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메종 드 히미코', '황색눈물' 등을 통해 국내 영화팬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이누도 잇신 감독이 새 영화로 한국을 다시 찾았다.
이누도 잇신 감독의 신작은 일본의 인기 추리소설작가 마츠모토 세이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제로 포커스'. 처음으로 메이저 영화사와 손잡은 이누도 잇신 감독은 자신의 주특기인 감성 드라마를 추리소설의 서스펜스와 접목시켜 색다른 작품을 만들어냈다.

'제로 포커스'의 국내 개봉을 앞두고 1박2일 일정으로 내한한 이누도 잇신 감독은 9일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갖고 한국의 영화팬들에게 새 영화를 소개했다.
"올해가 원작자인 마츠모토 세이초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라 작가의 대표작인 '제로의 초점'을 영화화하자는 이야기들이 있었고 제게 감독 제의가 와서 수락하게 됐습니다. 이 작품은 원래부터 좋아하던 작품이었기 때문에 흔쾌히 감독직을 맡게 됐어요. 50년 전 일본이 새 시대를 맞이하는 시대적 분위기와 그러한 배경 속에서 죽거나 살아남는 인간들의 드라마 좋아하고 흥미롭게 생각합니다."
이누도 잇신 감독의 '추리소설' 영화화는 전작들과는 확연히 다른 작업이었다. 하지만 감독은 이 작품을 추리소설이 아닌 '미스터리 드라마'로 변화시켜 나갔다.
"원작이 너무 유명하다보니 원작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장점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경계선이 지어진 거라고 볼 수 있어서 어렵기도 했습니다.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어도 어느 수위까지 조절을 해야하는지 고민이 있었죠. 이 작품은 몇 번이나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는데 그중에는 시대를 현대로 바꾼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원작이 가진 테마를 그대로 전달하려면 시대 배경을 그대로 둬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의 자료화면들을 영화에 많이 삽입한 이유도 보는 이들이 50년 전 일본의 모습을 실제로 느끼게 하고 싶었고 당시로 타임슬립 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낯선, 1950년대 후반 남녀의 맞선이나 팡팡걸(미군 상대 성접대 여성)들에 대해 보여주고 싶었다는 이누도 잇신 감독은 현재를 위한 과거의 희생을 이야기했다.
"일본 소설 중 '만개한 벚꽃 숲 아래'라는 작품에도 드러나듯 제가 가진 일본에 대한 이미지도 일본의 땅 대부분에는 시체들(많은 이들의 희생)이 묻혀있다는 겁니다. 그만큼 우리 윗세대들의 희생이 담겨져있다는 것이고 그들이 살인까지 하면서 얻고자 했던 미래가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미래인가 생각하게 하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한편 일본 감독들 중 비교적 한국을 자주 찾고 있는 이누도 잇신 감독은 이번 작품의 일부를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부천 판타스틱 스튜디오'에서 촬영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느낀 한국과 일본의 영화는 어떻게 다를까.
"한국에 대해 가장 신기한 것은 어떻게 '마더'같은 영화가 히트를 할 수 있는 지 궁금합니다. 일본에서는 '꽃보다 남자'나 '루키즈' 같은 드라마를 영화화한 작품들이 인기죠. 한국에서는 '살인의 추억'이나 '마더'가 히트하는데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일본은 영화에 대한 사고나 생각 자체가 다른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한국은 왜 그럴까'라고 생각했는데 언젠가부터 한국이 정상이고 일본이 이상한게 아닌가 생각하게 됐습니다.(웃음)"
"배우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배우들은 일본배우들에 비해서 좀 더 대담하게 여러가지 연기를 보여준다고 생각하고 감독으로서 그 점이 참 부럽습니다. 일본 배우들은 어느 정도 선을 긋고 거기까지만 연기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한국배우들과 꼭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먼저 어떤 작품을 찍을지 생각해봐야 하기 때문에 지금 한 배우를 골라 얘기하기는 힘들 것 같네요."
일본에서도 츠마부키 사토시, 우에노 주리, 오다기리 조, 시바사키 코우 등 유독 유명 청춘스타들과 작업을 많이 해온 이누도 잇신 감독은 마지막으로 그 이유를 밝혔다.
"각본을 써서 준비하는 동안 제가 가장 괜찮다고 생각하는 배우를 캐스팅하는 편입니다. 그들이 유명해서가 아니라 정말 재능이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츠마부키 사토시나 우에노 주리, 시바사키 코우 등은 유명스타가 되기 전에 캐스팅했던 배우들입니다. 그들이 오디션에 왔을 때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배우들이었죠. 그러나 처음 봤을 때부터 모두 훌륭한 배우가 될 거라고 느꼈기 때문에 캐스팅한 겁니다. 그들은 무명일 때부터 재능이 빛을 발하고 있던 배우들이었죠. 오디션에서 그런 배우들을 발견할 때만큼 기뻤던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오디션을 보려는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오디션 장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이 사람은 다르다'고 느낄 때만큼 기쁘고 좋은 일은 없죠."
조이뉴스24 /유숙기자 rere@joynews24.com 사진 조이뉴스24 포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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