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필기자] "눈 가리고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려는 격이다."
대한축구협회는 27일 공석이던 사무총장에 김주성 국제국장을 임명했다. 비리 혐의의 퇴직 직원에게 1억5천만원이라는 거액의 위로금을 지급하고 관련 조사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은 김진국 전무이사의 사퇴 공백을 메우기 위함이었다.
신임 김주성 사무총장은 현역 시절 '아시아의 야생마'로 불렸던 스타 출신이며 축구협회에서 전략적으로 행정가로 육성하고 있는 인물이다. 지난 2004년에는 정몽준 명예회장의 지시로 국제축구연맹(FIFA) 마스터 코스(Master Course) 행정가 교육도 받았다.
사무총장은 국제업무, 인사, 홍보 등 축구협회 주요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축구협회 한 인사는 "김 신임 사무총장이 국제업무를 주로 담당해왔기 때문에 (조중연 회장이) 적격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지난 2009년 1월 조중연 회장 체제 출범 후 적당한 인물이 없어 비워뒀던 사무총장 자리를 김주성 국장에게 맡긴 것이다.
발빠른 대처지만, 축구계 안팎에서는 곪은 상처가 터졌는데 반창고 하나 붙여서 낫기를 바라는 격이라는 반응이다. 현 집행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가지면서도 야권 활동도 했던 한 지도자는 "축구협회에는 노련한 인물과 젊은피가 적절히 섞여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김 총장도 다른 시선으로 보면 회전문 인사가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최근 김 총장이 FIFA 20세 이하 월드컵 조직위원회 위원에 임명되지 않았느냐. 할 일도 많을 텐데 짐만 더 떠안기는 격이다"라며 널리 인재 찾기에 노력하지 않는 축구협회에 냉소적인 시선을 보냈다.
김진국 전무의 사퇴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님이 분명하지만, 사태를 관망하며 지켜보겠다는 축구협회 노동조합의 태도에 대해서도 아쉽다는 반응이 많다. 김 전무는 이번 사태 외에도 조광래 전 축구대표팀 감독 해임 및 코칭스태프 사퇴 과정에서 잔여 연봉 미지급 논란을 키우는 등 행정 난맥상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27일 전격 사퇴한 이유는 이번 직원 비리 관련 건이 전부다.
노조는 그동안 축구협회 노보를 통해 집행부의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해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견제의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손성삼 노조위원장은 "축구협회에 대한 여러 문제를 알려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일단은 큰 문제가 해결됐으니 안정을 찾고 다음을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답했다.

그렇지만, 사기업이 아닌 스포츠단체에서 노조가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에 대한 회의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일단 축구협회 한 고위 관계자는 "조직이 경직된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이 정도로 해결을 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이번 사태의 과정이나 일처리에 만족하며 받아들이는 여론은 거의 없다.
특히 각종 사안마다 집행부가 책임을 지기보다는 회피와 변명, 수습에 급급했던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 희망이 있겠느냐는 반응이 대다수다. 내년 1월 차기 축구협회 회장 선거가 예정돼 있는 특수한 시기여서 눈치보기가 더욱 만연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 대표팀 사령탑 A씨는 "현 집행부는 공유할 줄 모른다. 숨기는 것이 너무 많아서 대화가 쉽게 되지 않고 빠르게 덮으려고만 한다. 이런 조직에서 뭘 기대하느냐. 여기저기서 집행부가 사퇴해 책임지는 태도를 보이라고 말해도 소용없다"라고 힐난했다.
그래서 대한체육회가 직접 나서 축구협회를 특정 감사키로 한 것은 곪은 상처를 터뜨리는 충격제다. 대한체육회는 오는 30일부터 특정 감사로 축구협회의 비리 의혹 규명에 나선다. 대한체육회 최종준 사무총장은 "축구협회의 정기 감사는 오는 4월이지만 이번 상황으로 특정 감사를 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체육회의 감사에서 축구협회의 비리 혐의가 불거지면 사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경찰과 검찰까지 정보 수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과 자정 의지를 잃은 축구협회에 메스가 가해지면서 다가올 후폭풍이 어느 정도일지 축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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