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난에 허덕이며 선수 현금 트레이드도 불사한 히어로즈가 2010 신인지명회의 이후 두 명을 신고선수로 영입했다. 덕수고-경희대를 졸업하고 경찰청에서 2년간 경험을 쌓은 김한상(26, 외야수)과 송원대학 졸업예정자인 최경환(21, 투수)이다.
그 중 4년제도 아닌 2년제 대학 출신의 최경환은 같은 또래의 선수들에게조차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무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옆구리 투수(사이드암)'라는 점이 어필해 프로 맛을 볼 수 있게 되었다.
2007년 8월 충암고는 12년 만에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정상에 올랐다. 당시 결승전에서 덕수고와 맞붙은 충암은 11회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극적인 승리를 거뒀고, 당시 인상적인 호투를 선보인 홍상삼(3학년)은 대회 MVP를 차지하며 두산 입단을 앞두고 모교 우승의 주역으로 고교시절을 화려하게 마감했다.
이미 프로 지명을 받고 계약까지 마친 홍상삼의 역투를 지켜보던 최경환은 부러움과 동시에 자랑스러움이 교차했다. 그는 고교시절 시즌 내내 덕아웃을 지켰다. 설 자리도 기회도 얻지 못했다.
"실력이 부족해서였죠. 학교가 우승을 해서 기뻤지만 한편으론 속상했어요. 제 미래를 생각하면 속이 타들어갔죠."
프로는 고사하고 4년제 대학에서조차 외면 받았던 최경환은 이후 선배 박종호(충암고졸, 외야수)의 권유로 2004년에 창단한 송원대학으로 진학했다. 비록 2년제 대학이지만 감독님(고천주 감독)의 성품도 뛰어나고 팀 분위기도 좋다는 말에 멀리 광주까지 내려가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제가 12년간 야구하면서 그 때가 가장 즐겁게 운동을 한 것 같아요. 팀 성적은 나빴지만, 선후배가 잘하건 못하건 서로 차별하지 않고 의지하고 격려하는 분위기였죠."
경주에 있는 동천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야구를 접하면서 안산을 거쳐 야구 명문 충암중·고교를 나왔지만 최경환은 대학생활 동안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팀에 투수가 몇 명 없다 보니까 나설 기회가 많았어요. 전국대회에 나가면 초반탈락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래도 마운드에 설 수 있었던 것만으로 너무좋았어요. 한 마디로 원없이 던졌죠."
스스로 2년제 대학을 선택한 또 하나의 이유로 4년의 세월을 허비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프로 지명을 받기엔 많이 부족한 걸 알기 때문에 굳이 길게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죠. 신고선수 테스트를 볼 작정이었죠. 그런데 운 좋게 기회가 왔어요."
2010 신인드래프트 이후 열린 KBO 총재기 대회 기간 중 히어로즈 고영욱 스카우트로부터 입단 권유를 받게 된 것.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자신의 인생에도 찾아왔다는 안도감과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조)용훈 형이 군 입대하면서 팀에 옆구리 투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저를 뽑아주신 거 같아요. 지금 볼 구속은 130km대를 겨우 넘을까 말까 하지만 지난해 11월 제주도 전지훈련에서 타석에 서본 선배 형들은 치기 힘든 볼이라며 칭찬해주셨어요. 보는 거랑 다르다고요. 구속은 딸리지만 컨트롤과 변화구만큼은 자신 있어요."
최경환의 말대로 히어로즈에는 사이드암 투수 중 확실한 선수가 없는 실정이다. 박준수(33)와 안규성(신인, 19) 둘 정도. 박준수(2000년 현대2차 2번)는 오랜 2군 생활 뒤 2006시즌엔 5승 5패 38세이브 평균자책점 1.82의 준수한 성적을 올리며 팀의 마무리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이내 부상을 당해 수술과 재활을 반복하며 작년 시즌엔 모습을 감췄고 이제 겨우 재기의 첫 발을 내딛고 있다.

안규성은 선린인고 졸업예정자로 2010 신인 드래프트 6번, 전체 47번으로 입단한 신인. 185cm의 큰 키와 고교졸업생 치고는 빠른 볼(135km)을 구사하며 브레이킹볼의 예리함이 돋보이는 유망주다.
이들과 경쟁을 펼쳐야 하는 최경환은 박준수보다 싱싱한 어깨를, 안규성보다는 경험 면에서 앞선다는 자신감을 갖고 2010 시즌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물론 6월 이후 정식선수 자리를 꿰차는 것이 첫 번째 관문이지만 그보다 더 나아가 "송진우, 조웅천 선배처럼 오랜 시간 마운드에 서는 투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훈련이요? 재미있어요. 즐기는 마음으로 운동을 하다보면 반드시 기회는 올 거라고 믿어요. 2월부터 팀 자체 연습경기가 있거든요. 빨리 마운드에 서서 제 볼에 대해 평가받고 싶어요."
조이뉴스24 /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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