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대졸 출신 신인 외야수의 프로지명 현황을 살펴보면 성균관대 이상훈(한화 4라운드, 전체 29번), 건국대 임한용(KIA 4라운드, 전체 30번), 영남대 안성필(삼성 6라운드, 전체 44번), 동의대 임성학(넥센 8라운드, 전체 63번)으로 단 4명 뿐이었다.
프로 8개 구단마다 넘쳐나는 외야수 자원을 감안하면 올해 역시 대졸 외야수들의 지명율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김현수, 이종욱(이상 두산), 이용규(KIA) 등 국보급 외야수들의 맹활약 덕분에 리틀 야구계에서 외야수 기피 현상이 많이 사라졌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지만 여전히 야구 하면 '투수가 대세'다.
드래프트에서 늘 상위권 순번은 예외 없이 투수가 호명된다. 거의 3라운드까지 투수 일색이지만 상위권에서 투수 대신 지명을 해도 아깝지 않을 대졸 예정 외야수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프로에서 즉시 전력감으로 손색없는 기량을 갖춘 실력파들인데 과연 이들이 올 드래프트에서 몇 라운드에 지명을 받을지 무척 궁금해진다.
▶한양대 고종욱(우투좌타. 184cm 80kg)
"대학 1학년 땐 아무 생각없이 게임에 뛰었죠. 2학년 때 주전으로 뛰니까 흥도 나고 감도 괜찮았어요. 3학년 때도 할 만 했어요. 그런데 이젠 정말 부담감이 생기네요.(웃음)"

축구 테니스 수영 등 이것저것 안 해본 운동이 없었지만 결국 야구로 결론을 내렸다는 고종욱은 남보다 늦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했다. 이후 대치중-경기고를 거쳤다. 고교시절 이미 호타준족의 대기만성형 타자로 주목을 받았고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관심을 받아 미국행을 고심하기도 했지만 막판 혼선을 겪다 결국 대학 진학을 선택했다.
빠른 발과 타고난 타격감을 갖춘 고종욱은 1학년 때 2할9푼8리(94타수28안타)로 팀내 수위타자를 차지하며 주전을 꿰찼고 2학년 때 3할3푼7리(86타수 29안타)에 이어 작년엔 더 높은 타율인 3할7푼7리(61타수 23안타)를 마크, 3년 연속 타율 상승 곡선을 그려내고 있다.
상대 수비들은 대부분 고종욱이 타석에 서면 불안감을 느낀다고 털어놓는다. 허풍을 조금 보탠다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1루에서 살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100m를 11초에 주파하는 빠른 발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타격 후 1루 베이스까지의 짧은 거리(27.431m )를 내달리는 순간 주파 능력만큼은 국내 최고 수준. 아마야구계에서는 그의 '발'에 대해 경외심(?)마저 나타낼 정도다.
"솔직히 그동안은 도루를 의식하지 않고 게임을 했거든요. 발 좀 빠르다 싶은 애들 보면 기회만 있음 냅다 뛰던데, 저는 타격 쪽에 집중해왔거든요. 하지만 올해는 저도 맘먹고 뛰어볼 작정입니다."
도루에 대한 욕심이 없었기 때문에 그동안 기록을 의식하지 않았었다면서 올해는 타격 뿐만 아니라 도루도 작정을 하고 나서보겠노라 선언했다.
지난해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고 제38회 야구월드컵대회에 출전, 초반엔 레프트와 라이트를 번갈아 봤지만 후반 들면서 2번자리를 꿰차고 고정 우익수로 나섰다. 전경기에 출전한 고종욱은 38타수 9안타 5타점 2도루를 기록하고 돌아왔다.
"참가한 외야수들의 성적이 거의 비슷비슷했어요. 처음 갔던 거라 성적도 만족스럽지 못했고 후회도 컸죠. 다시 (대표팀에) 가면 잘 할 것 같아요."
고종욱은 2010년에 대한 기대감이 사뭇 높고 진지했다.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는 기록을 만들고 싶어요. 방망이, 도루 두 부문에 있어서 그 누구도 세우지 못했고, 또 따라오지 못하는 대기록을 세우고 졸업하고 싶어요. 뭐랄까... '미친 놈'이라는 소리 들을 정도로 말이죠.(웃음)"

▶중앙대 정진호(우투좌타. 185cm 75kg)
고종욱과 비슷한 유형에 속하는 정진호는 유신고 시절만 해도 눈에 띄는 편이 아니었지만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타율 3할7푼1리를 마크, 1학년으로서는 최고의 성적(타격7위)을 선보이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07년 당시 최고의 타자로 평가받고 있던 선수들은 지금은 모두 KIA에서 활약 중인 최용규(당시 원광대4) 나지완(당시 단국대4) 이종환(당시 단국대3) 등이었고, 이들이 상위권 타율을 유지하고 있었다.

장타력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컨택 능력이 뛰어나고 맞히는 재주를 타고난 정진호는 1년 뒤인 2학년 때엔 드디어 수위타자 자리에 오르며 참가하는 대회의 타격상을 모조리 휩쓰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 해 체코에서 열린 제4회 세계대학야구선수권대회 출전 자격까지 거머쥐는 기쁨을 맛봤다.
당시 2학년으로 대표팀에 뽑힌 선수는 나성용(연세대, 포수)과 김남석(고려대, 내야수)를 포함 세 명 뿐이었다. 미국전 한 게임을 제외한 전경기에 출전한 정진호는 6개의 안타를 쳐냈고 대회 4위의 성적을 안고 돌아왔다.
그 이후 정진호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달라졌다. 태극마크가 가져다준 변화였다. 그의 이름 석자 뒤에 '타격의 달인'이라는 꼬리표가 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각 팀 투수들의 경계심을 자극한 탓이었을까? 3학년 때는 타율이 3할대 중반으로 다소 떨어졌다. 그래도 여전히 고감각 방망이의 위세는 꺾이지 않았고 태극마크는 유효했다. 일본에서 개최된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이어 유럽에서 열린 월드컵대회까지 연이어 대표로 참가하게 된 것이다.
"2년 동안 무려 3번 국제대회에 출전한다는 건 더없는 영광이죠. 하지만 저도 모르는 사이에 우쭐한 마음이 생긴 것 같아요."
월드컵 대회에서 그는 기록상으로는 남지 않는 실수를 하는 오점을 남기기도 했고 기대보다는 못미치는 활약에 그치고 말았다. 스스로 집중력이 부족했고 개인적으로 기량 발전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게 해준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회 일정도 빡빡했고 게임도 참 안풀렸죠. 방망이는 제 맘대로 안되고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무너졌어요. 시즌 중반이면 늘 겪는 체력고갈이 원인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난 동계 훈련 때는 체력 보강에 집중했어요."
신장에 비해 체중이 덜 나가는 편인 정진호는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라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빠른 발을 이용한 넓은 수비범위를 자랑하며 팀내에서 중견수를 맡고 있다. 도루에도 상당한 재능을 보이며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해마다 세워놓은 목표를 기대 이상으로 이뤄온 만큼 올 시즌은 '유종의 미'를 거두는 해가 되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⑦편 외야수(2)에서 계속~>
조이뉴스24 /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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