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남자가 낭떠러지 끝에 매달려 있었다.
주변을 둘러봤지만 아무도 그를 구해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힘이 떨어져 그만 손을 놓으려는 찰나 한 사람이 나타나 그 손을 잡아 끌어올렸다. '생명의 은인'이 나타난 것이다. 주변의 모든 이들이 반대하고 비판했지만 이 은인은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질 거라며 그 손을 놓지 않았다.
그는 은인에 충성을 맹세하며 새로운 사람이 되고자 다짐했다. 은인 역시 그를 변화시키려 옆에서 도왔다.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그는 욕설을 하며 난동을 부리는 사건을 일으켰다. 새롭게 시작한 다짐은 그렇게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역시나'라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새로운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할 거라는 비난이 있었다. 은인은 그래도 그의 손을 놓지 않았고 그를 믿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울었다. '인격모독'적 처벌을 받을 때도 그의 편에 서서 그를 감싸 안았다.
사건이 마무리된 후 사람들은 조금씩 변해가는 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는 은인의 사랑과 믿음에 보답하고자 열심히 살았다. 조금씩 평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은인의 얼굴에는 조금씩 미소가 비치기 시작했다. 은인과 그 사이의 이런 모습을 주위에서는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게 됐다. 이런 평화로움이 영원할 줄 알았다.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예전에 잘나갔던 그는 지금의 상태에 만족하지 못했다. 예전에 자신을 떠받들던 주변인들과 더욱 두둑했던 주머니가 생각나기 시작했다. 이대로 살기에는 자신이 너무나 초라해보였다. 자존심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배신'을 꿈꾸게 된다.
그는 배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모종의 계략을 꾸민다. 존재하지 않았던 일들과 말들을 지어내며 은인을 속였다. 그리고 자신은 억울하다며 주위에 항변했다. 그렇게 그의 배신은 정당화되고 있었다. 은인도 어쩔 수 없지 않냐며 한숨을 쉬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진실은 언제나 밝혀지는 법. 그의 계략은 낱낱이 세상에 밝혀졌다. '역시나'였다. 그는 '역시나' 달라지지 않았다. 은인은 충격에 빠졌다. 자신의 생명까지도 함께 걸며 구해준 그에게 칼을 맞은 셈이다. 밀려오는 배신감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은인은 너무나 괴롭고 힘든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그래도 은인은 그를 지켜주고 싶었다. 주는 사람은 100%라고 생각하지만 받는 사람은 모자라게 생각할 수 있다며 그를 이해하려 했다. 은인은 떠나는 마음을 이해했고 좋게 떠나보내려 했다.
하지만 그는 은인의 이런 마지막 남은 믿음까지도 산산이 짓밟아 버렸다. 그는 은인이 유종의 미를 거두자는 제안을 거부했고, 난동을 부리며 상황을 더욱 짙은 어둠 속으로 끌고 갔다. 은인의 심장에 비수를 꽂는 짓을 서슴지 않았다. 결국 은인이 잠시 다른 곳에 있는 동안 그는 은인 몰래 은인과 함께 살던 집을 박차고 나왔다.
자신에게 불리하게 상황이 전개되자 그는 또다시 몇몇 사람들을 불러 모아 하소연한다. 억울하다며. 물론 억울해 할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는 생각하지 못한다. 누가 더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는지. 자신으로 인해 은인이 어떤 곤경에 쳐하게 됐는지 고민하지 않는다. 은인은 오직 그를 믿은 죄밖에 없다. 진심을 다하면 그가 다시 태어날 것이라 기대를 한 잘못밖에 없다. 은인은 그 죄값을 너무나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은인은 그를 위해 몸을 내던졌는데 그는 은인을 더욱 깊은 구렁텅이로 밀어 넣고 있다. 그가 주변 사람들에게 미움과 비난을 받는 이유는 돈을 더 벌겠다는 의지, 모종의 계략을 짠 것 때문이 아니다. 바로 은인에 대한 '신의'를 저버린 것 때문이다. 그는 더 잘 살겠다며 떠나면 그만이지만 남아 있는 은인은 그 죄값을 혼자 감당해야만 한다.
그는 어떤 곤경과 위기에 처했더라도 은인을 지켜냈어야 했다. 그에게 보여준 믿음에 반만이라도 보답했어야 했다. 그것이 사람 사는 세상의 도리다. 그것이 사람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힘이다.
세상을 뒤흔든 '희대의 배신자' 이야기다. 아직 완전한 결말은 나오지 않았다. 또 어떤 충격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결론은 하나 있다. 그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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