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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차 유망주' 오재필, 부모님께 바치는 '그랜드슬램'


[정명의기자] 한화 이글스의 오재필은 '7년차 유망주'다. 고교 졸업 예정이던 2001년 2차 12라운드로 한화에 지명을 받은 뒤 한양대를 졸업하고 2005년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지난해까지 유망주로만 꼽히며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다.

그런 오재필이 올 시즌 날갯짓을 시작했다. 그리고 1일 목동 넥센전에서는 대형사고를 쳤다. 생애 첫 만루홈런을 터뜨리며 팀의 11-9 승리를 이끈 것. 넥센 두 번째 투수 김상수의 초구 떨어지는 커브를 노린 듯이 받아쳐 중앙 펜스를 훌쩍 넘겨버렸다. 한화를 공동 5위로 끌어올리는 귀중한 홈런이었다.

2008년을 끝으로 공익근무로 군복무를 마친 오재필은 올 시즌을 앞두고 전역,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가능성을 인정받은 오재필은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되는 기쁨을 맛봤다. 빠른발과 튼실한 수비가 강점인 오재필은 외야수가 부족했던 팀 사정상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선수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두 경기에 대타로 두 타석에 나서 모두 삼진으로 물러난 후 4월6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4월23일 다시 1군에 복귀했으나 4월 한 달 동안 오재필이 남긴 성적은 10타수 2안타 타율 2할이 전부였다.

5월에는 비교적 꾸준히 경기에 나섰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23경기 출장 26타수 3안타 타율 1할1푼5리. 5월21일 KIA전에서는 데뷔 첫 홈런을 터뜨리기도 했지만 결코 좋은 성적은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6월부터 대체 외국인 선수로 카림 가르시아가 합류하면서 한화 외야에 오재필이 낄 자리가 없어졌다. 결국 6월8일 또 다시 2군으로 내려가게 됐다.

2군에 내려가면서 의욕이 꺾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오재필은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방망이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2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언젠가 다시 1군으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당시 오재필은 "차근차근 착실히 해서 올라갈 것"이라며 이를 갈았고 2군에서 타율 3할3푼8리 5홈런 40타점의 좋은 기록을 남겼다.

9월 확대 엔트리가 적용되자 한대화 감독은 오재필을 다시 1군으로 불러 올렸다. 2군에서 보여준 오재필의 노력과 성과가 인정받은 것이다. 이번에는 1군에서도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9월 한 달간 34타수 9안타(2루타 2개, 3루타 1개) 타율 2할6푼5리를 기록한 것.

9월17일 SK전에서는 생애 첫 3번 클린업트리오로 선발 출장했고, 28일 LG전에서는 5번타자로 선발 출장해 2루타를 친 다음 기습적으로 3루를 훔쳤고, 송구가 뒤로 빠진 사이 홈을 밟아 LG 내야진의 혼을 빼놓기도 했다. 한화는 오재필의 득점을 발판 삼아 LG를 4-2로 물리쳤다.

1일 넥센전서 만루홈런을 칠 때도 1회말 최진행을 대신해 좌익수로 교체 출장, 4번 타순에 이름을 올렸다. 3회초 첫 타석에서는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해 다음 가르시아의 투런포로 홈을 밟았고, 4회초에는 10-5로 크게 달아나는 만루포를 쏘아올렸다. 이날 오재필의 성적은 3타수 1안타 4타점 2득점. 충분히 수훈선수로 뽑힐 만한 내용이었다.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오재필은 "그동안 감독님이 꾸준히 기회를 주셨는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했다"며 "뭔가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뭔가 잊은 말이 있었다. 바로 부모님이었다.

경기 후 인터뷰를 마치고 숙소로 이동한 오재필과 연락이 닿았다. 오재필은 "아까는 몰랐는데 갑자기 부모님 생각이 너무 난다"고 부모님을 떠올렸다. 이어 말을 이어간 오재필은 "예전에도 지금도 항상 막내 아들 때문에 노심초사 하시는데, 앞으로는 편한 마음으로 기다려주셨으면 좋겠다"며 "사랑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생애 첫 만루홈런으로 비로소 부모님께 마음을 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평소에도 오재필은 "부모님이 제가 신경쓰일까봐 연락도 자주 안 하신다. 야구를 잘 해야 할텐데…"라며 좋은 활약을 펼치지 못한 죄송스런 마음을 나타내곤 했다. 수술을 위해 전신마취만 7번을 하는 등 잦은 부상으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해 마음고생이 심했던 아들을 배려해 목소리가 듣고 싶어도 참고 있던 부모님이다.

올 시즌 한화는 이제 4경기만을 남겨 놓고 있다. 오재필에게도 경기에 출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하지만 시즌 막판, 팀 승리를 이끄는 만루홈런을 터뜨리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내년 시즌이 더 기대되는 오재필. 부모님께 바치는 그랜드슬램은 내년 시즌 오재필이 더욱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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