민의 희망이기도 했다. 역경을 이기고 밝은 미래를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이 담겨있었다.
그러나 이날 '상록수'는 노 전 대통령을 애도하는 추모곡으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고인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의 노래가 됐고, 작별 노래가 됐다.
그렇게 40만명의 추모객이 눈물과 울분의 목소리로 함께한 '상록수'는 노란 풍선과 함께 시청 광장을 뒤덮었다.
그 누구보다 소탈한 삶을 살며 사람 사는 세상을 꿈꿨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온국민이 목놓아 부른 슬픈 '상록수' 배웅을 받으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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