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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군산상고 레전드 매치, 목동구장은 축제 한마당


[권기범기자] "잘 좀 쳐봐~", "어이구, 저 녀석을 어떻게 할지~"

서울 목동구장에 모인 선수들(?)은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깔끔한 새 유니폼을 입고 야구선수다운 모습으로 타석에 섰지만, 힘껏 쳐봐야 멀리 뻗지 못하는 땅볼 타구 뿐이다. 지켜보는 선후배들은 혀를 쯧쯧 차면서도 호탕하게 웃음을 이어갔다.

22일 오후 목동구장에는 1976년 당시 역전의 용사들이 모두 모였다. 교원 물망초가 후원하는 경남고-군산상고 간의 레전드 매치가 열리는 날이었다. 1976년 치러진 청룡기 야구대회 결승전 경기를 모티브로 35년 만에 모인 '고교생'들은 서로를 반갑게 맞이하면서 오랜만의 야구나들이를 만끽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이 감독을 맡은 경남고는 OB 선수를 포함한 40세 이상의 선수 20명, 나창기 호원대 감독이 이끄는 군산상고 역시 OB 선수를 포함한 40세 이상의 선수 20명으로 구성됐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고교야구를 장식한 이들은 오랜만에 한데 모여 예전의 향수를 느끼며 추억에 젖어들었다.

다만, 몸은 예전같지 않았다. 내야 수비에 나선 선수들은 땅볼 타구를 뒤로 빠뜨리기 일쑤였고, 외야수들도 어설픈 포구 동작으로 지켜보는 양 팀 사령탑의 눈매를 매섭게 만들었다. 하지만 다들 너그럽게 웃어넘기면서 축제를 준비했다. 후텁지근한 날씨 속에 참가한 선수들의 표정은 즐거움으로 가득찼다.

경남고 내야수로 출전하는 김용희 SBS 해설위원은 "저쪽은 투수들이 좋아서 우리가 어려울 것 같다. 조계헌과 정명원의 공을 어떻게 치겠느냐"고 너스레를 떨며 "이런 경기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팬들도 추억을 돌이키지 않겠느냐"고 밝은 표정으로 출전의욕을 드러냈다.

역시 경남고 내야수인 이성득 KNN 해설위원도 "(이)대호 방망이를 빌려 열 번씩 돌려보고 왔는데 잘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대호와 (송)승준, (장)성우 등 후배들이 잘하라고 응원을 보내줬다. 기수별로 하는 야구에서 작년에는 러닝홈런 2개도 쳤다"고 자신감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롯데 자이언츠 윤형배 코치와 박현승 코치는 선배들의 훈련을 도와주느라 분주했고, 그 중 고참 선수들은 여유롭게 덕아웃에 앉아 이들을 뿌듯하게 바라봤다.

군상상고 역시 분위기는 마찬가지. 경남고에 앞서 훈련을 마친 군산상고는 반가운 동문 선수를 볼 때마다 굳게 악수하면서 인사를 나눴다.

군산상고 포수로 나서는 조종규 KBO 심판위원장은 "박종철(현 심판)은 130km도 던진다. 투수들이 좋다"며 "승패가 문제는 아니지만, 선배들은 꼭 이기라고 하더라"고 승리를 정조준했다. 특히 조 위원장은 '선구안이 좋겠다'고 묻자 "절대 그렇지 않다. 심판할 때 뒤에서 보는 것과 타자로서 보는 것은 정말 다르다"고 손사래를 쳐 웃음을 자아냈다.

군산상고 선발로 나서는 조계현 두산 코치는 "2이닝을 던지기로 했는데,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실제로 나가서 던져보니 마운드가 너무 멀다"고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7080세대의 인기 아이콘이였던 고교야구, 그 한 시절을 풍미한 선수들이 목동구장에 모여 이렇게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조이뉴스24 목동=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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