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기자] KBS 2TV '개그콘서트'에 만만찮은 인물이 등장했다. 지난달 첫 방송 이후 '여자 달인'으로 불리며 입소문을 끌고 있는 '최종병기 그녀'(이성동, 김희원, 김태원, 김혜선)의 개그우먼 김혜선(28)이다.
올백 헤어스타일에 타이트한 검은색 민소매티, 그리고 반바지를 입고 등장하는 그녀는 코너 속에서 대사 한 마디 없다. 대신 자신감이 가득 묻어나는 빙글빙글한 미소만 날릴 뿐이다.

톱 여배우가 "나 톱 여배우에요. 나 이런 거 못해~"를 외치면 어느새 뒤에서 달려나와 무거운 타이어를 단번에 짊어지고, 물이 가득 담긴 생수통을 가볍게 들어올린다. 수건 하나로 상대를 제압하는 액션 연기 역시 수준급이다.
방송 시작한 지 한 달, 어느새 길거리에선 그녀를 보고 '최종병기다!'라며 알아보는 팬들도 생겨났다.
13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개그우먼 김혜선을 만났다. 무대 위 강렬한 인상을 벗은 그녀는 실상 귀엽고 애교 가득한 20대였다. '바닐라 라떼' 한 잔에 행복해하던 그녀는 "내일모래면 어느새 서른"이라며 한숨을 푹 내쉬기도 했다.
김혜선은 올해 선발된 26기 KBS 신입공채 개그맨이다. 한국나이로 어느새 29세. 그녀는 KBS 개그우먼 나이제한을 깨고 입사한 첫 케이스가 됐다.
김혜선은 "23기 김민경 선배가 28세의 나이로 공채에 합격했는데 이후로 나이의 벽을 제가 깼다"며 "지난해 시험에서 떨어지면서 '나이 때문에 이제 안되겠다' 싶었는데 '한 번만 더 해보자'는 생각으로 도전했고, 결국 합격했다"고 합격소감을 밝혔다.
전라북도 군산 출신의 김혜선은 처음부터 개그우먼의 꿈을 꾸지는 않았다. '댄서'를 꿈꾸며 상경했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김혜선은 "제가 키도 작고 (얼굴을 가리키며) 조건도 좋지 않아서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웃음)"라며 "우연히 개그 아카데미에 오디션을 봤고, 이후 개그에 인생을 걸어보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털어놨다.
개그우먼이 되기 위해 4~5년을 준비했다. 대학로와 홍대 극단생활을 거치면서 연기의 기본을 배웠고, 개그에 대한 열정도 새롭게 불태웠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공연장에서는 '예쁘지도 못생기지도 않은 어중간한 얼굴'이라는 평가와 '희소성이 있는 특기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뭔가 특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당장 서울액션스쿨에 입학했다.

김혜선은 "액션스쿨은 합격보다 버티는 게 힘들다. 하지만 개그우먼이 되겠다는 목표가 분명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라며 "처음엔 이력서에 한 줄을 넣기 위해 시작했지만 개그에도 사용할 수 있게 되어서 너무 기쁘다"고 밝혔다.
"액션스쿨에 다니면서 대역배우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어요. 화면에 비치는 톱배우들을 위해 뒤에서 몸 다치며 노력하는 대역배우들에게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최종병기 그녀'를 비롯해서 앞으로도 메시지 있는 개그를 선보이고 싶어요."
조이뉴스24 /김양수기자 liang@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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