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필기자] 1년 5개월 만에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놓게 된 조광래 전 감독의 향후 행보를 놓고 다양한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특히 2013년 1월 예정된 대한축구협회 선거에 영향을 미칠지가 최대 관심사다.
조 감독은 9일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축구에 대한 고언을 전하면서 "외부적인 변수에 의해 대표팀 감독직이 좌우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라며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자신이 경질당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외부적인 변수'에 대해서는 축구협회를 후원하는 후원사나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가 가장 먼저 꼽히고 있지만 축구계 정치싸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마침 조 감독의 전격 경질 시점이 축구계 야당의 대표인사로 불리는 허승표 ㈜피플웍스 사장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축구협회의 개혁을 부르짖은 직후라 더욱 설득력을 높인다.
축구 지도자들 가운데 대표적인 야당인사로 꼽히는 조 감독은 지난 2009년 제51대 축구협회장 선거에서 허 사장을 물밑 지원했다. 허 사장은 지난 2004년 축구연구소를 창설해 야성이 강한 축구인들을 규합해 정몽준 현 축구협회 명예회장에 강력한 대항마로 등장했다.
1997년 선거에서는 정 회장에 완패했지만, 2009년 조중연 회장과 겨루기에서는 8표차(10-18)로 패했다. 야권에 불리한 현 축구협회장 선거 제도에서 허 사장은 나름 세를 구축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2013년 회장 선거는 아직 1년 이상 남았지만 선거전은 이미 올해 하반기부터 조용히 시작됐다. 조중연 회장은 잔여 임기를 무보수로 일하겠다고 선언하며 재선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조중연 회장을 둘러싼 환경은 그리 좋지 않다. 자신의 기득권을 지킬 수 있는 중앙 대의원 제도가 폐지돼 24표에서 승부가 갈린다. 새 선거에서는 각 지역축구협회장 16명, 협회 산하 연맹 회장 8명이 투표를 해 13표 이상을 얻어야 재선에 성공한다.
일단 조 회장은 정몽준 명예회장의 영향력 아래 있는 프로축구연맹(정몽규 총재), 내셔널리그(권오갑 회장), 여자축구연맹(오규상 회장), 울산시축구협회(송용근 회장) 등 4표는 확보했다. 이들 모두는 정 명예회장과 친인척이거나 현대중공업 임원으로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다.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조 회장에게 유리한 선거는 아니다. 중앙 대의원 제도 폐지 등 나름대로 기득권을 던졌다. 이번 조 감독의 경질이 선거와 관련됐다는 주장에 대해 100% 수긍할 수는 없지만 고려해볼 부분이기도 하다"라고 분석했다.
지역축구협회의 기류는 심상치 않다. 2009년 선거에서 허 사장 측에 표를 던졌다고 당당히 밝힌 한 지역의 A회장은 조이뉴스24와 통화에서 "조 회장은 지난 선거에서 '시도협회 행정력 강화를 위한 지원 확대'라는 공약을 던졌지만 실제로 이행됐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지역 협회들은 대축(대한축구협회)만 바라보는 구멍가게나 다름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축의 권한은 대폭적으로 지역에 이양해야 한다. 조 회장에게 우호적이었던 다른 지역축구협회장들도 상당한 불만이 있다. 통합과 포용을 이야기했지만 제대로 됐느냐는 지적들이 많다. 조광래 감독의 전격 경질은 개혁에 불을 붙인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의 성향을 비교적 중립적이라고 주장한 B회장도 "올해 승부조작이나 학원 축구 선수 등록 오류 등 많은 사건이 있지 않았느냐. 그런데 대축에서는 아무도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더라"라며 "남은 시간 현 회장의 능력과 그에 대응하려는 후보군의 움직임을 철저히 살필 것이다"라고 차기 회장 선거를 두고 고심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런 심상치 않은 바닥 민심에 국가대표 사령탑 경력을 갖게 된 조광래 감독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 감독은 대표감독 경질 관련 기자회견을 하면서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 한국 축구발전을 위한 한 알의 밀알이 되는 심정으로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개혁의 선봉에 서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향후 축구협회장 선거전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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