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프로야구에 연습생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새 인생을 시작하는 '신고 선수'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다. 각 구단은 신인 드래프트 행사 이후 앞을 다퉈 미지명자를 대상으로 가능성을 타진, 선별작업을 통해 37명(2010년 졸업예정자 기준)의 2010년도 신고 선수를 영입했다.
신인 지명을 받지 못해 계약금 한 푼 없이 프로세계에 나선 것 이외에 신고 선수가 구단에서 받는 대우는 다른 신인들과 큰 차별은 없다. 유니폼을 제공받고 훈련에 합류해 똑같이 운동을 한다. 물론 6월 이후에나 정식 선수가 될 수 있다는 현실이 막막하지만 그 단계만 통과한다면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여느 신인과 동등한 입장으로 경쟁도 가능하다.
비록 화려한 출발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다. '신고 선수의 신화' 김현수(두산)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그 이상의 성공을 꿈꾼다.
한 번의 실패(대학졸업예정자의 경우 두 번)를 끝이 아니라 여기고 남들보다 조금 다른 '특별한 출발'이라 생각하면서 더 많은 땀과 노력으로 인생을 개척하겠노라 벼른다. 그리하여 정식 선수로 인정받고 쟁쟁한 선배와 실력을 겨뤄 1군 진입에 성공하고, 나아가 오랫동안 야구를 할 수 있는 주전 자리를 꿰차겠노라 다짐한다.

2010년 1월 7일과 8일 이틀간 한국야구위원회는 신인선수 교육을 실시했다. 8개 구단 참가선수들은 모두 각 구단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진 점퍼를 입고 왔는데, 그 중엔 신고 선수들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돌이켜보면 3년 전까지만 해도 이 신인교육 행사에 신고 선수는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된다. 있었다 하더라도 그 수가 적어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한국야구위원회는 해마다 신고 선수의 비율이 늘어남에 따라 구단에 이들의 교육 참가를 권유했고, 올해의 경우는 참가 신인의 30%를 훨씬 웃도는 수준에 이르렀다.
연습생 신분이라고 해서 이들이 위축되어 있거나 의기소침하지 않다. 물론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그 수가 적은 탓인지 '물 위에 뜬 기름'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다. '과연 내가 있어도 되는 자리인가?'라는 불편함이 얼굴 전체에 완연하게 나타났고, 수심 가득했던 그들의 눈망울이 기억난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상대적으로 양적인 성장세(?) 탓이기도 하겠지만 적어도 선고 선수라는 신분에 대해 스스로 인정하고 당당함을 잃지 않는 분위기다. 물론 이들의 마음 깊은 곳에는 여전히 불안한 미래에 대한 조바심도 숨어있을 테고, 어느 정도의 '소외감'도 품고 있겠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이들의 모습은 예전보다 훨씬 여유롭고 밝았다.
각 구단별로 신고선수 영입 현황을 보면 삼성이 9명을 선발해 가장 많고 그 뒤를 이어 롯데와 KIA가 7명씩, 두산이 6명을 뽑았다. 드래프트에서 10명의 선수를 꽉 채워 담은 LG도 3명을 추가했고 히어로즈와 한화가 2명씩, SK는 단 한 명의 연습생을 뽑았다.
신인지명회의를 통해 뽑은 선수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신고 선수로 메웠는데, 역으로 생각해 보면 분명 그만큼 기존의 선수들이 방출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신인 교육이 진행되는 중간 휴식 시간을 틈타 8개 구단의 신고 선수 한 명씩을 무작위로 불러내 취재를 했다. 갑자기 불려나온 이들은 무슨 일인지 궁금해 하며 서성거렸다. 기자는 이들에게 '지금 여기 모인 사람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느냐. 바로 신고 선수들이다. 구단을 대표해 포즈를 취해달라. 앞으로 정식 선수가 되길 바란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처음엔 어색해 하던 8명의 구단 대표(?) 신고 선수들은 밝은 미소를 머금고 포즈를 취해줬다.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8개의 미소, 그 속에는 8개의 실패와 좌절 그리고 희망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2010년 신인교육에 참가한 8개 프로구단 선수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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