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박지성은 왜 '마지막'을 고한 것일까


한국 축구의 '심장'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마지막을 고했다.

박지성은 2010 남아공월드컵이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이라 선언했다. 월드컵이 열리기 전 박지성은 이미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월드컵이 끝난 후에는 혹시 마음이 변하지 않을까 바라는 팬들이 많았다. 하지만 박지성은 변하지 않았다. 박지성은 다음 월드컵은 없다고 했다.

박지성은 우루과이와의 16강전이 끝난 후 "나의 월드컵이 끝난 것이 아쉽다. 원정 16강이라는 의무는 지켰지만 여기서 멈춘다는 것이 아쉽다"며 마지막 월드컵이라고 다시 한 번 말했다.

이어 박지성은 "대표팀은 올스타가 아니다. 팬들이 원한다고 해서 대표팀이 될 수 없다. 내가 대표팀에서 내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실력으로 대표팀이 되는 것이다. 팬들이 원한다는 것은 기쁘지만 팬들의 바람으로 대표팀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다음 월드컵 대표로 뛰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왜 박지성은 섣불리 마지막 월드컵을 선언한 것일까. 한국 축구와 팬들은 여전히 박지성을 원하는데 그는 왜 마지막을 준비하는 것일까.

박지성은 최고의 자리에 섰을 때 물러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4년 후 박지성은 33살이 된다. 축구 선수로서는 전성기가 지난 나이다. 자기 관리가 철저하기로 소문난 박지성이라고 해도 세월의 흐름을 이길 수는 없는 일이다. 게다가 박지성은 체력적 부담이 큰 포지션에서 뛰고 있다.

박지성은 4년 후에도 지금의 기량을 유지할 수 없다는 확신을 한 것이다. 박지성은 월드컵이라는 세계적 무대에서 최고의 모습만 보여주기를 바랐다. 팬들이 원한다고 해도 전성기가 지나 기량이 떨어진 모습은 보여주기 싫은 것이다. 월드컵에서 박지성을 기억한다면 언제나 최고였던 모습만 기억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혹여나 대표 명단에 이름만 올리고 벤치를 지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만약 현재 기량을 유지한다고 해도 자신의 자리를 후배들에게 물려주겠다는 의지다. 박지성은 "2014년에는 유능한 누군가가 내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박지성은 그 누구보다도 제2의 박지성 탄생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2의 박지성을 더 빨리 만나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하루 빨리, 더 많이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또 월드컵이라는 세계적 무대에서 박지성은 자신의 세대가 해야 할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박지성은 2002년 4강 신화, 2006년 사상 첫 원정 첫 승, 그리고 2010년 사상 첫 원정 16강이라는 결실을 만들어내는데 모두 동참했다.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였고, 한국 축구의 자긍심을 올렸다. 이제 박지성은 다음 세대에 그 역할을 넘겨준 것이다.

사실, 최고의 자리에서 떠난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최고였을 때의 영광을 한 순간에 손에서 놓기가 쉽지 않다. 조금 더 남아있으면 보다 큰 영광이 있을 것만 같다. 떠나는 순간에는 항상 아쉬움이 더 크다. 그래서 대부분의 선수가 아쉬움과의 싸움에서 진다.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보이는 선수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또 그라운드가 그립다. 축구로 평생을 살았는데 어떻게 그립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많은 선수들이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지는 경우가 많다.

박지성 역시 아쉬움이 클 것이다. 박지성 역시 월드컵이 그리울 것이다. 하지만 당당히 떠나겠다고 한다. 박지성은 분명 축구 선수로서 가장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이다.

최고의 박지성으로 기억되고 싶고, 후배들의 성장 발판을 마련해주고자 한다. 한국 축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아쉬움과 그리움에 시달릴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이겼다.

한국축구가 이제 박지성을 자유롭게 놓아줄 때가 된 것 같다.

조이뉴스24 포트 엘리자베스(남아공)=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e3fan@joy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박지성은 왜 '마지막'을 고한 것일까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