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엽이 8번 타순으로 강등된 것은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지난 8일 도쿄돔서 열린 요미우리-라쿠텐전에서 이승엽(33, 요미우리)은 마침내 무안타 침묵하던 데서 탈출했다. 앞선 10경기(5월24일~6월7일) 동안 볼넷만 있었을 뿐, 35타석 동안 안타 하나 못치고 있었기에 요미우리 팀내에서 뿐 아니라 팬 및 일본 언론, 야구관계자들도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일본 명감독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야마모토 고지 전 히로시마 감독은 슬럼프에 빠진 이승엽의 타격 폼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하위 타순에 배치되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야마모토 씨는 "경기 전 이승엽의 프리배팅을 봤다. 35타석 무안타라고 들었는데, 배팅시 타점과 머리가 먼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 때문에 이승엽의 타격 컨디션을 알고 있는 하라 감독도 이승엽을 중심타선에서 벗어난 8번에 기용한 것이다. 요미우리에 이승엽은 꼭 필요한 존재다. 본연의 스윙을 되찾기까지 심적으로 편안히 해주고, 부담감을 줄이는 차원에서 8번에 기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타격 부진에 따라 다시 플래툰 시스템의 적용을 받고 있는 이승엽은 상대 투수가 좌완이면 선발 제외되는 것은 물론 최근엔 선발 기용되더라도 타순이 8번까지 내려가는 수모를 겪고 있다.
8일 라쿠텐전에도 선발 명단에서 빠졌던 이승엽은 6회말 2사 1, 2루 상황에서 대타로 나서 구원투수 사타케를 상대로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날려버리는 2타점짜리 우측 펜스 직격 2루타를 날렸다. 지난 5월24일 오릭스전 이래 36타석만에 안타를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35타석 무안타 탈출, 어떻게...

하라 감독이 이승엽을 대타 기용하자 라쿠텐의 노무라 감독도 좌완 사타케를 내보냈다. 이승엽은 초구 유인구를 잘 골라낸 뒤 2구째 몸쪽 높게 형성된 123km짜리 슬라이더를 힘껏 받아쳐 기다려왔던 안타를 때려냈다.
야마모토 씨는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서자 "일단 이승엽은 몸쪽 높은 공을 의식하고 있고, 투수는 바깥쪽 슬라이더를 던질 확률이 높다. (몸쪽이건 바깥쪽이건) 이승엽의 몸이 열리지만 않는다면 사타케를 공략하기 수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자신의 예상이 적중하자 야마모토 씨는 "역시 슬라이더가 들어왔다. 이번 안타는 몸쪽으로 제구됐음에도 몸이 열리지 않은 결과다. 이 적시타로 본인은 한숨 돌렸을 것이다. 나 자신도 슬럼프에 빠졌을 때 그랬고, 타석에 들어서면 원인을 찾기 어렵다. 안타 하나에 잊었던 스윙이 다시 생각나는 법이다. 이승엽은 감을 잃었던 스윙이 다시 생각났고, 이 난국을 헤쳐나갈 계기를 마련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승엽은 적시타 한 방으로 그간의 마음고생을 떨쳐내는 한편 극심한 부진에도 믿고 기용해준 하라 감독에게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었다.
대타 이승엽이 안타를 쳐내자 하라 감독은 다음 수비 때 교체 없이 1루수로 기용했다.
하라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이승엽에 대해 "이 안타로 뭔가 (심적인 부담을) 털어낸 것이 있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이뉴스24 /손민석기자 ksonms@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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