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기현(30, 풀럼)은 '최전방 스트라이커'로서의 능력은 가지고 있지만 주 포지션은 아니다.
사이드에서 돌파해들어가거나 수비수들을 요리하며 문전으로 날카롭게 크로스를 올리는, 윙어에 가까운 설기현이 우리의 기억 속에 익숙한 설기현의 모습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의 주역으로 군림한 설기현의 모습도 그런 모습이었다.
허정무호가 출범한 직후에도 설기현은 윙어로 허정무 감독의 호출을 받았다. 설기현은 누구도 근접할 수 없는 부동의 오른쪽 윙어로 군림했다. 하지만 월드컵 3차 예선 당시 소속팀에서 출전기회를 얻지 못한 설기현은 경기력이 예전 같지 않았고, 그러는 사이 이청용이라는 '신예'가 등장했다. 이후 국가대표 오른쪽 윙어 자리는 이청용의 차지가 됐다. 설기현은 설 자리가 없었다.
이청용은 허정무호 부동의 오른쪽 윙어로 군림하며 월드컵 7회 연속 본선진출에 한 축을 담당했다. 게다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턴으로 이적해 빠른 적응력을 보이며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국가대표팀에서 이청용이 있는 오른쪽 윙어 자리는 박지성의 자리만큼이나 공고해졌다.
그리고 허정무 감독은 설기현을 다시 불러들였다. 지난 9월5일 펼쳐진 호주전을 준비하며 해외파를 점검한다는 계획으로 오랜만에 설기현을 발탁했다. 오른쪽 윙어 자리를 놓고 '신예' 이청용과 '베테랑' 설기현의 흥미진진한 주전 경쟁이 펼쳐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청용과 설기현의 경쟁은 없었다. 설기현은 호주전을 시작으로 세르비아전까지 윙어가 아닌 최전방 공격수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설기현은 박주영, 이동국, 이근호 등 공격수들과 경쟁을 해야만 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 들게 마련이다.
'스트라이커' 설기현은 아직까지 부진의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허정무 감독은 설기현에 출전기회를 부여했지만 설기현은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현재 소속팀에서 출전기회를 잡지 못해 경기 감각이 떨어졌다는 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18일 밤 설기현 소속팀 풀럼의 홈 구장인 영국 런던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열린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서 설기현은 새로운 비상을 꿈꿨다. 최전방 원톱에 배치된 설기현. 불편한 옷을 입은 듯 설기현의 몸은 무거웠다. 드리블은 막히고, 한 발 늦은 패스 타이밍, 오프사이드에 걸리거나 이렇다 할 슈팅도 하지 못했다. 결국 뚜렷한 성과물 없이 후반 14분 이동국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빠져나가야만 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설기현에 느낌표(!)가 아닌 물음표(?)가 던져지고 있다. 설기현에게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기는 것이 그의 재능과 기량을 줄이는 것이 아닌지 고민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허정무 감독이 이청용과의 경쟁에서 밀려났지만 설기현의 경험과 재능이 아까워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히는 것은 아닌가 고심해봐야 한다.
오히려 오른쪽 윙어 이청용 독주체제에서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들어 긴장감을 불어넣는 것이 이청용과 설기현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또 선의의 경쟁을 하며 이청용이 가지지 못한 월드컵 경험과 노하우를 설기현으로부터 도움받을 수도 있는 일이다.
'스트라이커' 설기현에 던져진 물음표에 대해 허정무 감독은 어떤 해답을 찾아낼까.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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