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을 대표하는 숙명적 '타자-투수 라이벌' 이승엽(33, 요미우리)과 이와세 히토키(35, 주니치)의 묘한 인연은 어디까지 계속될 것인가.
지난 베이징올림픽 한국-일본의 준결승에서 이승엽은 이와세를 상대로 결승홈런을 때려낸 바 있다. 둘의 스토리는 지난 30일 도쿄돔서 열린 요미우리-주니치전에서 재연됐다.
경기 결과는 주니치의 5-3 승리로 막을 내렸으나, 마지막 순간 흥미있는 투-타 대결이 펼쳐졌다.
올 시즌 후반기 이승엽과 이와세의 첫 맞대결이 성사된 것. 이날 선발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채, 벤치를 지키던 이승엽은 9회말 2사 1루서 팀의 마지막 희망을 걸머지고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 투수는 센트럴리그 구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주니치 '수호신' 이와세. 큰 것 한 방이면 동점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에서 하라 감독의 선택은 이승엽이었다. 하라 감독 역시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한-일간 준결승 기억이 생생했을 터였다.
하지만 이번 승부는 이와세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승엽은 볼카운트 2-2에서 이와세의 135km짜리 몸쪽 역회전공에 방망이가 헛돌아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와세는 세이브 하나를 추가, 시즌 30세이브째를 채웠다. 일본 프로야구 첫 5년 연속 30세이브 고지를 달성하는 기념비적인 순간에 이승엽이 희생양이 되고 만 셈이다. 아울러 이와세는 구단 신기록인 14경기 연속 세이브에도 성공했다.
'산케이 스포츠', '스포츠 호치' 등 일본 주요 스포츠 전문지들은 "올 시즌 40경기째 마운드에 오른 이와세가 홈런 한 방이면 동점인 상황에서 대타 이승엽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전대미문의 5년 연속 30세이브를 달성했다"고 흥미로웠던 경기 상황을 자세히 전했다.
이와세는 베이징올림픽 후 노메달에 그친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해, 심각한 슬럼프에 빠진 바 있다. 시즌 오프에는 "야구에 대한 생각은 (당분간) 하고 싶지 않다"며 착잡한 심경을 고백하며, 그런 이유로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불참까지 선언했다.
결과적으로 이와세는 베이징올림픽에서 이승엽의 홈런에 당한 아픔을 이날 경기를 통해 어느 정도 씻어냈다.
조이뉴스24 /손민석기자 ksonms@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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