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새로운 투구 분석법…RPM과 FL

[김홍식기자] 투수들의 투구 분석에 새 시대가 열리고 있다.

지금까지는 투구의 스피드에 스카우트가 곁들이는 설명이 투구를 분석하는 가장 객관적인 자료였지만, 서서히 과학적으로 구위를 분석하는 방법이 메이저리그에서 새롭게 각광을 받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직구의 경우 지금까지는 스피드건에 찍힌 숫자를 읽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대니시 테크놀로지라는 회사는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투구 스피드를 측정했으며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그 결과를 13일 온라인판에서 소개했다.

대니시 테크놀로지가 주목하고 있는 건 어느 한 순간, 공의 스피드가 아닌 실제로 투수의 손을 떠난 직구가 포수의 미트에 꽂히는 데 소요된 시간, 즉 비행시간(Flight Time)이다.

즉 그 시간이 짧을수록 투수에게 유리하고 타자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 시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역시 투구 스피드다. 하지만 투수가 얼마나 공을 앞으로 끌고나와 던지는가도 빠질 수 없다.

대니시 테크놀로지는 투수의 손끝에서 공이 떠난 지점을 계산하기도 했다. 그 결과 뉴욕 양키스 투수 데이비드 로버트슨은 투수판에서 7피트(약213cm) 떨어진 곳에서 공을 놓아 아메리칸리그 투수 중 타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공을 던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평균 투수판과 공 놓는 지점의 거리는 5피트10인치(약178cm). 즉 로버트슨은 메이저리그 보통 투수들보타 30cm 이상 타자들과 가까운 곳에서 던지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이 때문에 타자들은 그의 직구를 실제 스피드보다 더욱 빠르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로버트슨이 던진 93마일(150km)의 직구는 보통 투수들의 95마일(153km)과 같은 시간이 걸려 타자에게 날아왔으며 이는 그가 9이닝 평균 11.7개의 삼진을 기록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로버트슨 다음으로는 서지오 산토스(시카고 화이트삭스), 제레드 위버(LA 에인절스), 제프 니에만(탬파베리 레이스), 마크 헨드릭슨(볼티모어 오리올스)이 투수판에서 6피트10인치 떨어진 곳에서 공을 놓았고, 펠릭스 에르난데스(시애틀 매리너스)는 6피트8인치를 기록했다.

서지오 산토스가 던진 96마일짜리 직구는 포수 미트까지 0.386초가 걸려 FL이 가장 짧았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평균 5피트10인치 거리에서 92마일의 직구를 던져 FL 0.416초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변화구 위력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다른 건 몰라도 커브는 쉽게 평가할 수 있다. 회전수를 보는 것이다.

공의 회전이 빠를 경우 타자들이 실밥을 읽는 것도 어려워지지만 공의 변화도 급격하게 이뤄져 타자들이 적응하기 힘들다.

대니시 테크놀로지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던진 커브의 회전수를 조사해 이를 분당 회전수(RPM)으로 정리했다.

그에 따르면 RPM이 가장 높은 투수는 저스틴 벌랜더(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무려 3004를 기록했다. 이는 메이저리그 커브의 평균 RPM인 2450보다 훨씬 빠르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 다음으로 지오 곤살레스(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2965, 채드 더빈(필라델피아 필리스)가 2838, 알프레도 아세베스(뉴욕 양키스)가 2795, 클레이 벅홀츠(보스턴 레드삭스)가 2740으로 그 뒤를 이었다.

눈여겨볼 만한 투수로는 토미 헌터(텍사스 레인저스). 그는 직구를 던질 때 공을 놓는 거리에서 6피트7인치로 10위에 올랐고 커브의 RPM에서 2720으로 6위에 올랐다.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셈이다.

한편 대니시 테크놀로지는 5피트10인치 이하 거리에서 던지는 투수들의 9이닝 평균 삼진이 6.6개인 반면 5피트10인치 이상을 기록한 투수들은 삼진 7.3개를 잡고 평균자책점도 3.95 대 4.18로 더 낫다고 주장했다.

헛스윙의 비율도 투수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공을 놓을수록, 그리고 공 스피드가 빠를수록 높아졌고 커브의 경우 RPM이 높을수록 헛스윙의 비율은 높아지고 피안타율은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