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양수기자] "누굴 돼지로 아나~!"
몸에 꽉 조이는 수트에 자칫 숨 한 번 크게 쉬면 단추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흰 와이셔츠, 그리고 몸에 비해 너무 얇은 붉은색 넥타이를 입고 "사람들은 왜! 뚱뚱한 남자를 싫어하는가!"를 외치며 열변을 토할 때면 얼굴 가득 뜨거운 육수(?)가 뿜어져 나온다. 어느새 객석은 한바탕 웃음으로 초토화된다.
KBS 2TV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네가지'에는 '미워할 수 없는 뚱보'가 있다. 실제 체중은 118kg에 육박하지만 '마음만은 그 누구보다 호~올~~쭉한 남자', 바로 개그맨 김준현(32)이다.
아나운서를 꿈꿨던 대학생 시절만 하더라도 그는 70kg대의 '호리호리한' 체격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이 좋고 사람 만나는 게 좋았던 그는 이제는 "말 하다가 가끔 '볼테기' 살이 씹히는" 정도가 됐다.
그는 "맛있게 먹는 즐거움에 심취하다보니 어느새 살이 이렇게 쪘다"라면서 "건강을 위해 살을 빼긴 해야 할텐데 먹는게 너무 좋아요"라며 배시시 미소지었다.
"'네가지'는 실화가 절반 이상이죠. 특히 개그맨 중에 저같은 친구들이 많아서 소재 찾기가 쉬워요. '개콘' 연습실에서 작가진들이 '돼지야~'라고 부르면 최하 다섯 명이 뒤돌아보죠. 저를 비롯해 '오랑캐' 김지호, '이놈아저씨' 유민상, 김수영, 김민경까지."
김준현은 신장 180cm에 120kg에 육박하는 우람한 체격의 소유자다. 목소리 역시 복부에서부터 끌어올리는 것마냥 우렁차다. 하지만 김준현이 호통을 치면 무섭지 않다. 되레 웃음이 터져나온다.
체격만큼 커다란 얼굴에는 의외로(!) 오목조목한 이목구비가 널찌감치 배치돼 있다. "고뢔~?"하며 눈을 흘길 때는 새초롬하게 작은 눈이 살랑살랑 눈웃음을 친다. "그지? 안되겠지?"하며 쑥스러운 듯 환하게 웃을 때는 한쪽 볼에 깊은 보조개가 패인다. 그나마 양쪽 모두 패이던 보조개는 살이 찌면서 한쪽만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어릴 적부터 어른들이 '저놈 새끼 눈웃음 치는 거 보라'고 하셨어요. 눈 아래 인디안 보조개에 애굣살까지 있어서 귀염을 많이 받았죠.(웃음)"
그의 '앳된 외모'는 지난 해 인기를 끌었던 '9시쯤 뉴스' 코너에서 빛을 발했다. 당시 그는 개콘 유치원 잎새반 김준현 어린이로 출연해 큰 사랑을 받았다. 양볼에 발갛게 볼터치를 하고 노란 모자에 짧은 반바지를 입고 "김준현 으어~린이 입니다"를 외쳤던 것.
그는 "하루에 2초씩 '나이 서른에 내가 뭐하는 짓인가' 되물었다"면서도 "연기니까 그만큼 몰입을 했다. 어느새 일상에서도 어린이처럼 혀 짧은 소리가 나오더라"라고 '얄팍한 몰입'을 고백했다.
김준현은 현재 '네가지' 외에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와 '생활의 발견'까지 세 코너에서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비대위'에서는 왠지 모르게 허술한 군 당국자로, '생활의 발견'에는 두 남녀의 대화에 우연히 끼어들게 되는 식당 손님으로 출연해 허를 찌르는 웃음을 선사한다.
하지만 만족은 없다. 그는 지금도 매일 '개콘' 연습실에 출근도장을 찍고 '대박코너' 만들기에 고심 중이다.
"'달인'처럼 김준현 하면 각인되는 캐릭터 하나 만드는게 목표에요. 매일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힘들기 한데 그래도 '개콘'은 대한민국 최고의 직장 같아요. 매일 하루에 열 번은 빵빵 웃음이 터지거든요. 다들 서로 웃기려고 난리죠. 뉴스 보면 사람들이 안웃는다고 걱정하던데 그러고 보면 '개콘'은 굉장히 건강한 것 같죠?(웃음)"
조이뉴스24 /김양수기자 liang@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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