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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 "로맨틱 가이 이미지, 낯 간지럽다"(인터뷰)


배우 이선균이 자신의 본질에 좀 더 충실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새 영화 '파주'에서 이선균은 처제와의 금기된 사랑에 빠져드는 남자를 연기했다. 드라마 '하얀거탑'과 '커피프린스 1호점', '트리플'을 통해 구축한 훈남의 이미지에서 다소 어긋나는 우울하고도 어두운 캐릭터다.

영화를 통해 진중한 작업을 하고 싶은 갈증을 느꼈다는 이선균은 '파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밝혔다. 이번 영화를 통해 첫 베드 신에 도전한 이선균은 영화와 결혼, 곧 태어날 아이에 대한 기대감 덕인지 한결 부드럽고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드라마에서 보여진 '로맨틱 가이'의 이미지가 자신의 본 모습과는 너무 괴리가 큰 탓에 부담스럽다는 이선균은 호감형 이미지를 고수하기보다는 다양한 역할,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영화 '파주'는 그의 오랜 갈증을 풀어주는 샘물과도 같은 작품이었다.

이하 일문일답

-부산영화제에서의 반응은 어땠나.

"'파주'는 다른 영화보다 객관적으로 못 보겠다. 싫으면 싫다가 명확했는데, 그만큼 애착이 가서 그런 것 같다. 판단이 명확했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볼까 궁금하기도 했고. 관객과 기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박찬옥 감독에 대한 기대도 많았고, 찾아온 관객들은 영화에 대한 관심도 크고. 요즘 상업적으로 잘 만든 웰메이드 오락영화가 많은데, 우리 영화는 어둡고 느리다. 그런 것에 대한 미학이 있는 영화다."

"영화제에 초청을 받아서 간다는 건 그 자체가 뿌듯한 일인 것 같다. 부산영화제는 대학교 축제처럼 설레는 마음을 주기도 하고. 뭔가 당당해지는 기분이다. 영화제에 가고 싶어도 영화가 없으면 왠지 그냥 기웃거리는 것 같은데, 초청을 받으면 중심에 있는 것 같고 누굴 만나더라도 당당하고, 호텔값 하는 것 같고 그렇다(웃음)."

-'파주'의 출연제의를 받고 고민은 없었나.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명확하지 않음에 쉽지 않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명확하지는 않지만 힘이 느껴지는 것도 있었다. 영화가 긴 시간 동안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친절하지는 않아 함축적이고 일반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질투는 나의 힘'을 좋게 봤고 명필름 영화를 좋아했기 때문에 한번 함께 작업하고 싶었다. 전작 '로맨틱 아일랜드'처럼 타깃을 정하고 하는 영화가 많았는데, 빠른 시간 안에 급하게 찍은 영화들은 그만큼 결과도 안 좋았고 개인적으로 만족스럽지도 못했다. 영화적인 작업을 하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고, 그것을 충족시켜 주는 대본과 프로덕션이라 좋았다. '파주'는 내게 많은 것을 준 작품이다."

-많은 것을 주었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나.

"진중하게 작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주었다. 일단 한 신씩 찍을 때마다 고민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고 고민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과 감독을 만났고 적극적으로 작업에 임할 수 있었다. 영화는 정적이지만 나는 그 어떤 영화보다 능동적으로 작업했다. 앞으로 이런 작업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러려면 연기를 잘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파주'에서 그동안 보지 못한 이선균을 볼 수 있는 건가.

"그동안 다양한 역할을 해왔다. 어둡고 차가운 역도 많았는데, 유명하지 않고 인기가 없다보니 다양한 역할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하얀거탑'과 '커피프린스 1호점'이 흥행이 되니까 그것에 맞는 시나리오만 들어왔다. 배우야 역할이 떨어져야 행동을 하니까 이미지에서 파생되는 역할이 들어오고 그런 역할을 했던거다. 하지만 내가 원했던 이미지나 선택은 아니었다. 드라마를 할 때보다 영화는 갈등이 있었던 것 같다. 영화에 마음은 많았지만, 드라마가 성적은 좋았다. 영화에 발을 걸쳐놔야 된다고 생각했다. 드라마에서 인기를 얻고 많은 것을 얻었지만, 꾸준히 영화적 작업을 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있었다. 그런 갈증이 많았다."

-본질적으로 원하는 것은 영화 쪽에 무게를 두겠다는 뜻인가?

"나는 내 작품에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면 홍보 활동을 하는 것이 힘들다. 꾸며서 얘기도 못하고. '파주'같은 경우에도 상업적으로 흥행할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손익분기를 넘겨서 이 영화에 가치를 두고 투자를 해준 분들의 마음이 빛 바라지 않도록 하고 싶다. 그들의 기대가 영화적으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이해하기 힘든 감정이고 복잡한 감정을 담은 영화지만 이 미학을 알아주는 관객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파주'도 그렇지만 실제 내 모습은 칙칙하다. 그런데 드라마를 통해 나를 알게 된 많은 사람들이 나를 '로맨틱 가이'라고 부른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착하고 다정다감한 역할을 하기는 했지만, 영화에서는 드라마보다 다양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에서 인기를 얻고 광고도 찍고 생활이 많이 여유로워졌지만 로맨틱 가이라는 타이틀은 원치 않는다. 로맨틱이라는 말이 참 낯 간지럽다."

