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프로야구 전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되면서 선수들은 모처럼 휴식을 맞게 됐다. 두산과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릴 예정이던 잠실구장의 상황도 마찬가지.
오후 들어 빗줄기가 거세지면서 경기 취소의 분위기가 풍기자 두산 선수들과 히어로즈 선수들은 서로 웃으면서 농담을 주고 받는 등 오랜만에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친구 사이인 히어로즈 강정호와 황재균은 두산 김현수의 방망이를 한 개씩 훔쳐가며 술래잡기 놀이를 하기도 했고, 이현승은 김현수에게 "앞으로 몸쪽 공은 안던지마"라고 볼배합을 예고하기도 했다.(강정호와 황재균은 실제로 김현수의 배트를 한 개씩 챙겼다.)
곧이어 우천 취소 결정이 내려지자 히어로즈 선수들은 얼른 짐을 챙겨 숙소로 돌아갔고, 홈팀 두산 선수들은 제각각 저녁 식사를 하거나 웨이트장으로 이동하고, 더러는 달콤한 휴식을 즐기기 위해 집으로 돌아갔다.
이런 가운데 씁쓸히 짐을 챙기는 두산 선수들이 있었다. 바로 우완 투수 박정배와 이종욱의 백업 맴버로 맹활약했던 정수빈이었다.

이날 김경문 감독은 하루라도 빨리 현장 복귀를 희망해온 이종욱과 구위 저하로 휴식차 2군에 내려갔던 김상현을 1군에 올리고, 박정배와 정수빈을 2군으로 내려보냈다.
이에 박정배와 정수빈은 라커룸에서 자신들의 짐을 빼면서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야 했다. 타 선수들이 공짜 휴가를 즐긴다는 생각에 들떠 있을 때 이들은 조용히 가방을 들고 선수단 사이를 빠져나왔다.
박정배는 "(비까지 오는데) 이런 날 또 2군에 내려가게 됐네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더 노력해서 다시 올라오겠습니다"라고 씁쓸하게 웃었고, 정수빈은 "아쉽기도 하지만 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재충전한 뒤 오겠습니다. 사실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조금씩 느끼고 있었는데 잘됐어요"라고 말수를 아끼며 뒤돌아섰다.
이종욱의 복귀, 채상병과 트레이드된 지승민의 합류, 그리고 우천 취소로 인해 들뜬 두산 선수단. 하지만 박정배와 정수빈은 조용히 이천(2군)행 티켓을 받아들고 잠실구장을 떠나야만 했다.
조이뉴스24 /잠실=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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