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기자] 가수 박기영은 지금을 '화양연화(花樣年華)'라고 표현했다. 여자의 가장 아름다운 한때, 혹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박기영의 표정에서도, 그가 발표한 음반에서도 그 행복함이 묻어났다.
박기영이 캐롤 앨범 '크리스마스 러브레터(Christmas Love Letter)'를 발표했다. 지난해 결혼 이후 처음 발표하는 앨범이자 소속사에서 홀로서기를 한 이후 처음 들려주는 노래들이다. 박기영은 "비주얼 하나도 없이 귀를 호강시키고 마음을 부자로 만들어주는 그런 음반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결혼하고 나니 음악도 행복해지네요."
한때 그의 노래에는 짙은 쓸쓸함과 외로움이 가득한 적이 있었다. 어두운 감성이 지배한 적이 있었다. 이번에 발표한 캐롤 음반은 달콤하고 감미롭다. "노래는 그 사람의 정서를 반영한다"는 박기영은 그의 노래처럼 달달한 신혼 생활에 흠뻑 젖어있다.
"지금이 제 인생의 화양연화에요. 너무 행복한 시기인것 같아요. 결혼하고 나니 내 편, 인생의 든든한 지원자가 생긴 게 가장 좋아요. 예전에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었을 때는 노래도 어두웠죠. 지금은 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분위기가 환해졌다. 음악을 듣고 있으면 밝고 행복해진다'고 그래요."
박기영이 진두지휘한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더 크리스마스 타임(The Christmas Time)'은 박기영이 직접 작곡을 맡았으며, 박기영의 남편이 작사에 참여했다. 작사가 '서울숲 둘리'는 남편의 애칭이다. 두 사람의 달콤한 사랑을 담은 노래에 해피 바이러스가 가득하다.
"남편은 기념일 되면 시를 써서 주는 감성적인 사람이에요. 이번에는 곡을 써야하는데 너무 피곤한 상태였어요. 녹음을 하고 있다보니, 창작하고는 멀어진 기술자가 된 상태라고나 할까요. 그 때 남편이 '내가 한 번 해볼까'라며 5분 만에 가사를 쓰더라구요. 깜짝 놀랐죠. 천재 작사가 발견이라고 칭찬했죠. 제 남편 별명이 둘리인데 소유진 씨가 서울숲 근처에 사는 둘리라고 해서 '서울숲 둘리'라는 필명을 만들어줬어요."
음악을 하는 박기영은 까다롭고 치열하지만 아내 박기영은 애교가 많다. 인터뷰 도중 걸려온 남편 전화에 애교를 떠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박기영은 "사랑이 주는 기쁨이 정말 큰 것 같다"며 "2세 계획도 늘 세우고 있다"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홀로서기 한 진짜 이유는…

박기영은 데뷔 14년 만에 첫 홀로서기를 선언했다. 1인 기획사 유니웨이브를 설립한 것. 박기영은 "차근차근 준비하다가 때가 온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스케줄부터 정산, 유통, 계약 등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챙겨야 한다. "솔직히 힘들고 스트레스도 받는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그러나 음악적으로는 편하다. 좀 더 열심히, 부지런히 자신의 음악을 하고 싶었던 것이 홀로서기를 한 진짜 이유다.
"대형 기획사의 시스템이 저랑 잘 안 맞았어요. 다른 가수들과 앨범 시기도 맞춰야 하고. 뮤지션마다 다르지만 여자 뮤지션은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시기가 그리 길지 않아요. 남자 뮤지션이 더 유리하고, 여자 뮤지션은 그다지 생산성이 있지 않아요. 저는 한 해 한 해가 아까워요. 라이프스타일에 맞춰서 음악을 하는게 뮤지션의 본분인데 소속사에서는 부딪히는게 많더라구요. 꾸준히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박기영은 요즘 가요계가 안타까울 때가 많다. 무엇보다 음악 그 자체보다 가수들의 이미지로 소비되는 것이 안타깝다. 주변의 좋은 뮤지션들의 음악이 제작비에 허덕여 빛을 보지 못하는 것도 속상하다.
"세상이 각박한 이유 중 하나가 매일 매일 쏟아져나오는 음악들이 제 역할을 못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음악을 들으면 평화로워지고, 생각에 잠기게 하고, 미래를 꿈꾸게 하고, 가수의 공연을 보면 행복해지고 삶의 위안이 되고 희망이 되고. 쉼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 그런 것을 못하는 것 같아요. 음악 자체로는 이슈가 안 돼요. 가수의 이미지, 예능에서의 이미지들에 소비되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어요."
박기영 역시 그럴수록 자신의 음악에 대한 책임감과 함께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박기영은 "좋은 음악을 듣는 귀는 성장하는데 제 실력이 못 따라가는 게 딜레마"라고 웃으며 "내 귀와 내 실력이 맞닿는 날까지 음악을 하고 싶다. 크게 대박나는 건 바라지 않지만 꾸준히 천천히 하고 있다. 삶과 가장 동일시되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앞으로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박기영은 내년에 발표할 시음반을 준비하고 있으며, 영화 음악을 하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일렉트로닉 밴드 제작에도 돌입했다. 홀로서기를 한 박기영은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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