-그러나 유명세만큼이나 책임져야 할 부분도 커진다. 원하는대로 선택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텐데.

"물론 그 이미지가 싫지는 않다. 다만 드라마의 이미지와 자연인 이선균을 동일시 하는 것이 싫을 뿐이다.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고, 인간 이선균은 그런 사람이 아닌데, 자꾸 그런 쪽으로 몰아가는 것이 부담스럽다. 고수하고 싶은 이미지가 아니기 때문에 버리고 가져가고 할 문제가 아니었던 것 같다. 그저 나는 내가 해왔던 대로 하고 있을 뿐이다. 로맨틱한 역할을 고수하고 싶지 않다. 광고를 찍기 위해,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고민했던 것은 0%도 없다. 중심을 잡고 연기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대했던 박찬옥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그동안 신인 감독하고만 작업을 했다. 영화계에도 라인이 있어서 누군가 거절한 역할을 내가 한 셈이지(웃음). 입봉 감독과 하다보니 제약이 많았다. 추구하는 바가 있어도 주위에 입김에 흔들리는 경우를 많이 봤다. 하지만 박찬옥 감독은 믿음을 주고 뚝심있게 작업할 수 있게 해주었다. 참 조용하고 여성적인 감성을 가진 사람이지만, 얘기를 나누다 보면 남자의 마음을 너무 잘 알아서 마치 큰 형같다. 차분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사람이랄까 오래 얘기를 나누게 되는 사람이다."

-첫 베드 신이라 힘들었다고 들었다.

"베드 신이 처음이라 힘들더라. 여자 배우도 힘들지만 남자도 다른 사람 앞에서 벗고 있는다는 것이 힘들다는 의미다. 베드 신이 도발적으로 홍보가 됐지만, 주인공들의 심리적인 면을 표현하는 중요한 신이다. 처음 노출하는 거고 요즘 남자배우들이 몸이 워낙 좋잖은가. 나는 가뜩이나 살이 쪄서 이런 몸매로 베드 신을 찍는다는 것이 창피하더라. 그래서 되도록 영화 후반부에 찍자고 했다. 하지만 2회 차에서 결국 촬영하게 됐다."

"심이영하고 촬영했는데, 나보다 외려 당차게 굴어서 부담이 없었다. 남녀 배우가 베드 신을 찍고 나면 친해진다더니 정말 그렇더라. 베드 신을 찍고 나니 힘든 고개를 함께 넘었다는 동질감 때문이지 나머지 촬영에서 감정을 나누는 것이 쉬웠다. 어떤 교감을 느낀 것 같다. 아마 내 몸매 때문에 아주 현실적인 베드 신이 나올거다. 베드 신은 두 차례 촬영했고, 오래 찍은 것에 비해 짧게 나온다."

-아내는 영화를 봤나.

"보여주지 않을 생각이다. 베드 신 때문이 아니라 극중에서 아이가 화상을 입는 장면이 있는데, 태교에 좋지 않을 것 같아서다. 얼마 전에 극장에 함께 가서 '국가대표'를 봤는데, 극장 사운드가 크다 보니 태동이 빨라지더라. 아무래도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산모나 아이에게 안 좋을 것 같아서, 영화는 출산 이후에 보여주려고 한다."

-혼전 임신을 솔직하게 고백해 지지를 받았다.

"자랑도 아니지만, 감출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내도 30대 중반이다 보니, 출산 계획을 세우던 참이었고. 그래서 아이가 생겼나보다(웃음)."

-결혼 생활은 어떤가.

"아내와는 7년 연애를 했기 때문에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아이가 있다는 것이 달라진 점이다. 처음에는 결혼을 했다는 것이 실감도 안 났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정신 차리고 열심히 살아야겠다, 아내와 아이를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든다. 인생에 대한 부담도 있고. 신혼 초에는 '트리플' 찍느라 예민했다. 적응 못했었는데, 점점 결혼과 아이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원래 아이를 안 좋아했다. 조카들하고도 잘 안 놀아주고 아이를 잘 돌보지도 못했는데 지금은 길거리에서 아이만 보이고 아이들에게 말도 시키고, 조카들에게도 잘 해주고 그런다. 얼마 전에 산후조리원에 예약을 하러 갔는데, 신생아실에서 눈물이 나더라, 내 아이도 아닌데, 그냥 신생아를 보니 눈물이 났다. 다들 천사같아서. 전에는 왜 아이를 낳으면 울까 이해를 못했다. 조카들을 보고도 '왜 이렇게 못 생겼냐'고 할 정도였는데, 이제는 아이가 태어나면 눈물이 날 것 같다."

조이뉴스24 정명화기자 some@joynews24.com 사진 김현철기자 fluxus19@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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