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이후엔 (1군에)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예상보다 빨라졌네요. 처음엔 믿을 수 없었어요.(웃음)"
지난 5일 두산은 오른쪽 종아리 봉와직염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김동주를 대신해 이두환(22, 내야수)을 1군에 불러올렸다. 이두환으로선 2007년 9월 9일 사직 롯데전 출장 이후 1천62일만에 1군 무대를 밟은 것.
"(2군에서) 운동 끝날 때쯤 연락을 받았는데 이게 뭔 일인가 싶었죠. (김)동주 형이 다쳤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제서야 믿겨졌어요. 마침 이천에서 1군이 연습 끝내고 게임하러 가려던 참이어서 저도 1군 버스로 편하게 이동했죠. 떨리고 긴장해야 할 텐데 피곤했는지 야구장 도착할 때까지 푹 잤어요.(웃음)"
절실하고도 애타게 꿈꿔왔던 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두환은 정작 1군의 콜을 받고 이동하면서 평온하고도 안락한 단잠에 빠졌다. 데뷔 후 첫 승격도 아니었고, 2군에서 거둔 성적에서 비롯된 자만도 아니었다. 치유하기 힘든 또 한 번의 상처와 아쉬움을 가슴에 품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할 지도 모르는 출발. 하지만 이 순간 만큼은 그 어떤 생각과 고민도 머리속에 담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길고 어두웠던 터널을 통과한 듯 멀게 돌아온 길이 아득하게만 여겨졌다.

2007년 두산에 2차 2번(전체 10번) 지명받아 입단한 이두환은 원래 포지션이었던 포수 마스크를 벗고 내야수로 전향하며 기회를 노렸지만 프로의 벽은 상상 이상으로 높았다.
그나마 상위지명을 받은 유망주라는 메리트를 안고 그 해 9월 엔트리가 확대된 이후 1군 무대를 밟았다. 9월 9일 롯데와의 사직경기가 데뷔전. 그러나 풋내기 고졸 신인으로 대타 출장한 그에게 상대 에이스 송승준은 노련했다. 바로 그 한 차례 타석에서 삼진을 당하고 물러난 것이 그가 기억하는 프로 4년차가 되도록 경험한 1군 무대의 전부다.
그 날 이후 허망하게 놓친 기회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지만 더 큰 걱정은 무릎부상이었다. 타격의 밸런스를 찾지 못하며 방황하다 결국 2008년 11월 수술을 감행했다. 이후 지리한 재활로 제 컨디션을 되찾기까지는 꼬박 2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올 시즌 이천구장 숙소에서 생활하면서 훈련에 집중한 이두환은 더 이상 부상 부위가 아프지 않다는 점을 위안 삼으며 시즌을 맞았고 꾸준히 경기에 나서면서 타격감을 끌어 올렸다. 7일 현재 이두환은 북부리그 70게임에서 251타수 91안타, 타율 3할6푼3리로 최주환(3할8푼9리)에 이어 타격 2위를 지키고 있고 타점도 64점으로 3위다. 홈런은 21개를 몰아쳐 남부, 북부 리그를 통틀어 랭킹 1위다.

"언젠간 불러주시겠죠. 이젠 초조하게 맘먹지 않아요." 지난달 퓨처스 올스타전을 앞두고 만난 이두환은 밝은 표정으로 여유를 보였다. 그리고 홈런레이스에 참가해 당당히 목표했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홈런레이스 참가 이후 밸런스가 좀 무너져서 요즘 잘 맞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살아나간 것만으로 만족해야죠."
5일 이두환은 1군에 등록되자마자 잠실 롯데전에서 7회말 9번 고영민을 대신해 대타로 나서는 기회를 얻었다. 상대 투수 배장호와 8구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끝에 결국 2-3에서 볼넷을 얻어 출루했다.
"3년 전엔 타석에서 모든 게 다 검게 보였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던걸요. '볼이구나' 하고 골라냈으니까, 그나마 조금 발전이 있다고 봐야죠."
그리고 맞은 7일 KIA와의 군산전. 비록 팀은 2-6으로 패했지만 이두환으로선 평생 잊지 못할 날이 되었다.
0-1로 끌려가던 두산은 8회초 김현수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고, 3루까지 진루하며 역전찬스를 잡았다. 여기서 김경문 감독은 이두환을 대타로 기용했고 그는 KIA의 4번째 투수 손영민을 상대로 2구째를 받아쳐 중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이두환의 1군 무대 첫 안타인 동시에 첫 타점이 기록된 수간이었다.
"뭔가를 보여줘야 하잖아요. 데뷔 4년차인데 너무 늦었죠.(웃음)"
최근 팀타선이 동반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두산에 이두환이라는 새 얼굴의 등장은 희망적일 수 있다. '미래(future)에서 찾아온 4번타자'이기 때문이다.
조이뉴스24 /홍희정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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